16화 나를 이해하는 만큼 다시 나아갈 수 있다

나를 이해하는 도구, TCI를 통한 마음 읽기

by 유다월

나는 어려서부터 스스로에게 엄격한 아이였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작은 실패에도 쉽게 마음을 놓지 못했고, 항상 완벽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내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성향은 타고난 기질이기도 했지만, 학창 시절의 경험이 그 기질을 더욱 굳건히 만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늘 집단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되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았고, 담임교사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조여왔다. 친했던 친구와도 사소한 말로 멀어지며, 언제나 긴장 속에서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런 긴장과 상처는 내 안에서 방어적 성향으로 굳어졌고, 직장에서도 반복되었다. 비슷한 조직적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 앞에서 나는 또다시 무너졌다. 상담사로서 누구보다 타인을 지켜내려 했지만, 정작 스스로를 지켜주는 방법은 몰랐던 게 아닐까.




최근 나는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내 TCI(Therapeutic Character Inventory, Cloninger의 성격검사) 프로파일을 다시 분석해 보았다. 이 검사는 인간의 성격을 기질(Temperament)과 성격(Character)으로 나누어 평가한다.


근래에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개인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하는 검사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으며, 나는 조직적합성 및 융화도 이해에 적합한 버크만 검사(Burkean Method / Burckhardt Behavioral Assessment)도 자격 수료를 하면서 경험한 바 있다.

그 밖에 정말 많은 자기 이해 도구들은 많은데 이 중 나는 특히 TCI와 MMPI(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를 함께 활용하는 것을 내담자에게 권한다. MMPI는 정신 건강 평가와 심리적 문제 진단을 위해 개발된 임상용 성격 검사로, 심리적 역동과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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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서 기질(Temperament)은 생물학적·유전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며, 일찍부터 나타나는 반응 패턴이다. 비교적 변하지 않는 성향이다.

반면, 성격(Character)은 성격은 후천적 경험과 학습, 자기반성을 통해 형성되는 부분으로, 기질 위에 쌓이는 자아적·도덕적 특성을 의미한다.


1. 기질 척도
자극추구(Novelty Seeking, NS): 새로운 경험을 탐색하고, 변화와 모험을 추구하는 정도
위험회피(Harm Avoidance, HA): 불확실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는 정도
사회적 민감성(Reward Dependence, RD): 타인의 인정과 사회적 보살핌에 민감한 정도
인내력(Persistence, P):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정도
2. 성격 척도
자율성(Self-Directedness, SD):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능력
연대감(Cooperativeness, C) : 타인과 협력하고 사회적 규범에 적응하는 능력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 ST) : 자신을 넘어 삶과 우주, 타인과 연결감을 느끼는 정


이 검사 결과를 보며 깨달았다. 나는 원래 열정적이고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지녔지만, 그 활기와 달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진정어린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타고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타인에게 오해를 사거나, 어린시절 부터 내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타인에게 마음을 닫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내면에는 남을 향한 따스함과 공감의 씨앗이 잠들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긴장과 상처, 삶의 나이테 속에 쌓인 작은 상처들이 지금의 나를 단단히 만들었겠지? 그 상처와 함께 성장한 나, 그것이 바로 내 성격의 뿌리이자, 나를 지금의 나로 이어주는 길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치 거울 속에서 내 마음의 풍경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다. 과거의 좌절과 스트레스는 결코 나 혼자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걸어온 삶이라는 길 위에 자연스럽게 쌓여온 작은 돌멩이들과 무게들이었다. 그 무게를 인정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무의식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선택하는 주체로 서게 되었다.


내담자에게 언제나 말한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정식적인 상담 도구를 활용하라고. MBTI든 TCI든, 중요한 것은 공인된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자신의 성향과 반복되는 패턴을 정확히 알아보는 경험이다. 그것은 단순히 '나를 알아가는 일'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설계하고 선택할 힘을 얻는 과정이 된다.


결국, 자기 인식과 성찰은 삶의 나침반과도 같다. 자신의 행동과 선택, 반복되는 패턴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만큼, 나는 나를 지킬 수 있고,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힘이며, 그 힘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당신 역시,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보자. 그 시작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삶의 기반이 될 것이다.


나와 같은 여러분에게도, 작은 용기를 건네고 싶다. 심리검사 도구를 활용해 내면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디는 것은,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직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길이야말로 가장 견고한 삶의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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