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능이 가져다준 찬란함과 어둠의 공존
나는 2017년이 될 때까지 내가 특별히 높은 지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어릴 때부터 “왜 나는 남들과 사고방식이 다르지?”라는 의문을 늘 품고 있었지만, 그 차이를 단순히 ‘성격 탓’이라고 여기며 지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가족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끝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듣자마자 해답이 머리에 떠오를 때가 많았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음정과 리듬이 마치 미로처럼 다각도로 분석되곤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게 보통 사람들의 사고 흐름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멘사(Mensa) 회원 시험을 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호기심 반, “설마 내가?” 하는 의심 반으로 시작했다. 공부도 그다지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고,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험 날, 긴장되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서도, 언뜻언뜻 “이 정도면 다들 비슷하게 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험 결과가 나오자마자 내 머릿속은 완전히 뒤집혔다. 내 IQ가 156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혹시 시험이 잘못된 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재검토 요청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와 함께 내 안에 있었던 수많은 의문들이 하나씩 설명되는 듯한 묘한 감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품어왔던 “왜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사고를 하지?”라는 질문이, 마치 수수께끼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풀려 나갔다.
그런데 내 삶이 단번에 화려하게 바뀌거나, ‘천재’ 소리를 들으며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만 생긴 건 아니었다. 오히려 되레 조각조각 떠오르는 과거의 장면들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내가 유독 수업 내용을 빨리 이해해 지루해했던 순간들, 토론할 때 너무 빨리 결론에 도달해서 친구들이 “재미없다”고 했던 경험들, 그 모든 게 내가 보통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 사고방식이 빠르고 복잡한 만큼, 감정도 예민하게 요동쳐왔다. 예전부터 “나는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지?”라는 고민을 해왔는데, 이제 보니 내 빠른 사고와 연결된 조울증적 성향이 원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을 떠올리면 단숨에 끝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습관 때문에, 기쁜 감정은 금방 극도로 고조되었다가도, 그것이 식자마자 깊은 우울의 구렁으로 빠지곤 했다. 한동안은 스스로를 다그쳤다. “기분이 좋았다가도 이렇게 갑자기 우울해지는 게 말이 돼?”라고 자책했지만, 멘사 시험 이후에는 “아, 내 머리가 늘 전속력으로 달리다 보니 생기는 일일 수도 있겠다”라는 자각이 생겼다.
이렇게 뒤늦게야 내 지능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들을 하나씩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실 말은 거창해도, 내가 겪은 현실은 그리 멋있고 근사하지만은 않았다. 예컨대 강의실에서 교수님 설명을 듣다가 이미 모든 내용을 이해해버리면, 남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져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은 “쟤는 관심이 없나 봐”라며 따로 대화를 걸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열정적이면 “왜 저렇게 혼자 앞서나가?”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높은 지능이 나를 ‘우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과 부딪히는 장벽이 될 수도 있음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이런 차이를 꽤 오랫동안 ‘평범함’으로 덮어두고 살았다는 점이다. 내 사고가 너무 빨리 돌아간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부러 모른 척하거나, 또는 문제를 더 오래 고민하는 척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당시에는 사회적 소외감과 “괜히 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결국 나는 타인에게 감춰진 모습으로 적당히 어울리며 지냈고, 그 과정에서 점점 내 안에 응어리가 쌓였다.
멘사 합격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왜 나는 이렇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았다는 점이었다. 높은 지능이 내 성격이나 감정 기복, 인간관계의 어려움까지도 복합적으로 설명해준다는 깨달음은 꽤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안도감을 주었다.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인간은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 소속감을 갈구하면서도, 정작 내 안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혼자 괴로워했던 셈이다. 내 머리속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수많은 생각은, 때로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때로는 극단의 감정으로 몰아넣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했다’거나, ‘지금은 완벽하게 잘 살아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내 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공존하고,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이 상황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 이건 내 지능이 남들과 다른 탓이구나” 혹은 “지금 이 기분 변화는 내 사고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조울증적인 면모 역시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러 인지심리학 논문을 찾아보면서, 높은 지능을 가진 이들이 일반인에 비해 감정적 기복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게 됐다. 로버트 스턴버그의 “천재성은 단순히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도, 내가 일상에서 겪는 충돌과 닿아 있다고 느꼈다. 빠른 사고는 때로는 문제 해결의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동시에 감정까지 빠르게 증폭시켜 과도한 번아웃이나 우울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내 높은 지능이 단순히 자랑스러운 수치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평생 고민했던 “왜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걸까?”라는 질문에 대해 마침내 “이렇게 달랐던 거구나”라며 납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감추고, 부정하고, 억지로 맞춰가려 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게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물론, “IQ가 높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내 사례가 ‘고지능자’의 보편적 경험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나처럼 뒤늦게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사고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내가 깨달은 것은 “다름”은 절대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숨기려고 애쓰면서, 스스로를 더 고립시켰고, 그로 인해 감정적으로 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금도 나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멘사 시험에서 받은 결과가 내가 항상 품었던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내 지능이 내 성격, 감정 기복, 인간관계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놀라웠고, 또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줬다. 나는 이제 내 머릿속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것이 나라는 인간의 한 부분이자, 동시에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작은 공감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도 내 내면의 불꽃과 그림자를 탐구하는 중이고, 때로는 그것에 휘말려 힘겹게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왜 나는 이럴까?”라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이게 내 고유한 리듬이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 IQ가 156이라는 사실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를 알려준 소중한 단서인 셈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깨달음을 발판 삼아, 내 사고방식을 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