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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제가 하는 일은 그저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뿐이에요. 사람들은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지원은 여유롭게 다리를 꼰 채, 맞은편에 앉은 여기자에게 말했다. 여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수첩에 무언가를 휘갈겨 썼다.
수정은 유리로 된 문 앞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손에는 'Hearing, Healing. 당신의 말을 들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된 명함을 쥐고 있었다. 머뭇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간 수정은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소문으로 들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예약하길 잘했어.'
수정은 5분 정도 기다린 후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의 건물과는 달리 그 방은 나무로 된 바닥에 푹신한 방석이 깔려있어 동양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방 안에는 지원이 은은한 향의 차가 담긴 찻잔을 앞에 둔 채 수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앉으세요. 할 말이 많으시다고 들었는데. 차 드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해주세요."
수정은 조심스럽게 앉아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조금 전까지 불안했던 마음이 점차 편안해지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저에겐 너무 힘들었어요. 친구보다는 저를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 입을 열자 수정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서 울컥했다.
"그 사람은 저를 많이 아껴줘요. 저는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지원은 조용히 수정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수정을 기다려주었다.
"그런데... 가장 행복해야 할 그 날, 모두에게 축복받아야 할 그 날, 그 사람을 위해 많은 친구들이 온대요. 저를 위해 와 줄 친구는 아무도 없는데..."
수정은 그동안 혼자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고민을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다. 그동안 지원은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이나 질문은 하지 않았다. 수정은 지원을 상대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결혼 이야기를 꺼냈지만 친구, 가족, 직장 등에 대해 평생을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모두 꺼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밖은 어느새 어두워져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건물을 나서는 수정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사람들은 '친구'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개인 상담 치료사 정도로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상대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지만, 이것이 상호작용을 하기엔 인간의 자기중심주의가 너무나 강해요. 때문에 저는 그 일을 대신해주는 거예요. 들어주는 일."
지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첩에 글씨를 급히 휘갈긴 여기자는 고개를 들고 지원에게 물었다.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지겹지는 않나요?"
지원은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사람들은 제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이 '힐링'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진짜 힐링받는 사람은 저예요."
지원은 여기자를 쳐다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