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관하여

by 유영훈

언젠가 차를 타고 사거리를 지날 때면

반대편에 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어 내 차를 받아줬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쉬고 싶은데, 나는 내 의지로 쉼을 결정할만큼 강인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다 운이 나빠 죽는다면,

허망하겠지만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죽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삶은 고통과 고민의 연속이기에, 그 곳에서 탈출할 수 있기에.

단지, 남아 있는 나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교실 뒷창문에서 밖을 바라보면

아파트 116동이 보이고 멀리 홈플러스가 보인다.

그 아래에 운동장이 있고

그 위에 하늘이 있다.


어제도, 오늘도 116동과 홈플러스가 보이고 운동장이 보인다.

어느 날은 어둡게, 어느 날은 밝게

다른 것은 모두 그대로인데

단지 하늘의 색이 바뀜으로 하여 모든 것이 달리보인다.


오늘의 하늘은 구름 사이에 해가 작게 숨어 있었다.

평소라면 해를 볼 수 없었을텐데

우중충한 운동장을 만들어준 구름덕분에

항상 밝은 하늘을 만들어준 해를 작게나마 볼 수 있었다.


강렬한 빛이지만 볼 수 없었던 것을

어둡게하는 가림막이 있기에

그 존재를 알아차렸다.



한번은 한 아이에게 받은 상처로

교사로서 무기력함에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적이 있다.

사실은 한번일리 없지만.

오늘도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던 아이는 여전히 상처를 준다.

후배들의 축하를 마음으로 받지못하고

얼굴도 모르는데 축하를 한다며 닫힌 마음에 모진 말을 계속 뱉어낸다.

꼭 그렇게 다른 친구들에게 들리게 말해야만 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아이의 마음을 바꾸어 놓지 못한 것이 내 마음에 몹시 걸린다.


오늘은 아이들이 졸업을 했다.

그렇게 졸업을 했다.

졸업이라는 것에 관하여,

끝이라는 것에 관하여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며 편지를 보며,

우는 아이들, 편지를 건내는 아이들, 꽃을 건내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지만 감사함을 느껴주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존재함으로 하여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더불어 내가 더 존재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남아 있음을.


끝이라는 구름 사이에서 지금껏 몰랐던 빛을 보았다.

졸업이라는 마지막에서 새롭게 시작해야할 이유가 보였다.


오늘도 차를 타고 사거리를 지날 때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반대편에 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어 내 차를 받아줬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삶은 행복과 반성의 연속이기에, 이 곳에서 도전할 수 있기에.

단지, 이미 지나가 버린 돌릴 수 없는 시간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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