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모네의 산삼주와 솔방울주

결혼식 직전날에 마신 산삼주는 무사히 결혼식을 치르게 해 준 약주였다.

by 슬기로운 유자씨네

30년을 살아오며 보아온 작은 이모의 취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작은 이모부와 함께 등산을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음주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작은 이모네 부부는 항상 주말마다 산을 다니며 삼이나 버섯을 종종 캐오신다. 물론 항상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연달아 허탕을 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산을 꾸준히 다니시는 것을 보아하니 수확물의 양이 어마어마한 만큼 그날의 이모네 기분은 산을 다니지 않는 우리가 절대로 느껴보지 못할 최고의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한가득 케오는 행운을 얻었을 때는 작은 이모네는 반드시 주변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그렇게 얻어먹은 삼 뿌리와 버섯이 참 많다. 파릇파릇한 산삼 이파리와 뿌리는 깨끗이 씻어서 통째로 먹으면 그날 기운이 바로 보충이 되는 느낌이다. 향이 진하게 남아있는 이름 모를 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 기름장에 찍어먹고 버섯을 데치며 우러나온 물은 그토록 구수하다. 작은 이모네의 취미는 이모와 이모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건강한 취미다.


그리고 두 번째 취미, 음주를 정말로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작은 이모네는 산에서 수확해 온 산삼이나 솔방울 같은 재료들로 술을 담근다. 산삼은 이파리와 줄기를 갈아 소주에 타먹는다. 소주의 쓰고 독한 단점은 누르는 게 그야말로 약주다. 결혼식 전날에 마신 이모가 만들어준 산삼주 덕분에 그토록 정신없는 결혼식을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망의 솔방울주. 이모가 준 담금주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다.


사실 나는 괴상하게도 술 자체는 좋아하지만 술을 마시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단지 숙취가... 너무 심해서다... 남들보다 숙취가 심한 나는 술을 마신 다음 날 속이 니글니글 거린다든지 머리가 어지럽고 아픈 상태가 지속되면 그날 하루를 망쳐버린 느낌이라 절대 과음을 하지 않는데 솔방울주는 신기하게도 숙취가 전-혀 없었다.


담금주 병에 둥둥 떠다니는 솔방울. 솔방울의 갈색 날개들이 펼치기 전, 도토리 모양의 초록색 솔방울은 난생처음 보았고 분명 초록색 솔방울이지만 술에 담그면 갈색으로 변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솔로 만든 음료수를 유치원 다닐 때부터 좋아했던 나에게 솔방울주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 절대 안 마시고는 못 배기는 향기부터 솔내가 가득한 신기한 술. 게다가 궁금해서 더 못 참겠는 건 작은 이모의 말 한마디였다.


"솔방울주가 왜 좋은가 하면 다음날 숙취가 없어."


술을 좋아하는 조 씨 집안 여자들의 술 정보는 신뢰를 할 수 있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을 술로 채우는 작은 이모의 말은 나에겐 거의 농식품 국가인증급이니까. (물론 작은 이모와 같이 살지 않아서 매일 술을 마시는지는 모르지만 전화할 때마다 술을 마시고 있는 듯해서 과장을 해보았다, 이모 미안!)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고 내 몸이 술독이 되어 가득 채워질 때까지 입안으로 부었더니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세상이 핑핑 도는 맛이었고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 때까지 내 머릿속은 상모를 미친 듯이 돌렸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솔내가 나는 건 기분 탓일까? 솔방울주를 과음한 다음날은 숙취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개운했다. 작은 이모는 역시 술만큼은 농식품 국가인증급이다 : )



- 등산을 좋아하고 산삼이나 버섯 같은 무언가를 케오는 걸 좋아하는 가족이 있습니까?


- (YES) 당신은 행운아입니다! 그분과 가까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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