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위로

맨발이 일기

by 맨발이

석굴암 가는 길

[소박한 위로]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가파르고 높았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차로 갔을 때도 굽이굽이 올라갔었는데 옛일이라 잊고 있었다.

친구와 석굴암으로 걸어가는데 숨이 차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물도 준비하지 않은 터라 입이 마르고 날리는 꽃가루에 콧물이 나왔다. 그때 친구가 준 껌을 씹었는데

침이 돌며 단맛에 힘이 났다. 이 작은 껌이 산행을 하는데 작고 소중한 위로가 됐다.

석굴암 주차장에서 마신 게토레이는 소박한 기쁨이었다. 연둣빛 단풍잎과 신선한 공기와 함께 걷는 친구는 부유한 위로가 됐다. 힘든 산행은 금방 까먹고 석굴암과 알록달록 연등이 기억에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인생과 닮은 것 같은 이날의 석굴암 가는 길, 아무 준비 없이 원피스에 종이가방을 들고 걸었다는 게 지나고 나니 웃음이 난다. 그렇다고 등산복으로 풀 착장 한 사람이 부러웠느냐 그건 또 아니다.

걸을 땐 힘들어 죽을 것 같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싸악 잊게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생과 닮은 점이다. 도착지는 어쩌면 소박하고, 과정이 부자의 길 같다. 그걸 걸을 땐 모를 뿐.


2022.04.20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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