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by 맨발이

머리카락이 하수 구멍으로 모이는 이유.


빠졌다고 해야 할까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잘 붙어 있다가 두피에서 뽀옥 빠져나왔다.

그 일은 어렵지 않다. 시간이 좀 걸리고 두피와 내게 힘이 빠질 때 조금만 더 움직이면 빠져나올 수 있다.


어디로 떨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떨어진 수많은 머리카락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 '그러고 싶지 않아.' 탈출을 했는데 만난 건 물길이다.

입 주변에 난 솜털보다 조금 무거운 나는 물길에 휩쓸려 배수구로 간다.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내 세상이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수 구멍 여행이 시작됐고, 감을 눈 도 막을 코도 없는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끼약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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