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 속으로'처럼 오늘은 어디를 걸을까 생각한다. 평일보다 여유로운 주말이니까. 쉬고 싶지만 놀고도 싶은 토요일이니까.
몸이 기억하는 동네 앞 산, 배롱나무 꽃이 지고 있는 충렬사, 저녁 운동하는 사람이 많은 온천천 등 고정된 장소가 있다. 원하면 시간을 내서 회동동 수원지가 보이는 오륜동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다. 대부분 혼자 걷는다.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이때 느낀다.
만보를 채우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땀이 후둑 묻어난다. 오랜만에 친구와 같이 걸은 날은 "와~좋다. 여행 온 것 같다. 노는 거 좋아."처럼 말을 하면 쿵작을 맞춰주는 대상이 있어서 더 즐거웠다.
걸음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굳이 빨리 갈 필요 있나.
무지개색 파라솔이 펼쳐진 바닷가를 나란히 걷고, 들꽃이 살랑거리는 차도 옆 좁은 인도를 앞뒤로 서서 걷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가게에 자주 앉았다.
동해남부선을 타고 바라본 창밖은 초록이었다. 걸어서 도심 안 자연 속으로 걷고 있다. 누군가 지금 나의 창을 열어본다면 초록이 무성하겠다. 내가 열었을 때는 나비가 쫄랑쫄랑 날아다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