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이 일기
아빠의 문자가 왔다. 옻 오르면 방 어디쯤에 약이 있고 그 약을 2알 먹으면 된다고 하셨다.
어제 부모님 집에 가서 먹은 삼계탕이 옻닭인 걸 먹은 후에 알았다. 모르고 처음 먹은 거라 옻이 오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다. 채식을 지향하지만 보통 혼자 식사를 할 때 그렇고 가족과
친구와 식사를 할 때면 있는 대로 먹는 편이다. 이래도 채식을 지향한다고 말해도 될까?
아침에 온 문자로 따뜻한을 느꼈다. 오늘도 덥지만 희망으로 이 길을 간다고도 덧붙이셨다.
이게 알게 모르게 계속 내게도 가족들에게도 저장돼서 아침이 되면 새 날 새 아침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빠는 알고 계실 것이다. 아빠의 주문이 나에게 가족들에게 주변에 뿌려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내게 그런 말 하나 해줬던가?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었구나. 힘들었던 일, 좋았던 일, 내일 할 일,
3줄은 짧게 기록을 한다. 거울을 앞에 두고 내 눈을 보며 양 입꼬리를 올려 본다. 눈 아래 주름이 지며 광대가 볼록해진다. 하관이 입꼬리를 올리기 전보다 길어진다. 나는 오늘의 내게 고맙다.
말하지 않아도, 건네지 않아도,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여겼다. 오늘은 말해보자. 너무 수고했다.
왜 거울 속 내 눈가가 촉촉해지지?!
(202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