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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사람

해와 달

by 맨발이

옆집 사람은 새벽에 눈이 떠지면 해가 뜨기 전이라도 운동장으로 가서 걷기 운동을 한다. 걷다 보면 해가 밝게 떠오르니까 문제가 되지 않나 보다. 듬성듬성 서있는 가로등에 의지해 걸음을 내딛을 테고,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 돌다 보면 다른 사람이 오고, 속으로 그게 해 같이 반갑고 그렇지 않을까.

해는 매일 지고 뜨지만 사람은 당장 내일을 모른다. 늘 나오던 사람이 안 보이면 무슨 일이 있나, 어디 아픈가 궁금하고 걱정도 되실 것이다. 날이 밝아 올수록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하셨다. 그 시간 나는 여전히 꿈나라에 있다.


20년 가까이 매일 아침 운동을 했던 초등학교는 코로나로 개방을 하지 않게 되자 많이 아쉽다고 하셨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걸었던 곳이고, 찬 바람이 불면 패딩을 입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가셨다고 한다. 다시 전처럼 좀 더 가까운 학교를 걷고 싶어 하셨다.

맨발로 걷는 사람도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와서 공차기를 하는 이도 있다. 출근 전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이 들면서 더 소중해진 몸을 위로하며 나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걸어 나와 하늘에 뜬 동그란 달 아래 사각형의 학교 운동장을 도는 일은 일종의 보약이 아닐까. 쓴 보약을 마시고 입에 넣은 알사탕이 손톱 달처럼 서서히 변한다.



옆집시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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