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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Oct 16. 2017

진지하게, 집을 사고 싶어졌다

전세가는 오르고 있고 만기는 다가오고 있어 슬슬 초조한 요즘




이번 주말의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남향인 데다 경부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뷰의 우리 집. 나는 너른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쬐며 광합성을 했다. 평일에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하려면 어둑한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하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퇴근길은 캄캄하니 평소에는 이런 뷰 이런 날씨를 즐기기가 참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본 원룸들 중 가장 마음에 쏙 드는 이 집의 전세가는 1년 새 삼천만 원이 올라버렸고 계속 오를 것이다. 그래, 내년 여름에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겠지. 아마 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내려가던가, 아니면 지하철역과의 거리도 방의 너비도 창문의 크기도 지금보다는 훨씬 아쉬워지는 곳을 택해야겠지. 뭐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자가 소유자가 아니다 보니 전세 계약이 끝나는 대로 2년에 한 번은 이사를 다녀야 한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이 어쩌고 커리어가 저쩌고 해도, 결국은 주거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어찌어찌 자의반 타의반으로 늘어난 물건들을 버려내어야 하고, 이사를 위해 드는 탐색비용이나 온갖 자잘한 이사비용이 덤으로 붙는 건 당연하다. 매월 나가는 생활비와 주거비용에 현재의 불안정한 주거 형태를 개선하기 위한 저축액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치솟는 집값, 전세가 또는 월세까지 걱정하다 보면, 결국 돈문제 연봉 문제에서 자유로와질 수가 없는 것 같다. 으아아 그야말로 꿈높현시.


리모트 워킹과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가 가져다줄 자유를 찬양하듯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온갖 반론들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2년에 한 번 하는 이사도 이렇게 고되고 지치는데, 그보다 더 자주 주거지를 옮겨 다니는 삶을 언제까지 몇 살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러한 삶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수많은 것들을 우리는 과연 포기 가능할까요. 하물며 마트에만 가도 묶음 판매가 낱개보다 훨씬 싼데,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는 게 과연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뭐 이런 것들. 언젠가는 그러한 반론들마저 해소되는 시점이 오리라. 하지만 그런 새 시대의 첫차가 오려면 아직은 한참 남은 것 같으니까. 어쩌면 내가 그러한 새 시대의 흐름에 조금 늦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그리하여 나 역시도 구시대의 막차를 타고 빚을 풀로 땡겨 하우스 푸어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인 것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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