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격동 '이태리재'에서 치케띠와 파스타를 맛보고 쓰다
워낙에 맛난 음식 맛난 술 좋아하는 둘이라, 서로의 생일이면 특히나 깊이 고민하여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이었던 것 같다. 마침 우리 둘의 생일은 짧은 간격을 둔 연말연시. 연달아 먹을 복이 터지는 즐거운 시즌이지만, 또한 한창 여러 모임이며 약속이 그득그득한 시기이기도 해서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다행히도 레스토랑 맛집 검색 및 예약 서비스인 포잉 (www.poing.co.kr)을 사용한 덕에, 다행히도 평소 눈여겨보고 있었던 소격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태리재' 예약에 쉽고 편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안국역에서 삼청동 아트선재센터와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향하는 길을 오르다가, 이화익 갤러리를 끼고돌면 나오는 골목길로 들어서야 찾을 수 있는 이태리재. 이태리재가 위치한 이 골목에는 크래프트 비어를 파는 기와탭룸을 비롯한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슬며시 엿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나다. 살짝 일찍 도착했던 우리는 이태리재가 들어선 아담한 한옥 마당에서 난롯불을 잠시 쬐다가, 저녁 오픈 시간인 6시에 맞춰 입장했다.
사진으로 여러 번 만나보긴 했지만, 실제로 들어서니 사진보다도 더 아담하고 안락한 느낌이라 좋았다. 오래되어 운치가 가득한 목조 한옥에다 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타일로 구성된 인테리어가 신선하고 조화롭다. 빌라나 아파트와 같은 다세대 가구에 익숙해진지라,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한옥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생경하고 새로운 느낌이 든다. 그런 공간에서 이탈리안 음식을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는 즐거운 경험이 아닐까.
이태리재는 '치케띠'라는 베네치아식 한입 요리와 파스타를 주로 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우리는 메뉴판을 받아 들고 꽤나 고민하다가 이런저런 음식들을 최대한 많이 맛보기로 했다. 워낙에 둘 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많이 먹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치케띠를 조금씩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치케띠 믹스 플레이트와 성게 어란 파스타, 트러플 크림 뇨끼를 시키고, 식전주로는 베니스를 대표하는 칵테일이라는 아페롤 스프리츠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아페롤'이라는 오렌지향 리큐르에 탄산수와 스파클링 와인, 그리고 레몬즙을 섞어서 만든다는 칵테일, 아페롤 스프리츠. 색깔부터가 너무 예쁘다. 한 입 마시니 달콤하고 톡 쏘기까지 하는 시원함에 식욕이 확 돋는다. 식전주 (아페리티보) 문화가 발달한 이탈리아의 식전 칵테일이니 역시. 특히나 볕 좋은 오후에 뉘엿뉘엿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여유롭게 마셔보고픈 음료다. 집에다 아페롤 한 병 정도 사다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아페롤 스프리츠를 홀짝이고 있자니 곧이어 치케띠 믹스 플레이트가 등장했다. 치케띠 믹스 플레이트는 날마다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가 갔던 날의 치케띠 믹스 기본 구성은 광어 카르파치오와, 프로슈토, 치즈, 파테 등을 바게트 위에 올린 4종의 브루스케타, 그리고 아란치니. 여기에 셰프님의 추천에 따라 오븐에 구운 가리비 구이를 추가하여 먹어보았다. 너무 맛나서 한점 한점 입에 넣을 때마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짠 하며 술을 들이키게 되는 음식들이었다.
치케띠 믹스 플레이트를 신나게 집어먹으며 아페롤 스프리츠를 곁들이고 있으니 어느새 이미 성게 어란 파스타는 출격 준비 완료. 비록 이번이 첫 이태리재 방문이라 다른 자리와 비교하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이태리재에 방문한다면 우리가 앉았던 1번 바 테이블 (바 테이블의 가장 오른쪽)을 추천하고 싶다. 셰프님이 직접 이런저런 메뉴를 추천해주시기도 하는 데다, 위의 사진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주방의 풍경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재미 포인트.
이어서 나온 성게 어란 파스타와 트러플 크림 뇨끼. 거의 모든 테이블이 이 두 가지 파스타를 주문했을 정도로 인기인, 이태리재의 시그니쳐 메뉴라고 할 수 있겠다. 찾아보니 이태리재의 전일찬 셰프님은 성게 어란 파스타로 유명한 몽고네 출신이라고. 함께 연희동 몽고네에도 가보았던 우리인지라 그곳의 성게 어란 파스타를 떠올리니, 성게 어란 파스타를 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몽고네에서 시켰던 파스타도 너무나 맛났지만, 이태리재의 성게 어란 파스타도 정말로 훌륭했다. 전남 영암의 어란 명장으로부터 공급받는 어란이라고. (기사 링크) 함께 시킨 트러플 크림 뇨끼도 역시나 대단하다. 진한 트러플 향과 쫀득쫀득한 감자 뇨끼의 식감이 어우러져 즐거운 파스타였다.
비록 사진은 없지만, 파스타를 번갈아 맛보다 보니 술이 부족하여 하우스 와인을 레드와 화이트 각 1잔씩 더 주문해보았는데 하우스 와인 또한 맛났다. 아니 뭐가 이렇게 다 맛있어? 하고 감탄하며 하우스 와인을 마시다 보니 이번에는 안주가 부족해져서 아란치니를 한 피스 추가해 나눠먹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배가 너무나 불렀다. 부른 배를 문지르며 계산대 앞에 서니 셰프님과 매니저님이 음식이 어땠는지 물어보시기에,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는 여러 명이 와서 종류별로 다 시켜먹어 보려고요! 라며 넉살을 부리며 나왔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이었다. 다시 와서 또 맛보고 싶은 곳, 여러 명이 와서 이것저것 종류 별로 다 맛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곳이었다. 다음 번에는 볕 좋은 한낮에 와서 아페롤 스프리츠에 온갖 음식을 다 시켜놓고 먹어보리라. 으아, 이태리재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