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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미 Sep 29. 2024

오디오북 들으며 달리기

독서와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의 딜레마 해결법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아니 주변 소리를 들으며 달렸다. 자전거를 탈 때도 달릴 때도 걸을 때도 나는 귀에 뭔가 꽂고 내 세계에 빠지기보다는 주변의 소리를 관찰했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회사에 새로 입사한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할 때에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서로를 탐색한다. 어느 날 의도치 않게 혼밥을 하러 간 식당에 직원 두 명이 있기에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꽤 친해 보였던 그들은 식사하는 동안 별 대화를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나의 합석으로 그랬을수도 있지만 오히려 내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대화를 유도했다. 대화가 없는 시간을 어색하게 느껴 억지로 대화를 하는 게 아닌 요즘 본 영화 얘기, 운동하는 얘기 세간의 화제가 되는 이야기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대체로 식사 시간에까지 일 얘기를 하는 것만은 쉬고 싶었기에 상대방에 일 얘기를 하는 건 그럭저럭 받아들였지만 내가 먼저 꺼내는 일은 없었다. 무튼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지는지에 등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편이긴 하다. 


그러다 어느 날 달릴 때 템포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그 뒤로 집에 있던 에어팟을 찾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달려보기 시작했다. 에어팟을 꽂으며 달리니 익숙한 음악이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고 나이키런이나 운동앱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1km 당 속도를 알려주어 페이스 확인을 위해 워치를 들어 올려 보지 않아도 되니 도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른쪽 에어팟이 연결이 되었다가 끊어지는 현상이 생기고 A/S를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그냥 왼쪽만 들리는 채로 달리고 있다. 


달리기로 한 시간 주말 아침이 되면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시험 보기 전날 갑자기 피아노가 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갑자기 책이 읽고 싶어지는 것. 마침 읽고 있던 책은 10월 1일 개봉 예정이라고 홍보 중인 '대도시의 사랑법'이었다. 퀴어소설이라는 정보만 있을 뿐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마침 밀리의 서재에서 읽을 수 있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한 명의 주인공이 크게 4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형태였다. 읽고 있었던 부분은 세 번째 '대도시의 사랑법' 챕터였다. 


달리러 나갈까, 책을 읽을까? 내용이 너무 궁금한데. 


그러다 유레카를 외치며 들으면서 달리자는 생각에 다다랐다. 달릴 때 음악만 들으란 법은 없으니.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달리면 되지. 사실 앱에 있는 모든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도 몰랐다. 며칠 전 밀리의 서재로 책을 보다가 재생 버튼을 발견하고 그것이 '자동 넘기기' 버튼인가 하여 눌렀다가 오디오북으로 소리 내어 읽어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터였다. 


그렇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귀에는 한쪽만 들리는 에어팟을 양쪽에 꽂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 코스로 향했다. 오디오북을 켜고, 나이키런과 운동 앱을 동시에 실행했다. 허리에는 휴대폰 넣은 벨트를 찬 상태였다. 선크림을 바르긴 했지만 머리가 너무나도 붕 뜬 상태여서 파란색 모자를 썼다. 언제나 달리기 시작하는 스폿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들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6km 달리기. 


시원한 바람, 생각보다 한적한 러닝 코스 그리고 들려오는 ai 가 읽어주는 음성. 나쁘지 않은 조화였다. 달리기보다 귀에 신경이 더 가 있긴 했지만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조금은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초반 페이스를 천천히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1km 당 기록은 7분 10초 정도로 내가 원하는 목표와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3km  반환점에 다다랐다. 다리를 건너 되돌아가는 코스로 진입했다. 생각보다 달리는 것이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거리 목표를 좀 더 길게 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음번에는 10km 목표로 설정해 봐야지 생각하며 오디오북에 집중하며 여전히 다리는 열심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목적지에 다다르고 어느새 소설은 '대도시의 사랑법' 챕터가 끝나고 '늦은 우기의 바캉스'로 넘어가고 있었다. 5.91km. 44분 07초 1km 당 7분 28초의 페이스. 오늘의 기록이었다. 


음악이 아닌 오디오북 들으며 달리기는 처음이었지만 나의 두 가지 욕구를 한 번에 충족시켜 주는 경험이었다. 사실 우리는 이런 멀티태스킹을 일상 속에서 종종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 들으며 드라이브하기. 사실 그 들으며 부분을 바꾸는 것이 선택인데 나의 경우는 음악보다 오디오북인 것이다. 나의 취미 중 하나는 만들기이다. 그중 바느질로 하는 프랑스자수로 종종 작품을 만드는데, 손으로 바느질을 하는 동안 주로 오디오북을 듣는 편이다. 종이책을 좋아하지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독서앱을 유지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이다. 두 가지를 함께하면 하나에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도 맞는 이야기이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멀티태스킹이 좋고 그것이 나의 특기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나의 감각은 언제든 열려있고, 그러한 것들을 통해 내 몸에 축적된 무언가는 언제곤 쓸모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책을 좋아하고 달리기도 좋아한다면 한번쯤 오디오북을 들으며 달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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