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면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직장 상사가 골프를 배워보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제주도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지인의 골프예찬론을 듣고 이참에 배워보자 마음을 먹게 된 것. 지인의 골프예찬론은 우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고 꼭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골프장 위치 자체가 리조트 내에서도 경관이 좋은 곳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배워두면 좋다는 것 그리고 여유롭게 친목도모하며 하기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등 구기종목은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운동신경을 가졌기에 골프에도 큰 관심은 없었는데, 한 번 배워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에 3개월 24회 레슨을 등록했다. 인도어에서 배웠으면 좋았으련만 일단은 스크린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기본적인 아이템(골프화, 장갑)만 갖추고 레슨을 시작했다.
첫 번째 레슨을 받고 나서 레슨을 시작했다고 직장 상사에게 얘기하니 클럽을 선물로 주셨다. 안 그래도 당근마켓에서 중고클럽을 알아보고 있던 차였는데, 클럽을 선물로 주시다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초반 레슨에는 7번 아이언을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클럽 몇 개를 담아서 다닐 수 있는 하프백을 장만했다.
보통 레슨은 주 2회 정도 받고 레슨이 없는 날에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했다. 거의 매일 1시간~ 1시간 30분 정도씩 연습을 하면서 골프가 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임을 알았다. 사실 골프가 운동이라는 생각을 좀처럼 할 수 없었다. 스윙 몇 번하고 슬슬 걷거나 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또 스윙하고 정말 운동이 될까? 의문이 항상 있었기에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스윙을 하려면 하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야 했고 스윙을 반복할수록 땀도 흐르고(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임에도) 50분 연습을 하고 나면 굉장히 힘들었다. 어찌 되었든 초반 운동을 시작할 때는 나름 흥미를 가지는 편이라 연습만큼은 빠지지 않고 하려고 노력했다.
코치마다 레슨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의 레슨 코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동작을 반복적으로 시켰다. 이유를 알아야 납득이 가는 나로서는 그의 레슨 방식이 썩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초보인 나는 그의 말대로 묵묵히 따랐다. 정말 생초보라 기존의 자세라는 게 없는 상태였기에 골프 입문하기 좋은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스윙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나의 자세를 보고 이리저리 교정을 해 주며 본인이 시범도 보이지만 바로 적용이 되지 않았다. 수없이 그 동작을 반복해야 자세가 만들어지는데 잘못된 자세로 100번 1000번 스윙을 한들 자세가 잡히지 않는 법. 유튜브도 많이 보고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과 자세를 반복해서 보더라도 레슨은 진도를 나가며 배우는 것과 더불어 나의 자세를 확인하는 목적으로도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배우면서 직장 내 팀원 한 명이 떠올랐다. 유독 실수가 많고 능력치가 낮은 직원이었다. 반복 작업조차도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번번이 실수가 있었고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에도 수치 입력을 잘못하거나 변수 계산을 하지 않아 잘못된 숫자가 올라오곤 했다. 그가 올리는 자료는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본적인 것을 그에게 기본으로 인식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직원의 태도를 이해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는 실행이 되지 않는 나를 보며 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달까? 느리더라도 반복을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나도. 그도. 힘들더라도 원하는 게 있다면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지름길일 것이다. 부디 그도 같은 마음으로 노력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