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레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손톱길이이다. 둘 다 손톱이 1mm가 넘어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어릴 때는 매니큐어를 바르고 싶어서 손톱을 겨우겨우 길러보기도 했는데, 손톱이 길 때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했다.
지금도 궁금한 것이 네일아트를 받는 사람들이다. 손톱에 큐빅이며 젤을 듬뿍 올려둔 모습이 패션과 잘 어우러졌을 때 예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집과 회사 근처의 네일숍에서 한 두 번 네일을 받아보았고, 지인이 네일숍을 열면서 테스트 대상이 필요하다고 하여 서비스로 네일을 받아보기도 했다. 네일아트를 하지 않더라도 손톱케어를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기는 하여 컬러네일을 받지 않고 기본만 받고는 했다. 그럴 때면 정돈된 손을 보며 나름의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단순 네일케어까지는 그렇다 쳐도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1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네일아트를 붙이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신기하면서도 경악을 하게 된다. 손톱이 저렇게 길면 어떻게 생활을 하지? 손톱이 꺾이면 어떻게 하지? 아아악.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손톱이 자라는 원리가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손톱을 깎아도 끝부분이 하얗게 자라다는 게 끝 쪽으로 노폐물이 몰리면서 손톱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원리라고 하는데, 어찌 되었든 손가락 손톱 안쪽에서 뼈가 계속 자라 올라온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느낌상으로는(과학적인 사실은 아닌 것 같지만) 손을 자주 씻을수록 손톱이 빨리 자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목욕탕에 가면 뭔가 손톱의 하얀 부분이 더 늘어나 있어서이다. (손톱이 빨리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씻지 말아야 하나...;)
다른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손톱이 여행할 때 성가신 존재가 되곤 한다. 2~3일이면 손톱이 금세 자라 올라와 흰색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보통 집에서는 흰색 라인이 보이면 바로 잘라내지만 여행할 때는 그러지 못한다. 여행지에서 손톱을 깎고 싶어서 사 모은 손톱깎이가 집에 모여들면서 이제 더 이상 여행지에서 손톱깎이를 사는 것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레오의 경우 아무 손톱깎이로나 손톱을 자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러 손톱깎이를 사용하면서 가장 좋은 것을 발견했기에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에 나는 어떤 손톱깎이든 문제없다. 손톱을 자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번에도 일주일 간 여행을 하면서 자란 손톱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이미 2mm 정도로 자라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한국 집에 도착해 짐 정리를 하며 옷가지를 세탁기에 돌리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손톱을 깎는 일이었다. 서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는데, 샤워하고 각자의 방에서 손톱을 깎는 나와 레오. ㅎ 10년 이상 함께 살다 보니 많은 것이 닮아간다. 서로의 취향으로 변하는 것도 생겨 나와 그의 취향이 바뀌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여전히 손톱 위에 답답하게 무언가를 올리는 일은 하지 못한다. 가끔 예쁜 컬러의 젤네일을 보면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내 그 마음을 접고 투명 손톱영양제만 바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