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와 베트남 하노이로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자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 베트남이었다. 작년 12월 연말 여행으로 호찌민에 다녀오고 올해 봄, 결혼기념일 휴가로 다시 호찌민에 다녀왔다. 숙소는 처음 여행 때 묵었던 곳과 같은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해 다녀왔다. 여행을 할 때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를 선호한다. 가격면에서도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살듯이 여행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편이다. 그렇게 호찌민 여행을 다녀오니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 가고 싶어 져 이번 코스는 하노이로 정해 보았다.
첫째 날 3박을 예약한 하노이 숙소는 호안끼엠 호수 인근의 중심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였다. 1층과 2층이 복층으로 연결된 꽤 넓은 공간의 숙소였는데, 현지인들이 사는 곳에 쏙 들어가 있어서 위치면으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짐을 풀고 인근 동네 구경을 할 겸 가볍게 밖으로 나와 걸었다. 숙소 바로 옆옆 건물에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어 간단히 요기도 하고 커피도 마실 겸 카페에 들어갔다. 반미와 쌀국수 커피를 주문하고 가볍게 허기를 채웠다. 아침에 일어나 기내식을 먹은 뒤로는 처음 먹는 식사였다. 나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고(베트남 물가가 전반적으로 저렴하긴 하지만) 해서 숙소에 묵는 동안 종종 들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영업시간을 보니 아침 6시 오픈이었다. 아침을 이곳에서 해결해야겠군 생각하고 인근을 둘러보았다.
기찻길 구경과 마사지, 야간시티투어버스 탐승, 호안끼엠 호수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왔다. 샤워 후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새벽 5시 30분 정도가 지나자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일찍 잠에 든 탓에 아침에도 일찍 눈이 떠져 대충 옷을 걸치고 밖에 나가니 베트남의 아침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잠옷을 입은 채로 아침 운동 겸 산책하는 사람들, 아침을 준비하는 가게들, 생고기를 파는 매점이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잠옷차림으로 나와서 고기며 과일이며 채소를 구입하고 그 옆으로는 쌀국수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가득이었다. 활기찬 베트남의 아침이었다. 레오는 어제 요기를 채웠던 카페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러 간다기에 50만 동을 주었다. 레오는 테이크아웃 잔이 아닌 컵에 음료를 받아왔다. 마시고 가져다줄거라며. 그렇게 모닝커피를 마시고 동네 산책 겸 어제 지나가다가 샴푸해 주는 샵을 발견해 머리나 감을까 해서 밖으로 나갔다. 아쉽게도 미용실은 문을 열지 않아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의 쌀국숫집에서 따끈한 국물의 쌀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 반미를 먹을까 하여 다시 아침에 커피를 주문한 카페에 들렀다.
사단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반미 가격을 계산하려 하자 아까 커피값을 계산 안 했다며 함께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응?! 무슨 말이지? 보통 베트남에서는 나갈 때 계산을 하는듯한데, 레오가 커피를 반납하러 가자 계산을 안 했다며 커피값을 내라고 했단다. 레오는 당연히 아까 계산했다고 말하고 나왔는데, 소통이 안된 것 같다며 나에게 설명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 번역기 어플을 써 가며 아까 계산을 했다고 이야기하니 계산을 하지 않았다는 답만 돌아왔다.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을 하지 못했다. 계속 계산을 하라는 말만 반복되었다. 사실 커피값이 한국돈으로 천 원 정도라 지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계산을 안 하고 무단취식을 한 게 된 상황.
황당한 상태로 번역 어플로 대화를 하며 계산대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CCTV가 있었다. 내가 CCTV를 확인하라며 당당히 말했다. 그제서야 그들은 레오가 왔던 시간을 묻고 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대략 시간은 6시 30분. 다행히 그때쯤 찍은 사진이 있어 시간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 시간대의 영상을 확인하니 레오가 돈을 주고 계산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제야 미안하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는 직원들. 너무나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주문한 반미를 받아 들고 숙소에 돌아와 먹으면서 다시는 거기 가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CCTV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락없이 커피값을 다시 내야 할 상황이었을 거다. 소란을 일으켜 공안에 끌려갔으려나..? 이런 일이 또 생기지는 않겠지만 여행지에서는 영수증을 잘 챙기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동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짧은 2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런 게 에어비앤비 숙소에 묵는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랄까?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잘 마무리되었으니 나름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겨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