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노미 Oct 31. 2024

퇴사와 이직

대학 마지막 학기인 4학년 2학기부터 인턴을 시작해 바로 취직을 했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거의 18년이 되어간다. 한 번의 휴학도 없이 대학 4년을 내리 다녀 졸업했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퇴사와 이직을 하면서 중간에 조금 쉬었던 텀이 있기는 하지만 뭔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부터는 1년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 쉼에 대한 갈망이 항상 맘 속 한편에 있었다.


이러함 마음속 갈망 해소와 개인적으로 계획하는 일들이 있어 10월 31일, 5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를 고민한 시점은 작년 이맘때쯤이었고 올해 8월 말 완벽한 결심을 하고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다. 9월 중 후임자 채용을 하고 10월 초 인수인계를 마친 뒤 나머지 연차를 계산해 사용하니 마지막 출근일이 10월 중순이 되었다. 팀원으로 입사해 팀 리더가 되면서 팀원 5명을 이끄는 리더였기에 실무보다는 관리적인 측면이 높은 시기여서 이 자리를 마다하고 일을 그만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매번 퇴사와 이직을 할 때 그랬던 것 같다. 다들 왜 그만두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 나에게 1년의 휴직을 제공했다면 달라졌을지도. ㅎ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1년의 휴직을 제안해 본 적도 제안을 받아도 받아 본 적도 없었다. 아! 3개월의 휴직은 제안을 받아봤지만 온전한 쉼이 필요했던 시기였기에 수락하지 못했다. 


20대에는 서른이 되기 전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도전하고 일을 했던 시기였다. 디자이너, 기자, 영상 콘텐츠 제작,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서른이 되면서 쭈욱 공익단체를 기반으로 일을 해 왔다. 


서른 이후에는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할 때 한 달 정도는 쉼을 만끽했지만 시기가 길어질수록 마음속에 조급함이 자리 잡았던 것 같다. 한참 일을 해야 할 시기에 내가 쉬는 게 맞는 걸까? 다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등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온전한 쉼을 누리기보다는 재취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입사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길게 쉬어도 3개월이 전부였다. 


한 번은 조금 길게 쉬고자 마음먹고 아침 운동 및 배우고 싶었던 과정들을 수강하며 즐기다가 재밌는 제안이 들어와 일을 시작하게 된 적도 있다. 모두 나의 선택이지만 나의 쉼을 방해하는 요소는 언제든 있었다. 


사실 이번에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쉼을 계획하고 그동안 쓸 비용들도 준비를 해 둔 상태인데, 출근 마지막 날 재밌는 제안이 들어왔다. 헤드헌터 제안을 종종 받았었는데, 회사를 다닐 때는 이직에 큰 관심이 없던 때라 관심 있는 포지션일 경우에도 거절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퇴사하는 상황! 마침 관심 있는 포지션에 좀 더 규모도 큰 곳인지라 채용 과정을 경험해 볼 겸 하여 프로세스를 밟아보기로 결정했다. 헤드헌터에게 제안 수락 의사를 전달하고 지원 가이드를 메일로 받아보았다. 영어를 기본 소통 언어로 사용하는 회사이기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영문으로 다시 작성해야 했다. 


영문 이력서를 제출하고 하루이틀이 지나 회사 인사팀에서 포지션을 조금 변경해서 지원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이 왔다며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앗! 그런데 사실 그 포지션이 내가 더 관심 있는 포지션이었던 것!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그 포지션으로 서류전형 검토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지원을 하고 1~2일이 지났나?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현재 연봉과 희망연봉을 알려달라고. 현재 연봉을 작성하고 희망연봉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웹서핑으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보통 10~15% 사이로 올려서 작성한다는 내용들을 보며 내가 지원하는 포지션과 회사의 규모 등을 감안하여 희망연봉을 작성했다. 글로벌 회사라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부분에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배짱인지 희망연봉은 꽤나 높게 작성을 했다. 사실 지금의 연봉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런 부분을 감안하여 내가 만족하면 일할 수 있는 금액으로 작성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헤드헌터를 통해 내부 예산 룸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니 내가 제안한 연봉은 그 안에 충분히 들어오는 수치였다고. 좀 더 올려도 되었으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연봉 내용을 전달하고 하루이틀이 지나 서류전형에 통과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인터뷰에 대한 안내를 받았는데, 살짝 멘붕이 왔다. 영어 인터뷰로 진행된다는 것. 면접관이 총 3명인데, 라인매니저와 한국 디렉터, HR매니저가 면접에 참여한다고 했다. 한국디렉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이었기에 영어로 소통해야 했다. 답변을 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영어로 해야 한다니 어질어질했다. 처음에는 온라인 면접으로 진행된다기에 AI의 도움을 받아 답변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면접을 이틀 남겨두고 대면 면접으로 방식이 변경되었다. 사실 면접은 거의 포기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예상 질문을 추려서 답변을 작성했다. 영문으로 답변을 작성하고 휴대폰에 내용을 담았다. 면접 당일, 라인매니저는 화상으로 참여하고 한국디렉터와 HR매니저를 대면해 만났다. 다행히 두 면접관은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 상태여서 내가 한국어로 답변하는 것을 어느 정도 번역기에 의존해 라인매니저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 


예상 질문에 있는 내용은 양해를 구하고 미리 작성한 내용을 보면서 영어로 말하고 그러지 못한 질문은 한국어로 답변하였다. 그런데 되짚어보니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무래도 질문은 전부 영어로 했는데,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들으면서 답변을 준비할 태세를 갖추지는 못했던 것. 어찌어찌 답변을 마무리하고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미리 준비한 질문과 들으면서 생각난 질문들을 했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분에 있어 부족함이 많을 텐데 그런 부분이 일을 할 때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영어를 잘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일을 잘하면 영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하! 그렇지! 맞아!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라인매니저가 외국인이니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는 문제였다. 다행히 내 발음이 좋다는 얘기를 덧붙여 주었다.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어찌 되었든 좋은 세상이다.


어제 면접을 보았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지인으로부터 다른 제안도 받고 다른 헤드헌터로부터 포지션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흥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일단은 계획한 일들이 있기에 바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 없기도 했다. 위 제안의 경우는 내가 관심 있고 하고 싶었던 포지션이기에 약간은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안을 수락한 케이스였다. 사실 궁극적으로는 이 시기를 보내고 나면 위 분야에 적극적인 구직을 할 생각이기에 과정을 익혀두자는 생각에 수락한 부분이 크다. 내가 충분히 쉽게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하고 싶었던 분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고려하는 상황이다. 


결과가 어찌 나올지 모르지만 합격을 하더라도 몇 가지 관문이 남아있다. 과제 제출 및 프레젠테이션, 인성검사, 평판조회까지. 이러니 회사를 다니면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모쪼록 과정이 이어진다면 최선을 다하되 재밌게 해 볼 생각이다.

이전 11화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는 안되던 골프 스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