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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미 Nov 07. 2024

퇴사 후 하루 일과

5시 30분 기상 : 10시 30분 취침

10월 중순 퇴사를 하고 10월 말까지는 휴가로 처리된 기간이었기에 본격적인 퇴사 후의 일상은 사실상 11월부터였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시간이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 퇴사를 한 것이었기에 시간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말자는 다짐을 했었다. 10월 말까지는 그래도 퇴사를 했으니 지인들도 많이 만나고 낮 시간에 하고 싶었던 일들도 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 하지만 다른 일이 있었기에(앞편에 글을 썼던 것처럼) 마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다. 


조금은 계획적인 11월부터의 시간을 위해 10월부터 조금 바지런을 떨며 준비를 했다. 퇴사 후 일상은 운동, 영어공부, 여가 이 3가지를 큰 주축으로 구성했다. 그중 1순위는 영어공부! 사실 커리어 확장을 위해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려고 퇴사한 것도 있기에 하루 최소 6시간의 영어공부 시간을 잡아두었다. 그 외 나머지 시간은 운동, 여가, 식사, 집안일 등...으로 구성했다. 


영어는 하루 6시간 이상 학습을 위해 공부한 시간을 체크해 가며 공부중이다. 영어를 계속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학원을 다닐까도 고민했는데, 우선 독학으로 먼저 공부해 보기로 했다. 사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효과적인가 하는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웹서핑을 열심히 한 결과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방법으로 3가지를 실천해 보기로 결정했다. 첫째는 난이도가 쉬운 영화 쉐도잉으로 따라 읽기다. 1. 자막 없이 2번 보고, 2. 스크립트, 대본을 다운로드하여 보면서 따라 읽고 3. 입에 붙지 않는 문장이나 자주 나오는 표현은 체크해서 계속 크게 말하기. 이렇게 영화를 5번 정도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생각보다 상황과 연기를 보면서 영어를 따라 말하다 보니 표현을 통으로 외우는 게 자연스럽게 되는 게 신기했다. 둘째는 CNN10을 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말하기이다. CNN10은 10분 분량의 뉴스로 앵커의 발음이 꽤나 명확하게 잘 들린다. 기자들의 발음은 좀 더 빠르고 듣기 어렵긴 하지만..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으로 들을 수 있고 스크립트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들리는 대로 말하기를 반복하여 연습한다. 셋째는 Grammar In Use로 문법 공부하기다. 문법 공부에는 이 책 만한 게 없기는 해서 intermediate 버전으로 전체적으로 3번 정도 볼 예정이다. 전체를 다 보기보다는 스터디 가이드를 통해 헷갈리는 유닛을 위주로 공부하고 어려운 유닛을 다시 살펴보는 형식으로 빠르게 훑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렇게 두 달의 기간 동안은 독학으로 하루 6시간 이상씩 꾸준히 공부해 보고 이후 학원의 도움이 필요하면 다녀볼 생각이다. 부디 효과가 있기를! 


영어 공부는 오전 오후 저녁 시간에 나눠서 하고, 보통 5시 30분에 기상을 해 아침에는 골프, 수영, 러닝 중 한 가지 운동을 한다. 월수금은 골프, 화목은 수영, 토일은 러닝을 한다. 운동은 체력관리를 위해서든 건강을 위해서는 필수적이기도 하고 3가지 운동 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운동이어어서 매일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한 기상이 즐겁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헬스장과 골프연습장이 있는데,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는 이용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보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는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 사람이 차 있으면 운동을 할 수 없다. 신축아파트 2년 차인데도 시설 관리도 생각보다 실망스럽다. 그래서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를 다니고 있다. 차로 5분 거리에 있지만 월 사용료를 낸 그 시간만큼은 내가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어서 골프연습장과 수영은 체육센터 월 이용권을 끊어 운동하고 있다. 골프는 첫 타임인 6시~7시 30분 운동을 하고 수영은 8시~9시 타임 자유수영을 한다. 골프는 첫 타임이고 6시 시작이라 생각보다 6시에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총 9개 타석이 있는데, 한 30분 정도 연습하고 있으면 그제야 한 명, 두 명 오기 시작한다. 7시 30분까지 운동할 수 있으니 꼭 6시까지 오지 않아도 된다. 수영은 8시 시작이기에 월수금보다는 조금 늦게 6시 30분에 기상을 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수영강습을 신청하고 싶었는데 알겠지만 수영 강습은 기존 수강생들이 거의 다 연장해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는다. 자유수영이 오전 8시와 오후 3시에 있는데, 다행히 8시 타임에 자리가 나서 자유수영 강습을 끊을 수 있었다. 자유수영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50분 이용 시간 중 나는 거의 20~30분 정도 수영을 하고 나온다. 계속하고 싶지만 체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호흡이 너무 불안정해져서 아직은 오래 하기가 어렵다. 어르신들이 쉼 없이 힘 빼고 계속 수영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신기할 따름이다. 계속하다 보면 나도 50분을 채워서 수영할 수 있겠지..? 이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골프와 수영 스케줄을 마치면 주말은 러닝의 시간이다. 사실 러닝은 매일 하고 싶은데, 종일 운동만 할 수는 없기에 주말에 하는 운동으로 빼 두었다. 그래서인지 러닝을 하는 주말 아침이 참 기다려진다. 10월 말, 10km 마라톤을 완주한 뒤로는 아침에 가급적 10km를 달리려고 한다. 심박수도 조금씩 내려야 하고 페이스는 조금 올리고자 연습을 지속한다. 이른 새벽에 나와 달리다 보면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렇게 아침 운동을 하다 보니 아침식사를 꾸준히 먹게 되었다. 회사 다닐 때는 아침을 먹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퇴사를 한 지금은 무려 삼시 세 끼를 챙겨 먹는다. 내가 하루 세끼를 먹게 될 줄이야! ㅎㅎ 몸을 많이 사용해야 했던 농경사회에서나 하루 세끼를 먹지 그렇지 않고서는 세끼씩이나 먹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던 나였다. 지금은 아침으로 토스트 2장, 사과 1개, 커피 또는 차를 1잔 마신다.  점심은 한 그릇 음식을 간단히 만들어 먹는다. 달걀을 2개 삶아서 먹기도 하고, 비빔밥, 볶음밥 등을 해 먹는다. 저녁은 레오와 함께 조금은 차려 먹는다. 국이나 찌개, 주문한 반찬들 또는 고기를 굽거나, 파스타를 하는 등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재료에 따라 요리를 한다. 나는 간식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식사를 통해 먹는 것이 하루에 먹는 것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간식은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커피 또는 차, 물 등은 계속 마시는 편이다. 


이렇게 운동, 영어, 식사를 제외한 시간은 여가시간이다. 여가시간에는 전시관람, 영화 또는 공연 관람, OTT시청하기, 지인을 만나거나, 독서, 근교여행, 웹서핑, SNS 등을 한다. 공연을 보다가 레오를 만났을 정도로 공연 보는 것을 참 좋아해 하루걸러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을 보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약간 그 시절을 생각하며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기면 거절하지 않고, 보러 다니는 중이다. 전시나 팝업스토어도 찾아다니고, 드라마는 안보는 게 없을 정도로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아! 이건 회사 다닐 때도 하던 것이긴 하다. 요즘에는 정년이,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 조립식 가족 등을 챙겨보고 있다. 지옥 2처럼 신규로 나오는 OTT시리즈도 당일 바로 정주행을 한다. 지인들도 열심히 만나고 있다. 퇴사한다니 연락을 준 분들도 많았고, 내가 연락한 사람들도 있고, 이래저래 연락을 주고받다가 만나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항상 즐겁다. 사실 먼저 만나자는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다행히? 먼저 만나자는 사람들이 많아서 열심히 만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먼저 연락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은 오디오북으로 열심히 읽는 중이다.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프랑스자수나 러닝 등을 하는 편이다. 


어제는 밑미에서 준비한 오프더레코드 전시에 사전예약을 해 다녀왔다. 성수에서 하는 전시였으면 안 갔을 확률이 99%인데, 마침 내가 좋아라 하는 서촌에서 전시 중이었다. 1시간 30분 동안 관람이 가능했는데, 그 시간을 가득 채우고 나왔다. 117명의 일기장 같은 기록을 볼 수 있었는데 퇴사한 지금 시점에 다녀오기 좋은 전시였던 것 같다. 전시는 방해꾼 테스트. 후나온 결과지를 토대로 관련 리추얼 기록을 보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신발을 벗고 전시장에 들어가 코타츠 테이블에 앉아 리추얼 기록을 보는 게 신선했다. 모든 부분이 세밀하게 기획되어 디테일한 부분들 전부 좋았는데, 전시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전시관람 후 마지막으로 들르는 코너인 '야마하와 함께 꾸민 음악 기록방'이었다. 헤드셋을 끼고 드럼,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 볼 수 있었다. 난생처음 전자드럼도 쳐 보고, 오랜만에 피아노도 쳤는데, 정말 얼마 만에 피아노를 치는 걸까? "어릴 때 우리는 모두 악기 연주자였다."는 거울 속 카피처럼 어린 시절 피아노, 바이올린, 리코더를 배우던 때가 생각이 났다. 악기가 먹고사니즘을 해결해 주지 않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이유는 그 이상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래도 조만간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될 것 같다. 


퇴사를 하고 보내는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더 소중해진 느낌이다. 하고 싶은 공부, 활동, 식사를 하면서 내가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커튼 세탁을 하면서 집안 곳곳을 청소하면서 화분의 식물을 돌보면서 화장실 샤워부스와 욕조 청소를 하면서 침대를 정리하면서 문득문득 이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느낀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10시에는 다음날 Do list를 간략히 작성하고 나면 하루를 마치고 10시 30분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 회사에 가기 위한 기상이 아닌 다음날 출근을 위한 취침이 아닌 내가 좋은 것들로 채워지기 위한 기상과 취침을 하는 요즘이 참 좋다. 이 좋은 기분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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