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다녀간 하루
숙소를 운영하다 보면 참 별의별 일이 다 생겨요. 이번 이야기는 제 숙소에 경찰이 찾아왔던 하루에 관한 이야기예요.
게스트는 캐나다에 이민 간 한국인 동포였어요. 엄마와 아들, 그리고 조카까지 세 명이 2주 동안 묵기로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약은 이분들이 아니라 지인이 대신 해 준 거였어요. 저는 당연히 예약자가 머무는 줄로만 알았죠. 체크인 당일 저는 출장이 있어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도어락 앱을 통해 무사히 입실했다는 건 확인했어요.
참고로 제 숙소의 유일한 IoT 기능이 바로 이 도어락이에요. 게스트 휴대폰 뒷자리를 비밀번호로 설정해주는데, 덕분에 비번 고민도 줄고 보안도 철저해져서 참 편리합니다.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으니 더 안심이고요.
다음날 오전, 일정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예약 문의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문의자는 현재 숙소에 묵고 있는 게스트의 ‘가족’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름이 예약자와 다르다 보니 저는 쉽게 믿을 수가 없었죠. 이 가족분은 계속 게스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후에 숙소에 들를 수 있으니 그때 확인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어진 연락은 더 다급했어요. 전화를 계속 받지 않고, 혹시 나쁜 일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거예요. 결국 경찰을 보내겠다며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죠. 저는 가족임을 확인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주소를 전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예약자에게도 연락을 해보니 “자기는 대신 예약만 해 준 거라 메시지를 보내 보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가족분은 끝내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어요. 인근 파출소에 출동 요청을 한 거죠. 결국 빌라 앞까지 경찰이 출동했지만, 정확한 호수를 몰라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아 서둘러 볼 일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어요.
숙소에 도착해 벨을 누르자 문이 열렸습니다. 잠에서 막 깬 듯한 게스트가 나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제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알고 보니 전날 밤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두고 깊은 잠에 빠졌던 거예요. 시차도 있고, 침대가 편했던 탓인지 전화가 온 줄도 모르고 푹 잠들어 있었던 거죠. 휴대폰을 확인한 게스트도 놀라며 곧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렇게 오해는 풀렸습니다.
그제야 가족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에게 사과를 하셨어요. 메지시로 '피해 끼쳐드려 죄송하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요. 하루 종일 시달리던 제 입장에서는 조금 허탈했지만, 가족의 과잉 걱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오랜만에 한국에 온 가족이 연락이 되지 않으니 별별 상상을 다 하셨던 거겠죠.
결국 이 일로 제가 배운 건 하나였어요. 여행 중엔 가족과 자주 연락하자. 작은 걱정이 쓸데없는 오해와 해프닝으로 번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휴대폰 무음은 하지 않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