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카는 유튜버가 되었고 나는 선생님이 되었지.
나는 인터넷 고스톱에 빠졌었다. 대학생 때 학교 컴퓨터실에서 친구가 고스톱을 가르쳐줬다. 비슷한 그림의 짝만 대강 알았지만 친구를 통해 초단, 고도리, 광을 배웠고, 그 이후 가끔 사이버 고스톱을 쳤다. 그러다 결국 중독되었다.
인터넷 고스톱은 매일 기본 게임 머니를 지급한다. 처음에는 그 돈이 떨어질 때까지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멈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게임을 그만두는 대신 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게임 사이트에서 한 사람당 아이디를 3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넷00, 한00에 아이디 3개씩, 총 6개의 아이디를 돌렸다. 매일 6번의 패자부활전이 있었고, 한 달 동안 일해야 월급이 나오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가상 세계에서는 매일 나에게 적지 않은 용돈을 챙겨주었다. 재미도 있는데 매일 돈도 주는 고스톱게임을 마다할 순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잃는 돈보다 따는 돈이 많아졌고, 그만큼 더 깊이 빠져들었다. 한참 중독되었을 때 하루에 10시간을 내리 고스톱만 한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그 자리에서 게임을 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져 있었다.
고스톱 사이버 머니가 1억이 넘은 날, 나는 내가 드디어 새로운 수준의 세계로 진입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기롭게 판돈을 올려 게임을 했다. 등급 높은 게임판에 올라가자 몇십억 게임 머니를 가진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드디어 나의 게임머니가 2억 3천이 되었다. 현실 자산이 1500만 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온라인 고스톱 2년 만에 2억이 넘는 사이버 머니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의 돈은 내가 딸돈으로 보이고, 나보다 돈이 적은 사람의 돈은 내가 벌 수 있는 돈의 한계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을 골라 상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당 10만 원인 맞고방에 입성했다. 두려웠지만 더 높은 등급에 올라가기 위해 돈이 더 필요했다. 첫날은 실패였다. 상대는 나와 수준이 달랐다. 결국 돈을 꽤 잃었지만 괜찮았다. 다시 따면 되니까. 둘째 날은 어제와 비슷한 금액으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비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셋째 날, 계속 돈을 잃었지만 본전을 생각하니 게임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또 내가 만든 방에서 나가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오기로 버텼다. 고민하던 중 패가 새로 깔리고 네 바퀴만에 상대의 '고'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패를 모두 놓았을 때 나는 2년간 고스톱을 하며 모은 돈을 모두 잃었다.
돈을 잃은 후 나는 등급을 팔아서 돈을 채웠지만 잃은 돈을 만회할 수는 없었다. 결국 점 10만 원의 게임을 하던 나는 초보방으로 돌아왔다. 사이버 머니 대신 게임 승패만 남았다. 나의 전적은 많은 게임을 했지만 아직 초보라는 사실만 보여줬다. 2년의 시간은, 그렇게 한순간에 허무해졌다.
몇 달 뒤 나는 게임사이트의 아이디 6개를 모두 지우고 넷00, 한00에서 탈퇴했다. 2년의 시간을 삭제하면서 게임을 하던 시간에 뭔가 남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에 방송통신대에 원서를 넣었고 '문화교양학과'에 편입했다. 게임하던 시간을 공부로 채워 성적우수 장학금을 2번 받았고, 사이버 머니 대신 현실에서 잔고를 불려서 1년 뒤 직장을 옮길 때 전세금을 모아 빚 없이 이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1회 졸업생이 되었고, 2년 뒤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도박 예방 수업을 하거나 인터넷 사용 지도를 할 때 이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이 그 도박, 인터넷 중독을 오랜 기간 경험해 봤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에 뭐라도 다른 것을 했으면 박사학위를 땄거나 전문가 자격증을 가졌을 텐데 결국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고.
그래도 딱 하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경험담이 남았다. 나의 부끄러운 고백이 너희들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길, 내가 잃어버린 시간이 너희에게 교훈으로 남길 진심으로 바란다.
P.S. 진짜 돈으로는 안했단다. 그건 손목을 걸어야 하거든. 다만 인터넷 게임 중독은 손목 터널 증후군이 남는 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