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방학 때 공부 어떻게 할거예요?

아이 둘 키우는 초등맘의 방학 계획

by 소만

겨울 방학을 앞두고 지인이 나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이번 방학 때 **이 공부 어떻게 할 거예요?."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 학부모에겐 학기 중보다 힘든 시간이다. 맞벌이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일을 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하다. 이왕 맡기는 거 공부를 시키면 더 좋겠지. 방학이니 평소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추가한다. 보충해야 할 과목도 넣고, 평소 배우던 것은 계속하며, 추가 학습을 대비해 일정을 짠다. 캠프 일정을 넣거나 그 틈틈히 여행도 계획한다. 방학 스케줄을 짜야하는 학부모는 방학 전이 훨씬 바쁘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질문 대상자를 잘못 고르셨어요. ㅎㅎㅎ 특별한 공부 계획은 없고요, 영어는 팝송 두세 개 확실히 외우게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다. 방학기간 우리 아이들은 딱히 계획이 없다. 매년 방학 때마다 스터디 플래너를 작성하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매년 반복되는 우리 집 방학 계획은 다음과 같다.

1.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한두 권 산다. 마음에 드는 것을 사거나, 내가 필요한 것을 넣기도 한다. 이번 학기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쉽고 얇은 것으로 고른다.

2. 방학기간 동안 포인트 쌓을 일을 정한다. 예를 들어 문제집 풀기, 책 읽기, 독서 노트 쓰기, 운동하기 등 약속한 활동을 계획한 만큼 하면 개당 10분이 쌓인다. 그리고 문제집을 한 권 다 풀거나 계획을 10회 완료했을 때 보너스로 평소에는 사주지 않는-좋아하는 유튜버의 만화-책을 사준다.

3. 학원은 평소대로 다닌다. 두 아이는 매일 피아노 학원을 가고, 첫째는 일주일에 한 번 미술학원에 간다. 학습지는 하지 않는다. 4학년인 딸은 구독 학습지, 방문 학습지를 하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시킬 생각이 없다.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아이들의 것이다. 집에서 무엇을 하든 나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TV를 보고 싶다면 먼저 약속한 일을 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약 3시간 정도 약속한 일을 하면 60분이 모인다. 시간은 생각보다 쉽게 쌓이지 않지만 TV 보는 시간은 늘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래서 아이들은 TV를 아무 생각 없이 켜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이 없으면 시간을 모아두었다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할 때 시간을 한꺼번에 쓰기도 한다.


다만 해마다 바뀌는 조건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 책이나 읽으면 시간으로 쳐 주었다면 작년부터 독서 목록에서 재미로 보는 만화는 제외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독서록을 기록한 것만 시간으로 인정해 줄 예정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둘째의 경우 자신은 TV를 안 봐도 된다며 포인트를 쌓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특히 문제집은 거의 손대지 않는다. 작년 겨울에 첫째가 문제집을 다 풀어서 서점에 만화책을 사러 갔다. 둘째도 함께 갔지만 자기 용돈으로 장난감 하나만 샀다. 나는 둘째가 만화책을 고르는 누나를 부러워하며 문제집을 마무리하길 바랐다. 그래서 물었다.

"누나가 원하는 책을 샀는데, 너도 문제집 다 풀 갖고 싶은 책을 받고 싶지 않아?"

둘째는 쿨하게 말했다.

"내가 안 해서 그런 건데,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 가서 읽으면 되고."


이번 겨울 방학도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일정이 없다. 매년 가는 산천어 축제를 제외하면 정해진 것도 없다. 아이들은 할 일이 없으면 집 근처 도서관에 간다. 책을 읽기 싫으면 궁리를 한다. 뭐 하고 놀지? 뭐 하면 재미있을까? 둘이 보드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레고 조각을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하고, 노트에 만화를 그리기도 하고, 뭔가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늦은 밤이다.


이번 방학기간 나는 첫째가 학교에서 배워 대강 알고 있는 팝송 가사를 확실히 가르쳐 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고 싶은 전시나 뮤지컬 공연 있으면 한번 가야겠다.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오리도 50개쯤 만들어야지. 오후에 심심하면 도서관에 가거나 아이들과 카페가서 책을 읽어야지. 아이들이 문제집을 다 풀면 이층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큰 서점에 가서 책도 사고 놀다 와야지.


방학이 뭐 있나. 늦잠도 푹 자고,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면서 시간을 너희 식대로 써 보는 것. 그게 방학이지. 하지만 나도 걱정은 있다. 삼시 세끼에 간식은 어떻게 챙기나... 그것뿐이다.


P.S. 나의 이런 방학 계획을 들은 지인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엄마가 선생님이니까, 다 생각이 있겠지.”

하지만 정말 별다른 계획은 없다. 이게 전부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방학을 '해야 할 일' 뿐 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로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스스로 시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욕심을 더 낸다면 방학 끝날 때쯤 "엄마, 학교 가고 싶어"라는 말을 듣는 것. 그 한마디면 이번 방학은 충분히 잘 보낸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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