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가 경험한 잡월드 시장 경제
작년 4월, 아이들과 성남 잡월드에 갔다. 전에 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내부 구조나 체험 방식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첫째를, 남편은 둘째를 담당하기로 하고 입장하기 전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점심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첫째는 팸플릿을 보며 작전을 짜고 있었다. 하고 싶은 체험을 쭉 적고, 각 체험에서 조이(잡월드 안에서는 통용되는 화폐)를 버는 활동과 쓰는 활동을 확인하여 체험 목록을 구성했다. 둘째는 하고 싶은 체험을 골랐다. 결과적으로 첫째가 6개, 둘째가 5개의 활동을 했다. 둘째는 원하는 체험을 하기 위해 한 타임을 오롯이 기다리는 데 써서 활동 수가 적었다. 세 시간 후, 두 아이 모두 만족하며 체험장에서 나왔다.
문제는 조이샵(SHOP)에서 발생했다. 체험을 통해 첫째는 105조이를 모았고, 둘째는 25조이만 남아 있었다. 첫째에게 물었다.
"어떻게 조이를 그렇게 많이 모았어?"
"조이를 가장 많이 쓰는 피자 가게는 첫 번째로 제외시키고 돈을 가장 많이 주는 사회복지관을 넣었어."
나는 딸이 마지막에 간 사회복지관이 시간이 남아서 선택한 거라고 판단했는데, 첫째는 조이를 가장 많이 주기 때문에 기회가 되었을 때 꼭 체험할 곳으로 정했다고 했다.
조이샵에 입장했을 때 첫째는 원하는 물건을 고를 수 있었지만 둘째는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최소 구매 금액이 40조이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첫째에게 갖고 싶은 물건을 하나만 사고 남는 조이는 동생에게 조금 나누어 주라고 권했지만 아이는 50조이짜리 지우개 2개를 포기하지 않았다. 100조이를 쓰고 남는 5조이를 줘도 둘째는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둘째에게 말했다.
"너는 돈을 쓰는 기쁨을 누렸지만, 누나는 돈을 모으는 기쁨을 누렸지. 이 돈은 누나가 모은 거니까 누나 마음대로 하는 거야."
그러자 둘째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 대신 울어도 바뀌는 건 없어."
시간이 지나 둘째는 조이샵(SHOP)이 아닌 조이뱅크(BANK)로 발길을 돌렸다. 자신에게 남은 25조이에 누나에게 남은 5조이를 받아 30조이를 저축했다. 다음에 올 때 10조이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둘째의 기분이 나아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장난감은 갖고 싶고, 조이를 안 주는 누나가 미웠을 텐데, 울음을 그친 이유는 뭐야?"
"내가 울어도 바뀌는 게 없잖아."
8살 둘째는 울음을 삼키며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직업 체험과 쇼핑을 마무리한 후, 배고픈 아이들을 데리고 2층 편의점에 들러 간식을 샀다. 테이블에 앉아 둘째는 자신이 만든 떡과 편의점에서 고른 과자를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고, 첫째는 간식은 먹지 않고 가지고 있던 카드와 이번에 받은 카드를 꺼내 앞으로 무엇을 체험할지 고민했다.
같은 공간에서 원하는 활동을 골라 체험했지만 두 아이가 배운 것은 달랐다. 첫째는 계획하고 절제하며 목표를 이루는 법을, 둘째는 운다고 결과가 바뀌지 않는 것을 배웠다. 돈은 감정보다 선택의 결과에 반응한다. 자본주의의 냉정함을 경험한 둘째가 돈을 사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에 잡월드를 찾았을 때, 네가 눈물을 삼키며 저축한 25조이와 누나가 준 5조이가 40조이가 된 것을 확인하면서 저축한 보람과 그때 느껴보지 못했던 기쁨을 만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