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선택권을 가지기 위한 나의 다짐
작년 1월, 국민연금공단에서 우편물이 도착했다. 남편이 앞으로 십오 년 뒤 받게 될 예상 연금액 월 128만 3천 원이 적혀있었다. 집으로 들어와 공무원 연금 관리 공단에 들어가 내 연금도 확인해 보았다. 19년간 납부하여 약 120만 원. 2024년 1월 둘의 연금을 합치면 은퇴 후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공적 연금은 250만 원 정도였다. 우편물 속의 숫자를 보며 마음 한편에서 묘한 불안이 일었다. 2040년 우리는 이 돈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슷한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열아홉, 대입 원서를 쓸 때 나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삼십 년을 근속한 아버지가 내가 수능을 본 해 퇴직하기로 결정하셨기 때문이다. 쉰 살에 퇴직한 아버지는 퇴직금에 빚을 주렁주렁 달아 열매도 맺지 않는 사과(묘목) 과수원을 샀다. 아이 셋 모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연금이 나오지 않았고, 처음 3년간은 사과도 거의 열리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나에게 '대학'이라는 선택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삶을 허무하게 만드는지.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남편이 은퇴할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2024년 기준으로 남편이 십 년 후에 은퇴를 한다면 첫째가 스무 살이 된다. 계획대로 근무한다면 남편은 퇴직 후 오 년 뒤에 연금을 받게 될 것이고, 주수입과 연금이 없는 기간에 아이 둘은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오르는 물가를 감안하면 현재 남편과 나의 연금을 합한 월 250만 원으로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식비, 자동차 기름값 등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만으로도 생활이 빠듯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남편의 고정 수입도 연금도 없는 공백기에 아이 둘 학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연금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은퇴하기 전에 지금 내가 버는 돈으로 앞으로 받게 될 연금보다 더 큰 소득 구조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사경인 작가가 말한 ‘시스템 수입’, 즉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고정 수입의 구조를 갖고 싶었다. 김승호 작가는 『돈의 속성』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제적 자유란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그때가 되면 선택할 수 있다. 돈 때문에 시간을 저당 잡히지 않아도 되고,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아이들의 꿈을 가로막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삶에서 선택권은 매우 중요하다. 결정적인 순간 사라진 선택권이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돈은 자유를 사는 도구이며, 자유란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권리다. 불확실한 미래와 굴곡진 삶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과 일을 선택할 때 돈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128만 원이 적힌 통지서를 바라보면서 다짐했다. 연금에 삶을 기대지 않고,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이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택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