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학원비 할인 카드를 찾아서...
지난주 수요일, 카드를 잃어버렸다. 남편이 머리를 깎을 때 내 카드로 계산했고, 다녀와서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놓았는데, 아들이 카드로 아빠 등을 긁어 준 이후 카드가 사라진 것이다. 며칠간 잊고 지내다가 월요일에 문득 생각났다. 월요일은 학원비를 내는 날이었다. 잃어버린 카드는 학원비가 할인되는 카드다. 퇴근 후 원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카드를 찾기로 했다.
아들이 어릴 때 카드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한 일인 줄 몰랐다. 내가 잘 못 보관한 줄 알았다. 카드를 찾기 위해 청소하고 정리하기를 몇 번, 결국 포기하고 재발급 신청을 한 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카드를 발견했다. 아들이 장난감 피아노 건반 사이에 카드를 끼워 놓았던 것이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혹시 생각지도 못한 곳에 카드를 뒀나 싶어 집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모든 주머니를 뒤지고 난 후 빨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카드를 둘만한 곳-책장, 책상-을 정리했다. 청소를 하던 중 카드를 찾는 것은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 너도 찾아보라며 화를 냈다. 아들도 자신의 그날 동선을 떠올리며 카드를 찾아 보았지만 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남편이 소파에 있을 때 아들이 장난을 쳤다고 해서 소파도 옮기고 쿠션도 들췄다. 쿠션 밑에는 온갖 것들이 다 들어 있었지만 카드는 없었다. 그렇게 3시간 후 집은 정리되었고, 빨래도 끝났으며 나는 카드 찾기를 포기했다. 의자에 걸터 앉아 핸드폰을 켜고 앱에 들어가서 카드를 정지시키고 재발급을 신청했다. 카드 수령까지 최대 10일이 걸린다고 했다. 그렇게 카드를 깨끗이 포기했다.
월요일, 퇴근 후 꼬박 세 시간을 카드 찾는데 썼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다면 더 나았을까? 세 시간이면 맘껏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편안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봤다. 아이 둘 학원비는 27만 원이고 카드로 10% 할인을 받으면 2만 7천 원이 절약된다. 내가 카드 찾느라 쓴 시간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3만 원이 넘는다. 아이러니했다. 2만 7천 원을 아끼려다 3만 원을 써버린 셈이니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카드를 찾느라 나는 집 정리를 마쳤고, 빨래도 모두 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부모의 물건은 함부로 갖고 놀면 안 된다는 것과 아무 곳에나 두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쳤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카드 다시 발급받으라던 아들은 청소하고 정리하는 나를 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았고, 덩달아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면서 물건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되고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나는 그 교훈을 주는데 3만 원을 썼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날 오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후 피아노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학원비 카드를 찾지 못해 재발급 신청했습니다. 카드 수령하는 대로 수업료 납부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에게 답장이 왔다.
'방금 **가 와서 자기 때문에 카드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하네요. 괜찮습니다. 다시 받으시면 그때 납부하셔도 됩니다.'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보다 아들이 먼저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차를 마시려고 책상 앞 서랍장으로 갔다. 페퍼민트 티백을 꺼내기 위해 서랍을 열었을 때 그렇게 찾아 헤매던 카드가 있었다. 카드가 '나 여기 있어요'하고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순간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학원을 마치고 온 아이들에게 카드를 찾았노라고 이야기했다. 엄마 책상 앞 서랍장에 세로로 꽂혀 있었다고. 아들은 자기가 카드를 책상 위에 놓았고 엄마가 노트북을 뒤로 밀 때 그게 서랍으로 떨어진 게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나도 그런 것 같았다.
만약 내가 그날 카드를 찾기 위해 청소를 안 하고 책상에 앉아서 차를 한잔 했다면 힘들이지 않고 카드를 찾을 수 있었을까? 카드를 찾을 시간에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여유롭고 편안한 저녁을 보냈을까? 나는 왜 책장 사이사이 확인하고 서랍을 확인하면서 내가 쓰는 서랍은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아쉬움도 미련도 갖지 않기로 했다.
잃어버린 카드를 찾는 동안 아들은 물건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오랜 속담이 주는 의미를 온몸으로 깨달았다. 월요일 저녁, 3만 원의 시간을 들여 카드를 찾는데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돈된 집과 삶의 교훈을 하나 얻었다.
나는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해 먼 길을 돌아왔다. 답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고 쓸데없는 곳을 뒤지다가 결국 내 손이 닿는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발견했다. 나의 파랑새는 파란 학원비 할인 카드였다. 3만 원. 삶의 교훈을 얻기 위해 쓴 비용이라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