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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집주인에게 배운 점

삶의 태도, 돈 모으는 법, 주식 투자 방법과 종목을 콕 찝어준 귀인

by 소만

작년 1월에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결혼을 한 후 다섯 번째 부동산 거래인데 나는 여태 한 번도 부동산 계약을 할 때 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때는 평소와 다르게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부자를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부자는 있지만 부동산 투자나 전문직이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지 삶의 태도이나 돈 모으는 노하우에 있어 배울만한 정보를 준 사람은 없다. 이 집을 처음 계약할 때 집주인을 만났던 남편은 사모님의 얼굴에 복이 덕지덕지 붙어있다고 했다. 얼굴에 복이 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약속 시간은 2시. 점심을 먹고 남편과 산책을 다녀와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남편이 나갈 준비를 하려는데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사장님 도착하셨어요. 준비하시고 나오세요."


집주인은 먼저 와 있었다. 집이 이곳이 아니기 때문에 아침에 출발했고, 점심을 먹고 와서 조금 일찍 도착해서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사모님은 부동산에 테이블에 앉아 계시고 사장님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동산에서 내린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계셨다.

부자 집주인에게 배운 점 1. 약속장소에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도착한다.

인사를 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집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솔직히 말했다.


"사모님 얼굴 보러 왔어요. (얼굴에 복이 덕지덕지 붙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요."


사모님은 집 상태에 대한 이야기, 전 세입자에 대한 이야기, 최근에 아들이 살 집을 하나 더 매매한 이야기, 사는 집을 풀 인테리어 한 이야기를 짧게 말했다. 내가 듣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웃으면서 들었다. 그러다 부동산 사장님이 테이블에 앉으셔서 재계약을 시작했다.


계약이 끝날 즈음 사모님과 돈과 관련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을 비췄다. 남편분은 사업만 관리하시고 재테크는 사모님이 맡아하시는 것 같았다. 사모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다.

"주식은 하는지 모르겠네. 관심 없는 사람도 많아서..."

"아 주식, 저희도 조금 합니다. 배당주 위주로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진 않아요. 주로 어디에 투자하세요?"

집주인은 눈을 반짝이며 주식 이야기를 시작했다.

" 나는 종목을 고르면 그걸 계속 사모아, 그리고 2~3년 보고 절대로 팔지 않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세력들이 종목을 올릴 때지. 원하는 만큼 수량을 모으지 못하니까. 그리고 잔파도에는 절대 주식을 팔지 않아."

부자 집주인에게 배운 점 2. 주식은 2~3 종목만 사고, 길게 보유할 목적으로 시간을 두고 만주정도 모은다. 조금 올랐다고 매도하지 않는다.


그러다 집주인은 말을 멈췄다. 돈과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 하는 걸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 고향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친척들은 다 경북대를 갔어. 그때 고향에서 공부 좀 하면 다 경북대 갔던 때여서..."

'아, 그런 걸 알고 싶었구나...' 뜬금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었던 나도 주인이 알고 싶을 만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러셨구나. 저는 고향은 경남인데 학교는 대구교대를 나왔어요. 제 친구들도 경북대랑 부산대많이 갔고요. 친척분들이 대구에서 대학을 나오셨다니 괜히 반갑네요."

나는 집주인과 '경상도', '대구', '경북대'의 지연과 학연으로 얇은 고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사모님은 '이런 말 해도 되나?'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인테리어 공사는 원래 돈이 많이 드는 게 아니야. 보통 이사 가면 인테리어 한다고 몇 천씩 쓰는데 우리는 집전체를 리모델링하는데 2000만 원밖에 안 썼어. 방법은 간단해. 공사하는 순서만 알면 돼. 리모델링하는 부분을 따로 계약해서 순서만 지키면 돼. 내가 하면 신경 쓸게 많아지긴 하지만 돈 드는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괜찮지."

부자 집주인에게 배운 점 3. 집주인은 일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했다.


그날 집주인은 얇고 수수한 가방을 하나 들고 왔다. 가방 앞에 아파트 이름을 라벨지로 붙여 놓았다. 그 가방에서 아파트 관련 서류가 나왔다. 가방에 라벨지라니... 장롱 속에 가방이 몇 개 더 있다고 했다.

부자 집주인에게 배운 점 4. 나도 부동산을 사면 서류를 보관하는 가방을 각각 만들어야지(부동산 블로거를 보면 파일을 모으는 것을 봤는데, 이게 더 좋아 보였다).


남편은 주인의 얼굴에 복이 덕지덕지 붙어있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얼굴 살이 통통할 뿐 평범해 보였다. 나는 대화를 이어가며 집주인 내외를 찬찬히 살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은 최신폰이 아니었고, 휴대폰 액세서리도 하나 없이 커버는 낡았다. 집주인은 가방, 스카프, 옷에 명품 로고 하나 달고 오지 않았다.

부자 집주인에게 배운 점 5. 부자는 티 내지 않는다.


집주인은 우리 부부가 급여 생활자라는 말을 듣고 '두 사람이 돈을 벌 때는 한 사람분의 몫만 생활비로 쓰고 다른 한 사람의 몫은 저축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자식이 자라면 돈을 모두 주지 말고 모은 만큼만 도와주라고 했다. 이 집도 자신과 딸이 반반 내서 산 것이라고. 명의는 자기 것이지만 나중에 상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자 집주인에게 배운 점 6. 저축은 수입의 반만, 상속은 자식의 능력만큼만.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지만 부동산 사장님이 계약을 마무리하는 말을 했다. 아쉽지만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는 없었다. 혹시 다음에 또 만나면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배울 점이 많아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2024년 1월 당시 집주인에게 현재 어떤 종목을 매수하는지를 물었을 때 집주인은 이수페타시스가 만원 이하일 때부터 사기 시작해서 만주를 목표로 모으고 있다고 했고, 나에게는 SK하이닉스를 추천했었다.


아... 집주인은 진짜 복이 덕지덕지 붙은 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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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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