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남미녀모친 Apr 27. 2024

주식 시장으로 이끄시고 홀연히 떠나신 목욕탕 인연

(주식을 사서 기도하던 날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13년간 예적금만 했다. 절약한 만큼 돈은 모였고, 예금 금리는 낮았지만 매년 500만 원 가량의 이자를 받았었다. 그래서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어서 돈을 모아서 더 많은 이자를 받는 게 내 목표였다.


   이런 나에게 주식을 권한 것은 친정 엄마였다. 엄는 자신이 다니는 목욕탕의 세신사님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손받지 않고 대기실에서 컴퓨터 모니터 보고 있어서 물어보니 주식을 한단다. 게다가 주식이 본업이라고 했다.


   세신사 아주머니는 서울분인데 혼자 돈을 벌러 내려 왔다고 다. 일도 잘하시고, 목욕탕에서 들리는 카더라와 가십거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분이여서 엄마친해졌다. 엄마는 농사지은 재료로 만든 밑반찬을 종종 갖다 드렸고, 덕분에 내 등을 공짜로 밀어주시기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 세신사 아주머니가 좋은 종목이라고 하나 가르쳐 주더라. 나는 스마트폰을 잘 못하니 니가 좀 해봐."

"엄마 나 주식은 안 해. 게다가 주식은 잘 몰라."

" 세신사 아줌마가 주식을 잘해서 목욕탕 주인도 돈을 맡겼다고 하더라고. 나한테 고맙다고 종목 하나 알려줬는데, 봄 되면 팔라고 했거든. 3배 정도 갈 거라고."

" 3배? 그럼 조금 사 볼까?"

주식 어플을 깔고 종목을 검색했다. 처음 보 회사였다. 3000원짜리 주식을 60만 원어치 샀다.



   겨울이 지나고 이제 곧 3월인데 내가 산 주식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엄마 이제 곧 봄인데 언제 팔아? 이거 지금 -30%야."

"글4월까지 기다려봐. 아직 쌀쌀하잖아."


4월에도 주식은 오르지 않았다. 몇 번 오르는 것 같다가 꺾이기를 반복했다. 3배 간다는 말을 믿고 5월까지 기다렸다. 5월이 여름은 아니니까. 그때 엄마한테 들려온 소식.

"세신사 아주머니가 관뒀어. 목욕탕에서 주인이랑 싸웠거든."

"응?, 주식은?"

"싸우고 나갔는데 그걸 어떻게 물어봐? 그 주식 이제 니가 알아서 해"

   죽은 주식을 살려야 했다. 그때 내가 산 종목에 대해 알아보았다. 책도 찾아 읽고 노트에 정리도 하며 공부를 했다. 주식 관련 유튜브도 봤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


작전주.


   가끔 주식 매매 창에 1이라는 숫자가 연속으로 뜨면 가격이 순식간에 올랐고,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마이너스였다. 그러길 여러 번. 아주머니가 추천한 종목은 원금을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손해 보고 팔았다. 매도를 하니  손익 결과가 꼭 내 성적 같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성적표받은 것처럼 오기가 생겼다. 내가 잃은 돈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리라. 200만 원으로 다시 주식을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다. 유아용 튜브만 갖고 태평양바다 한가운데 뛰어든 셈이라는 걸. 가슴은 뜨거웠지만 바다는 참 깊고 차가웠다.



이전 05화 그래서 아직 무주택자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