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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남미녀모친 Apr 19. 2024

그래서 아직 무주택자입니다.

모두가 집을 사라고 했지만, 결코 사지 않은 40년 김씨 고집.

   우리는 집을 팔고 3개월을 가슴 졸이며 보냈다. 집을 산 사람들이 밤에 아파트 근처 유흥가를 보고 놀라 계약을 취소하자고 할까 봐 말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집값이 오른 것 밖에. 3억 3천만 원에 판 집이 18개월 후에 6억이 되 우리는 혈압과 언성이 높아졌다.


   남편은 구축 매매를 주장했다. 지금 사는 동네가 마음에 드니 아직 덜 오른 것 같은 근처 구축을 사자고 했다. 빚지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이유였다. 나는 좀 더 비싼 신축 청약을 원했다. 새 아파트에 살다가 사랑받지 못한 헌 아파트에 살아보니 마음에 안 드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구축을 사서 리모델링하는데 돈을 쓰느니 새 아파트를 가고 싶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주변에서도 우리를 그냥 두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집사서 돈 벌었다는 소리도 들렸다. 재개발 아파트를 사서 재미를 본 동생은 만날 때마다 나에게 집을 사라고 했다. 친정어머니도 집 없는 나를 안타까워하시며 친정에 갈 때마다 집을 사라고 하셨다. 상승기에 갭투자를 한 친구도 나에게 매수를 권했다. 내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사라고 했다. 어느 날 부동산을 하는 시댁 친척은 지방 아파트 청약을 추천했다. 가격이 저렴한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라고 남편에게 계속 연락을 해왔다.

   청약 예정 단지는 꿰고 있던 터라 이 단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역이름을 고 있지만 역까지는 차로 30분이 걸리고, 대단지 아파트지만 신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직장과도 멀어 실거주는 불가능하. 친척은 분양을 받으면 전세한번 돌리고 본인이 팔아준다고 했다.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남편은 설이는 나를 계속 부추겼고, 우리는 싸웠다. 결국 이 꺼림칙한 아파트에 울면서 청약을 넣었다. 결과?  아파트 청약은 높은 경쟁률로 완판 되었고 당연하고 아쉽지도 않게 그리고 다행히 는 떨어졌다. 


   집값은 계속 올랐다. 구축매매와 청약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던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2년이 흘러 2022년 2월에 또 이사를 했다. 이 때는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던 시기여서 우리는 단지에서 역대 최고가로 전세를 계약했다. 집을 사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12년의 하락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우리 집 부동산 시세는 2019년 12월에 맞추어져 있다. 그때를 기준으로 아파트 값을 보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 2022년에 계약한 아파트의 전세가는 2019년 매매가보다 비쌌다. 때문에 역대 최고가 전세비용을 치렀지만 우리는 어떤 아파트도 매매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값이 내렸다. 최고가에 계약했던 집은 전세금에서 15%를 되돌려 받고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몇 년 전 우리가 쳐다보지도 못했던 가격의 파트가 하나둘 씩 예산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집을 잘 못 사서 12년의 나락을 겪었고, 잘 못 팔아서 한 푼도 벌지 못했다. 2019년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부동산 실패의 경험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차악이었다. 2021~2022년에 집을 사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앞선 실패의 경험을 통해 최악을 피할 수 있었다. 


  부동산 시장은 오르거나 내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으는 돈은 절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산의 상승 곡선과 집값의 그래프가 만나는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집을 살 것이다.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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