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고 싶다
2021년 3월 27일
오늘은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
힘들게 살기로 두 번째라고 하면 서러우신 우리 엄마!
알코올 중독의 아빠와 가난, 아들 넷!
그러다 결국 암에 걸리신 나의 엄마!
암에 걸리셨는데도 웃음 잃지 않는 긍정의 화신 나의 엄마!
암 진단받고 나서 찍은 사진! 저 은은한 웃음은 왠지 모르게 슬프다.
아들이 사진 찍겠다고 하니, 좋은 모습 보이고 싶으셨던 걸까?
늘 아들에게는 ‘괜찮다. 너만 잘 살면 된다!’ 이런 안심 주고 싶으셨던 걸까?
보이는 것과 숨겨진 것의 괴리를 아는 나는 슬프다.
엄마는 늘 저런 식이다.
힘들어도 힘들다 하지 않는다.
가끔 정말 힘들지 않은 걸까?
그렇다면 정말 원더우먼이 아닐까?
저 정도면 벌써 몇 번은....
생각도 싫다.
그나저나 엄마는 훨씬 나보다 힘든 삶을 어떻게 견뎌내신 걸까?
더 절망적이고, 더 힘들고, 더 춥던 시절인데,,,
내가 기억하기로도 너무 고통스러운 시절인데…
정신과 의사를 찾아갈 게 아니라, 엄마를 찾아가야겠다.
가서 엄마 손 잡고 물어봐야겠다.
“엄마, 그때 왜 우리 어렸을 때 있잖아? 술 먹는 아빠 피해 새벽 두 시까지, 남의 집 담벼락에 숨어서 아빠가 곯아떨어지기를 기다렸던 때 기억나지? 여름엔 그래도 괜찮은데, 겨울에 겁나 추웠잖아! 방도 한 칸이어서,,, 나라면 그때 다 버리고 도망갔을 텐데,, 그 힘든 시절을 어떻게 견딘 거야?”
그러면 엄마가 이렇게 얘기하시려나?
“느그들 보면서 살았지! 니미 느그 아빠만 있었으면 벌써 백 번은 도망갔을거다!”
그 투박하고 거친 말투로 멋있게 얘기하실 것 같다.
나에게도 ‘느그’가 있나?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게 하는 그 ‘느그’!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
나 힘들다고, 나 죽겠다고, 투정부리고 싶어서 내미는 손 안 잡고 있는 거 아닌가?
중국집 배달부가 “짜장면 왔어요!”라며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배달이 안 오는 거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들러라는 심리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고 싶어서 슬픈 거라고!
나가지 않아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외롭고 싶어서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
혹 내가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닐지…
마음 다 잡아야겠다.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나는 그 삶의 목적을 위해 살고 있는지,
앞으로 그 삶의 목적을 위해 어찌 살아야 하는지,
곰곰 생각해 봐야겠다.
치유되지 않은 채, 성장해 버린 나이기에,
어려움이 닥치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맞닥뜨려야 하는지 배우지 못하고,
이제서야 할 줄 몰라, 갈 곳 몰라 이렇게 마음 졸이며, 발 동동 구르며, 밤 잠 못 자고 있다.
생각하니, 어른의 나에게 어린 시절의 나가 이야기하는 듯하다.
‘힘들지? 괜찮아! 다 좋아질 거야! 너는 배우게 될 거고, 적응하게 될 거고, 길을 찾게 될 거야!’
무릇 괴로움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리라.
나는 잠 못 들며 그 받아들임을 훈련하는 중이고,
나는 울며불며 그 받아들임을 받아들이는 중이리라.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리라.
학습하고, 배우고, 어른이 되어가고…
다 좋은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당분간은 슬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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