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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4

잠을 잘 수가 없어요!

2021년 03월 23일

공황장애의 정의는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불안 장애’라고 한다.


공황장애에는 여러 증상이 있다. 


발작.

어지러움.

오한. 

매스꺼움.

가슴통증.

숨 가빠짐.


여지없는 공황장애 증상이다. 

그래도 내가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어? 내가 왜 이러지?’했다가 무슨 큰일이 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공황장애 증상에서 내가 요즘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불면증이다. 

도대체가 잠을 잘 수가 없다.

벌써 몇 주째인지,,, 

계속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고, 그 괴롭힘은 심장박동수를 증가시켜,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으로 확대된다. 너무나 선명하게 나의 뇌를 파고들어, 심장을 쥐어뜯고 싶을 만큼 괴롭다. 두렵다.

이러다 조현병(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약화되는 뇌질환)에 걸리는 건 아닌지, 그나마 맨 정신일 때, 살짝 걱정이 된다.

그런 걱정이 드는 것을 보면 견딜 만 하긴 한가 보다.

불 끄고 잠을 청해도 잠들 수 없는 십 수일이 지나면서, 도저히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내가 먹는 수면제다.

웬만하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너무하다 싶은 순간이 오면 먹게 된다.

어렸을 적에 엄마 몰래, 떠먹던 분유처럼, 몰래몰래 먹게 된다.

분유와 수면제라니…


이 녀석의 효과가 4~5시간은 되는 것 같다.

먹고 조금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있고, 여지없이 4~5시간 정도가 지나면 깨어나게 된다.

그래도 새벽빛이 그라데이션으로 내게 찾아오고 있음을 알게 되면 외롭지 않다.

잠깐!

외로워서 공황장애인가? 

나 혼자 이 험난한 삶을 헤쳐 나갈 방법을 몰라 그랬던 걸까?

그래서 빛이 비추이기 시작할 때, 외롭지 않다 생각하는 건가?

아침이 오고, 산의 나무가 보이고, 아침 일찍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주차되어 있는 차들도 보이고, 눈으로 보이는 것들 덕에 외롭지 않은 건가?

여하간 어둠은 공황장애에 치명타다.


그래서 그런가? 빛이 있을 때, 오지게 걸었다.

봄 햇볕 맞으며, 중랑천변을 마음껏 걸어 다녔다. 비타민 D가 몸속에서 뿜뿜 되는 기분!

그렇게 ‘어제보다 나아졌다!’ 스스로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면 위험하니까!

지하철, 버스를 타면 뜬금없이 공포가 찾아올 수 있으니까!

개방된 곳에서 여유롭게 봄을 느끼며 천천히 한 발 한 발 떼면서,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공황장애를 대처하는 나만의 자세는

1.     수면제를 먹어도 된다. 단 가끔씩 먹기!

2.     새벽이 오는 것을 보기! 사람이 아니어도 무언가 내게 오는 것을 지켜보기

3.     햇볕이 좋으면 마음껏 걸어 다니기

4.     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5.     천천히 가도 좋으니, 쉬었다 가기도 하고, 앉았다 가기도 하기


아무리 이렇게 나만의 치료법을 찾는다 해도 ‘당분간은 슬플 예정!’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수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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