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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13

비 내리는 날을 조심하자

2021년 4월 3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우울함은 밤에, 비 내리는 날에 최악이다.

벗어나려 애쓰다가, 그냥 마음껏 슬퍼하기로 했다.

늘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늘 우울함을 벗어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어떤 날은 마음껏 슬퍼해도 되잖아?

어떤 날은 눈에서 피가 날만큼 울어도 되잖아?

인생을 시작할 적에는, 그 어떤 계약도 맺지 않았으니까?

그냥 오늘은 감정이 흐르는데로, 끝까지 가보련다.


알고 슬픈 것이 나을까?

모르고 안 아픈 것이 나을까?

더 최악인 건 모르는 척하는데 아픈 것이다.

뻔히 알고 있는데,

애써 ‘아닐 거야!’라며 현실을 부정하기!

그런데 마음이라는 녀석이 가만 둘리가 없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혀온다. 

이제 괜찮아졌다고, 이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무너진다.

괜찮다고 생각하던 차여서 그런가?

더 아프다.

더 눈물 난다.

더 울고 싶다. 


나 안 괜찮다고!

나 너무 힘들다고,

나 죽을 것처럼 숨이 안 쉬어진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며 관심받고 싶은데,,, 의욕이 없다. 희망도 없다.

내가 그동안 노력한 모든 것이 물거품 되는 기분!

이제는 포기하고 싶은!

나는 할 만큼 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될 대로 돼라! 자포자기의 기분?


나는 차라리 놓고 싶다.

나는 기어이 잠들고 싶다.

나는 마침내 잊혀지고 싶다.


누가 나를 위할까?

누가 나를 생각할까?

누가 나를 위해 기도할까?

누가 나를 사랑해줄까?


나라도 내가 ‘안 괜찮다’는 것을 알아줘야겠다.

나라도 지친 내게 ‘괜찮아!’라고 등을 두들겨줘야겠다.

괜찮아지고,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더 힘든 2021년 4월 3일!


어서 적응하는 날이 오기를… 

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어서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기차역에 가고 싶다.

그곳엔 떠날 수 있는 희망이 있을까?

어쩌면 포기하게 만드는 절망이 날 기다릴지도..

비 오는 토요일!

나는 내 삶에 짓눌려있다.

내 정신에 숨이 막힌다.

내 영혼에 발길질당하고 있다. 

감히 내 생애 가장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부디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그런 힘이 내게 있기를….


기도는 하지만, 어쩌면 오늘 아주아주 슬플 예정!


#비 #토요일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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