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 자는 날이 계속되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몸무게가 6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좋은 건가?
하긴 좋은 게 있긴 하다.
예전에 맞지 않았던 바지들이 허리에 맞는다.
이런이런,,, 짜릿함이 느껴진다.
나쁜 게 늘 나쁜 게 아니구나.
나쁜 게 있으면 또 다른 쪽에서는 좋은 것도 있구나 싶어 씁쓸했다.
여하간, 몸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몸에 좋은 것을 좀 먹어야겠다 싶어서, 주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한 토마토 하나와, 검은 색깔로 변하기 시작한 바나나 두 개!
오호..
좋아. 딸바는 아니지만, 토바는 가능하겠군!
어차피 몸에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면, 당분이 없는 것이 좋겠다 싶은 어쩔 수 없는 위로를 하며 토마토와 바나나를 씻어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토마토도 자른 후에,
믹서기에 하나, 둘 넣는다.
바나나도 자르고,
1인용 믹서기라서, 토마토 하나가 다 안 들어간다.
그렇게 간단하게 준비를 마친 후에,
갈았더니,,,
아뿔싸!
다 갈아 놓은 완성된 사진은 안 찍었네!
내가 이렇다.
먹을 걸 보니, 눈에 홀려가지고….
맛이 좋았다.
전혀 단 맛이 없었는데도 좋았다.
아니다 단 맛이 없어서, 맛을 더 느낄 수 있었다.
단 맛은 단 맛이다. 단 맛이 없으니, 재료 자체에서 느껴지는 맛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맛이 좋았다.
그러고 보면 단 게 좋은 것은 아니다.
입에 맛있다고, 몸에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가만있자!
인생도 그런가?
좋아 보인다고, 진짜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연예인들의 자살이나, 재벌들의 형제의 난 같은 뉴스거리를 차치하고라도,
좋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좋지 않았던 일들 많이 경험하지 않았나?
좋은 직장에 합격했다고, 돈 많이 준다고 좋아했는데, 경험해보니 나랑은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그렇고,
술이 너무 맛있어서, ‘인생 뭐 있냐? 직진이다!’하면서 술에 탐닉하다가, 결국엔 몸을 망치는 것도 그렇고,
너무너무 좋은 사람과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아서 세상 다 가진 듯했는데, 결국 버림을 당한 경우도 그렇고,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게임이 너무너무 좋은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는 것도 그렇고,
또 뭐가 있으려나?
여하간,
밤에 갈증이 나서 옆에 더듬더듬 바가지 빗물을 마시고, 너무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아침 해골물이었다는 원효대사의 깨우침!
거기에서 ‘일체유심조’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
그 길로 당나라로 같이 떠나던 의상대사와 헤어져 고국에 불교를 설파했다는 것을 보면, 수 십 년 면벽수도 하신 분의 궁극의 깨달음이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라니…
우울증도 그럴까?
우울증이 꼭 나쁜 것일까?
나빠 보이는 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대학시험에 떨어졌는데, 재수해서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진짜 안 좋은 상사를 만났는데, 그래서 재수 옴 붙었다 생각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살려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를 쓴 로렌 와이스버거(실제로 로렌 와이스버거는 코넬대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말부터 1년 동안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같은 경우도 그렇고!
로렌 와이스버거
버림받았는데, 더 좋은 사람 만난다거나(똥차 가고 벤츠 온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닐 수 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또 생각나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다시 토마토 바나나 주스로 돌아와서,
어느 한 맛이 강렬하지 않으면, 그것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다양한 것들이 제 맛을 내고, 제 목소리를 낼 터다.
일도 그렇다.
너무 한 가지 일에 매달리면 다른 일들에 신경쓰지 못하고, 무언가가 파괴될 것이다.
관계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너무 몰입하지만 않는다면,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서, 그들의 위안을 모른 체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