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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27

우울증엔 헬스장으로!

책에서 읽었나?

강연에서 배운 건가?

이야기 나누다가 들은 건가?

여하간, 

나이아가라 폭포를 경계로 미국과 캐나다가 나뉘는데, 두 나라를 이어주는 다리 이름이 레인보우 브리지라고 한다. 언제 완공된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 다리를 완공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다.

나이아가라는 물살이 세서, 다리를 놓기가 쉽지 않았는데, 어떻게 다리를 놓을 수 있었을까?

먼저 가는 실을 이 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보낸 다음, 그 실에 조금 더 두꺼운 줄을 연결시켜, 잡아당기게 하고, 그게 끝나면, 더 두꺼운 밧줄을 연결시켜 잡아당기고, 밧줄 작업이 끝나면, 철 줄을 연결시켜 당기게 하고, 그렇게 작업을 이어갔고, 결국 저 거대한 다리가 완성!

저 위대한 다리도, 시작은 작은 실에서 시작되었다고,,,


그 이야기가 갑자기 오늘 생각났다.

한 방에 딱!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습관이나 노력부터 시작해야겠다는 다짐. 

그래서 오늘부터 헬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원래 24시간 하는 헬스장을 찾았는데, 정부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그렇게까지는 못한다고 한다. 대신 가장 일찍 문을 여는 헬스장을 찾아냈는데, 다른 곳은, 6시, 7시에 여는데, 내가 찾아낸 곳은 새벽 5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잘 됐다. 어차피 잠을 못 자는 불면증의 상황이니, 운동이나 해 보자 싶었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한 달에 3만 원이다!

하루에 천 원 꼴이다.

샤워하는 물 값도 안 나오겠다. 

뭐야? 공익사업하는 건가?

12개월 하면 24만 원이란다. 와.. 이건 뭐!

거의 ‘ㅇㅅㅎ! 너 우울증 걸렸다며? 너를 위해 우리가 헬스장 오픈한 거야!”라고 말해주는 느낌?

일단 중간에 문을 닫을 수도 있고, 또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해서, 5개월만 등록!

등록 기념으로 가볍게 운동하고 가라고 한다. 

일단 발열체크도 하고, 출근도장도 찍고!

사물함이 이렇게 많다. 그런데 거의 다 차 있다는 것이다. 거의 600개 정도?

이런 코로나 시국에 이렇게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우리 엄마 표현을 빌자면) 새벽에 울고 쳐 자빠져 있었다.

생각만 해도 한심하다.

저기 중간 어디메가 내 사물함이다. 

이 사물함 번호는 내가 골랐다.

222!

단순하고, 외우기 쉽고,,, 

내 삶도 단순하고, 심플했으면!


이야! 

이 운동화를 이제야 신는다.

거의 10년 가까이를 묵혀 둔 운동화다. 언제 신나 신발장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제야 신게 된다. 역시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도 이유가 있고,

버스를 놓치는 것도 이유가 있고,

사업이 망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고,

사랑이 깨지는 것도 이유가 있고,

승진에 누락되는 것도 이유가 있다.


다 언젠가는 ‘잘 되는 무엇, 잘 되는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그 실패의 순간들이, 장애물이냐? 주춧돌이냐? 는 내 하기 나름이다.

갑자기 ‘마지막 수업’의 랜디 포쉬 교수가 생각이 난다.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 던….

이건 보면 좋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4hAdZ3lTbgE


여하간,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주춧돌(step stone)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성공하고 나서 뒤돌아봐야 한다는 것!

오호!

절대 헛갈리지 않게 센스가 넘치는…


처음이니까!

아무도 없으니까!

기념사진!

누구인지 못 알아보겠지?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뭔가 기록에 더 남기고 싶었는데,

이 정도만!

운동하러 온 거지, 사진 찍으러 온 건 아니니까!

누군가에게 보여주러 온 게 아니라, 건강해지러 온 거니까!


한 시간 반 정도를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열심히 나와 싸웠다.

열심히 우울증과 싸웠다.

열심히 공황장애 따위와 싸웠다.

열심히 불면증과 싸웠다.

좋았다.

잊어버릴 수 있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나는 다른 사람들 잠들어 있을 때, 나를 단련하는 사람이라고 위안했다.

나는 새벽을 여는 사람이라고 뿌듯해했다.

그렇게 나는 희망도 열고 싶었고,

과거의 유쾌함도 열고 싶었고,

긍정적임, 희망도 열고 싶었다.


몸에 열이 나고, 땀이 흘렀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둔 탓인지 몸에 큰 무리는 없었다.

역시 준비를 해야 한다니까!

괜찮아진 나를 맞이하려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해!

그래야 무리가 없어!


샤워를 하고 나니,, 음….

역시 우울증엔 샤워다.

샤워를 제대로 안 하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개똥철학)

우울증에 걸려도 샤워만 제대로 하면 우울증이 나아진다! 진짜다!

샴푸가 없어서, 비누로 머리를 감아야 했지만, 그것 빼곤 진짜 하루를 시작하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내일은 작은 크기의 샴푸를 가져와야겠다.


생각 같아서는, 매일매일 올 것 같은데,,

가능할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불면증이니까!

도저히 못 참겠어, 억지로 수면제를 먹어야 하는 날을 빼고는 어쩌면 개근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울증에 걸린 후로, 참으로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다.

피아노 독학도 하고 있고, 이제는 헬스까지…

몇십 년을 마음으로만 담아두고 있던 두 가지를 하고 있다니,,,

‘우울증은 꿈을 이뤄주는 도구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애착이 갔다.

나 이상해졌나 보다.

이제 막 이상하게 해석한다.


어쨌든, 마음속으로만 있던 것들을 실현하게 도우니, 우울증은 이런 면에서는 좋은 걸로!

그렇다면 당분간 슬플 예정은 조금만 슬퍼도 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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