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big, small act!
새벽에 일어나기 진짜 힘들다.
그거 아는가?
잠을 자지 않아도, 눈 감고 가만히 있으면, 잠자는 효과와 거의 같다는…
어디서 들은 건데,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고, 그렇게 실천도 해오고 있는 터였다.
간간히 실잠을 잘 수 있다면 그걸로도 감사 감사!
헬스장을 가려면 새벽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해서, 일부러 알람 시계를 5번을 맞추어 놓았다. 5분 간격으로..
4시 20분, 25분, 30분, 35분, 40분!
역시 잠 못 들어도, 눈감고 누워만 있는 거랑,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가야 하는 거랑은 천지 차이였다. 첫 번째 알람이 울렸다.
모른 척했다. 나머지 네 번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두 번째 알람이 울렸다.
역시 눈 감고 가만히 있었다.
몸이 쉬이 움직여지지 않는 때문이었다.
전 날, 심지어 새벽까지 비가 내린 이유인지도 모른다.
비 소리 하나, 둘, 셋 세다가, 빗소리에 슬퍼하다가…
세 번째가 울렸다.
이제 진짜 결심을 해야 한다.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그렇게 결심만 하다가, 네 번째 알람이 울렸다.
이거 많이 본 장면 아닌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발가락을 움직여 보고, 다리를 들어보고, 일부러 팔을 들어 스트레칭을 해 본다.
남자가 존심이 있지!
첫날부터 포기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였다.
몸에 힘이라곤 남아 있지 않았다.
수건을 쥐어짠 것처럼, 말라버린 동태처럼…
‘난 가고 싶은데, 몸에 힘이 없는 거야!’라며 스스로 위안하고,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려 할 때에,,
‘목표를 달성하는 법’이라는 내용의 펜실베니아 대학의 가브리엘 외팅겐 교수의 강의가 생각이 났다.
사람들은 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세우지만, 달성하는 것이 힘들까?
짝사랑 집단을 조사하고, 취업반을 조사하고, 다이어트 집단을 조사했는데,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막연한 긍정심’을 가진 집단들은 결국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은 집단들에 비해, 취업이 덜 되었고, 다이어트에 실패했으며, 사랑에 성공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막연한 긍정심을 가진 사람들은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만 하고, 그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막연한 긍정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연애편지를 한 번 더 썼고, 한 번 더 대시했다 한다.
막연한 긍정심을 가진 사람들은 ‘나는 내가 원하는 회사에 취업이 될 거야!’라며 생각만 하고, 노력을 게을리했는데 반해, 막연한 긍정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자기소개서를 한 번 더 수정했으며, 이력서를 한 번 더 넣었다.
막연한 긍정심을 가진 사람들은 ‘나는 내가 원하는 몸무게가 될 거야!’라며 ‘에이 뭐 어때? 치킨 한 조각이 대수야? 아이스크림 한 스푼으로는 살이 찌지 않아!’하며 노력을 게을리했지만, 막연한 긍정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은 치밀하게 간식을 컨트롤하고, 운동을 했다고 한다.
막연한 긍정심이 오히려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외팅겐 교수는 막연한 긍정심을 없애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Think big, Act small!’하라고 한다.
운동해야지! 는 think big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ct small! 해야 한다.
침대 위에서 일어날까? 말까 와 싸우면서, 지금 이 순간의 act small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래 신발만 신자!’
지금 나의 목표는 ‘신발 신기’이다.
‘헬스장에 가기’는 너무 큰 think이다.
나의 뇌가 부정적인 감정을 치고 올라오기 전에, 문턱이 높지 않은 아주 작은 act!
신발 신기!
그제야,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국
신발 신기에 성공!
그러자, 자연스럽게 현관문을 열었고,,
새벽하늘이 나를 반겼다.
상쾌한 분위기!
나를 이겼다는 통쾌함!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신감!
그렇게 나는 괜찮아져가고 있다는 나아감!
‘신발 신기’라는 작은 행동 목표가 나를 우울증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10분여를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헬스장!
5시 7분에 도착했는데,
뭐여?
벌써 2명의 남자가 운동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몇 시에 온 거야?
문이 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다가 온 거야?
지독한 X들!
대단해 보였다.
내가 우울하고, 침통해 있을 때에, 그들은 새벽 다섯 시에 나와서 자신을 단련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와! 이거 우울할 시간이 없었는데, 내가 너무 나약했구나 싶었다.
역기로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
나약해지려 할 때에 헬스장에 와야겠다!
운동하는 사진은 안 올리는 걸로!
5시 7분에 왔다가, 7시 30분에 나섰다.
아무것도 안 먹고, 했더니 몸에 힘이 쭉 빠졌는데, 왠지 모르게 상쾌했다.
물론 샤워도 아주 기운차게 해냈다.
몸에 힘이 다 빠졌는데, 정신은 개운해지는 아이러니!
4시 반경에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오기를 참 잘했다.
그래! 맞아!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 했다.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라했다.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말라 했다.
그것만 잘 지키자!
내가 오늘 어려움을 뚫고 헬스장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Act small!
‘신발 신기’였다.
목표를 잘게 쪼개니, 움직일 힘이 생겼다.
어쩌면 우울증은 ‘너무 큰 욕심’ ‘너무 큰 기대’에서 오는 좌절감이 그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act small’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그러니,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벗어나려면,
1. 헬스장을 등록하고(저렴하면 더 좋다)
2.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고,
3. ‘신발 신기’ 같은 작은 행동을 실행해 내고,(‘냉장고에서 물 한잔 마시기’등도 좋은 방법일 듯)
4. 현관문 손잡이를 잡을 것
5.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것
6. 새벽을 맞을 것
그러고 나면, 다리는 어느새 헬스장으로 향할 것이다.
그때부터는 의지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밤새 우울증과 싸우느라, 부정적인 생각과 전쟁 치르느라, 막막한 미래와 대치하느라, 대부분의 의지력을 사용하고 말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새벽을 맞는 순간부터는 새벽이 안내하는 데로, 몸을 내어 맡기기만 하면 된다.
어느새 작은 뿌듯함으로 가득 찬 자신을 발견하게 될 터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버틸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디 갔니? 당분간 슬플 예정!’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