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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30

공황장애도 좀 먹고살자!

5월 24일 새벽 2시에 일어난 일


새벽은 참 신기한 시간이다.

세상이 조용한 때문인가?

모든 것이 들리고, 모든 것이 느껴지는 듯하다.

심지어, 나 자신도 들리고, 느껴진다.

생각에 집중하다 보니, 슬그머니 손 끝에서 어떤 느낌이 오는 것을 느꼈다.

흡사,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으로, 뜨거운 무엇인가가 스멀스멀 손목을 거쳐, 팔뚝을 지나, 팔꿈치 쪽을 훑고, 어깨 쪽으로 진군하는 듯한!

역시 지나온 자리는 꼼짝달싹할 수 없이 마비증세가 오고 있었다.

애써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냥 받아들였다.

전에는 어떻게든 ‘이건 아니야! 난 공황장애가 아니란 말이다!’하며 몸부림치며 발악을 했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냥 느껴보고 싶었다. 그게 어떤 것인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

도대체 그게 무엇이길래,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내게 찾아오는 것인지 안다는 것을 넘어 느끼고, 인사까지 하고 싶었다. 적과의 동침?

아! 이렇게 전신으로 퍼져 나가겠구나!

몸부림치지 않으니, 힘들지 않았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배웅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짧으면 20분, 길면 30분이면 끝날 일이다.

중학교 때, 술 마시는 아빠를 피해, 산동네 담벼락에 새벽 2시까지 숨어 지내던, 그 겨울의 추위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마비는 어깨에서 멈춘 듯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건가?

아니면 발 끝 쪽에 신호를 보낸 건가? 식은땀에게 ‘전진하라!’고 명령이라도 내리고 있는 것인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입이 방정이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손이 축축해지고, 발바닥은 차가워지는 기분이다.

그러더니, 발가락 끝 쪽에서 시작되는 진군의 나팔소리!

뱀처럼 발등을, 발목을, 종아리를, 무릎을, 허벅지를, 타고 오르는데, 그 느낌이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처럼 평화롭기까지 했다.

이건 내가 공황발작 증상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말인가?

아픔이 아프지 않다?

이것도 몇 번 당하고 나니, 아프지 않을 방법을 찾아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심장에서 마비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자리 잡았다.

심장 주위를 빙빙 돌며, 그 검은 눈을 번뜩이며,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더니,

“이 것이 진짜 고통이다!” 하며, 심장에 그 이빨을 푹 박아 넣었다.

피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숨이 가빠진다.

알고 있다.

공황장애로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이건 환상이고, 이건 그냥 나의 뇌가 작동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공황발작이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더욱더 힘을 주어, 물고 있는, 피 철철 흘리는 심장을 이리저리 휘두른다.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의지는 있으나, 마음은 이미 영혼이 나가 눈에 초점이 없는 상태로 휘둘리고 있었다.

점점 산소가 희박해지고 있다.

흡흡 흡흡 흡흡 흡  흡   흡    흡      흡….

기절의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안 깨어나는 것은 아니겠지?

이대로 영원히 누군가에게서 잊히는 것은 아니겠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누군가에게서 잊힌다는 것은 너무 두렵다.

그러고 봄에 죽는다는 것은 이별한다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이별이 가장 아쉬운 것을 보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확실한 듯하다.

이 절망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쁨과, 살아가는 소소함을 나눠야겠다.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한다고,

내가 너를 위해 응원한다고,

내가 너를 늘 잘되기를 바란다고,

내가 너의 행복을 위해 늘 소망한다고!

말해줘야겠다.


질식할 것 같은 순간이 짧으면 의식을 잃지 않고,

질식할 것 같은 순간이 어느 선을 넘어가게 되면 잠깐 의식을 잃는 듯하다.

오늘은 잠깐 선을 넘었다.

그래도 잠깐 선을 넘고 나면, 돌아오는 것은 훨씬 짧다.

정신이 들고 나면 괜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선을 넘지 않으면, 그 증상들이 다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꼼짝 못 하고, 느끼고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본래 이러한 공황발작이 지속되면, 공황장애라 한다고 한다.

공황발작에는 두려움이 가장 큰 증상인데, 오늘은 마비증세의 움직임을 따라다녔더니, 감정이 미처 자리 잡을 새가 없었다. 두려움이 없었다. 하긴 ‘죽는다’는 두려움인데, ‘공황장애로 죽은 사람은 없다’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런 건가?

뇌과학적으로도,

인간의 뇌는 3단계의 뇌가 있는데,

출처:https://www.google.com/search?q=brain+3+layer&sxsrf=ALeKk02fAp6GYjnd_5p2Be5L_Zb2s6Lsfw:1621799126


제일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reptilian(1단계)은 생명을 다루는 곳이라, 호흡, 맥박, 혈압 등을 관장한다.

가운데 뇌인 paleomammalian(2단계)은 감정을 다루는 곳이라, 두려움, 기쁨, 슬픔, 화, 분노 등을 다루는 곳이다.

마지막 뇌인 neomammalian(3단계)은 생각을 다루는 곳이다.

이 3가지 뇌가 서로 싸우다가, 한 뇌가 주인이 되면 다른 뇌는 작동하지 않는다.

‘너무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2단계 뇌가 활성화되어서, 3단계 뇌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너무 무서워서 소변을 찔끔’이라는 말도, 2단계 뇌가 활성화되어서, 1단계 뇌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도박이나, 알코올,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은 2단계 뇌인 감정에 충실하느라, 3단계 뇌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어디서 읽고 기억한 내용인데, 확실하기를!


다시 공황장애 이야기로 돌아와서,

‘공황발작에는 두려움이 가장 큰 증상인데, 오늘은 마비증세의 움직임을 따라다녔더니, 감정이 미처 자리 잡을 새가 없었다. 두려움이 없었다. 하긴 ‘죽는다’는 두려움인데, ‘공황장애로 죽은 사람은 없다’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런 건가?’

이걸 해석해 보면, 3단계 뇌를 의식적으로 작동시켜서, 2단계 뇌의 활성화를 막았다고나 할까?

이 정도면 공황장애를 통제하는 것은 아닐는지…


그러니, 공황발작으로 공황장애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면,

1.     일단 한 가지 생각을 너무 깊게 하지 말자!

2.     어느 정도, 발작이 올 것 같은 느낌이 온다면,

3.     자세를 바로 하고, 누워서 맞을 준비를 하자

4.     긴장을 풀고, 손끝부터 시작되는 그 녀석을 느껴보자

5.     내 몸의 어느 부분이 어떤 느낌인지 표현해보자

6.     그래도 심장은 조심하자. 거기가 결정적인 전투가 일어나는 곳이다.

7.     ‘공황장애로 죽은 사람은 없다’만 주문처럼 외우자!

8.     감정의 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9.     그렇게만 되면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10.  너무 힘들어 잠깐 기절할 수 도 있지만, 그건 좋은 거다.

11.  발작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12.  기절하지 않았다면, 잔나비 노래처럼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하자.


이렇게 몇 번 전투를 치르고, 또 몇 번의 전쟁을 치르고 나면,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결국 적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같이 가자!

물리 치치 말자!

공황장애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통달을 해도, 심장은 당분간 슬플 예정!

(심장, 호흡,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조심하자! 그 정도면 다른 것은 할 만하다)


이제 곧 5시다.

헬스 하러 가야겠다.


#우울증 #공황장애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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