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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닝 Jan 12. 2024

우리는 미완성의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책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아기는 미완성의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3만 년 전 코모도왕도마뱀과 오늘날 태어난 코모도왕도마뱀을 구분하라고 하면 잘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모도 왕도마뱀의 뇌는 매번 같은 결과를 내놓는다. 그들의 생존 방식인 ‘먹기, 짝짓기, 헤엄치기’ 프로그램은 대부분 그들이 태어나는 처음의 순간부터 내장되어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들은 생태계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융통성이 없는 일꾼과 같다. 왜냐하면 적응하던 환경이 바뀌면 멸종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전 세계 다양한 환경에서 번성한다. 이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거나 더 숨을 잘 쉬는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면역력이 강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완성의 뇌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코모도 왕도마뱀과 달리 온전한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기나긴 양육시간이 필요하지만 땅을 뒤덮고 바다를 정복하고 모든 생물들 위에 존재한다.








뇌는 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바꿔나간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도 아닌 ‘라이브웨어’



 뇌는 완전히 백지상태로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다. 이미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 잠재된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다. 아기도 많은 프로그램을 갖춘 채로 태어난다. 언어를 듣고 흡수하는 능력, 부모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능력, 우유를 빨아들이는 능력 등 미리 배운 적도 없는데 뇌 깊숙한 곳에 있는 신경회로들이 활성화되기도 한다.


  1960년대 과학자들은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뇌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장난감과 쳇바퀴가 설치되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쥐와 우리 안에 혼자 갇혀있는 쥐를 비교했을 때 전자의 경우, 과제 수행능력이 좋았으며, 부검결과 신경세포안의 가지돌기가 길고 풍부했다. 후자의 쥐는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뉴런이 비정상적으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이는 조류, 원숭이, 여러 포유류에게서도 발견되었다. 이처럼 뇌는 노출된 환경이 중요하다. 이는 뉴런 연결망의 적절한 발달에 필요한 건 세상과의 상호작용임을 의미한다.









 ‘우리의 뇌는 미완성으로 태어난다’는 말이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누구든지 처음부터 완벽한 능력과 시스템을 갖춘 것이 아닌데 나도 은연중에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요구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많은 잠재력을 가진 생명으로 태어났는데, 풍족한 상호작용이 안되었던 환경으로 인해 나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앞두고 불쑥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구든지 처음 가보는 환경에서 버벅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모르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경에 맞는 능력을 습득하고 발전시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내 안에 충분히 있다고 믿어지기에 앞으로의 선택이 두려워지지 않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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