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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eit Sep 10. 2024

다 같이 뭉크의 절규 따라 해 보기

sage


노르웨이는 뭉크부터

대장정 노르웨이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뭉크미술관 Munch Museum이었다.

 

인천에서부터 20시간의 긴 비행 끝에 오슬로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나자마자 우리는 바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노르웨이 폐에 뭉크의 얼굴이 있었을 정도로 이 나라의 국민화가 답게 오슬로에는 그의 단독 미술관이 있다.  그가 죽기 전에 기증한 2만 여점의 작품이 있는 곳.


뭉크미술관은 2021년 오슬로 시내 중심가에 새로이 개장한 곳이다. 오슬로 시내 센트럴역을 중심으로 광장, 그 옆으로 중앙도서관, 오페라하우스, 그리고 뭉크미술관까지 개장하며 문화예술지구를 형성하며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는 곳이 되었다.


(좌)오슬로의 뭉크뮤지엄  (우)뭉크뮤지엄 옆에 설치된 트레이시 에민의 ‘어머니’(The Mother)


뭉크미술관은 총 13층이고, 우리도 미술관에 입장해서 층별 전시를 따라가며 뭉크의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에드바르 뭉크, <절규> crayon on cardboard


절규

The Scream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그림


절규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멀리서부터 경호인력으로 둘러싸인 검은 공간 '절규의 방'이 보였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3가지 버전, 유화, 석판화, 소묘 작품을 번갈아가며 전시한다고 한다. 우리는 가장 초기 버전인 파스텔로 그려진 절규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다가가서 직접 원화로 바라본 절규는 채도 색감과 거친 선, 자그만 눈이 패닉에 빠진 모습이 한층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까만 공간 안이라서 내 시야마저 캄캄해지는 죽음의 공포가 이랬을까 싶은 느낌도 들었다.




나는 절규를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다양한 뭉크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뭉크의 자화상

다양한 인물의 초상화

뭉크의 사랑, 팜므파탈 여인들 <마돈나>, <뱀파이어>

노르웨이의 풍경과 밤하늘

판화작품

뭉크의 인생 그 자체인 작품들


뭉크의 자화상 1882  / 담배를 피우는 자화상 1896 / 상스페인독감 후의 자화상 1919
(좌) 벰파이어 (우) 마돈나
(좌) 다리위의 소녀들 (우) The Kiss
생명의 춤




체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은 뭉크의 판화를 따라 해 보는 공간이다. 나무테이블에 뭉크의 여러 판화작품이 세겨져있었고, 크레용으로 따라 색칠하면 선이 그려지는 것이다. 나는 <우주에서의 만남 encounter in space>를 따라 해 보았다. 노르웨이의 어린아이들 사이에 앉아서 우리는 천진난만하게 판화를 따라 그리고 각자의 작품을 들고 사진도 찍었다.


좌: <우주에서의 만남>  우: 사람들이 한데모여 판화를 따라그리고 있다



뭉크가 그리는 희망

마지막으로, 기대하지도 못했는데 마주한 작품이 있었다.

바로 <태양 The Sun> 시리즈

오슬로대학 강당 벽화로 작업한 이 그림을 여기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불안과 질병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방향을 잃고 떠도는 배와 같았을 것이다.



에드바르 뭉크를 생각하면 

절규에서 주는 강렬한 이미지부터 그의 삶은 죽음과 불안, 외로움 등을 지속적으로 표현했던 그림들이 떠오르지만, 나는 오히려 뭉크의 <태양>을 가장 좋아한다.


그 어두운 세계 속에서 바라본 일출,

커다란 벽 한가득 채우는 강렬한 햇빛.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태양을 마주하자마자 나는 감탄을 쏟아냈다.

그의 삶이 어두웠기 때문에 이 밝고 생동적인 작품 앞에서 더욱 커다란 감동을 느낀다니 아이러니인 것만 같다.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의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렸고, 이로 인한 상처는 그림 속에 박제된 듯 표현되었다. 그리고 이 고통을 극복하여 영원히 빛날 것 같은 태양을 그린 그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결국 우리도 완벽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아름다운 삶을 그려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늘과 바다, 땅 위로 퍼지는 찬란한 햇살 

저 높은 산 위의 눈을 녹이고 녹지를 만들어낼 생생한 빛

이 거대한 원화를 마주하며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해가 떠오르듯, 희망이 떠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뭉크의 <태양 The Sun>


뭉크미술관은 매층마다 통창으로 오페라하우스와 바다가 아름답게 보인다.

미술관에서 바라보는 오페라하우스는 건축물부터 독특하게 유려하여 시선을 빼앗긴다. 오페라하우스 지붕은 넓고 비스듬하여 지상까지 연결되는 모습인데, 이 지붕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상층에 올라 루프탑 바와 레스토랑에 도달해서, 다시금 오슬로의 바다와 오페라하우스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눈에 가득 담고 내려왔다.



마치 절규의

주인공처럼.

카페에서도 볼 수 있는 절규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1층에 있는 카페였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만 판매하는 절규 케이크를 먹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직 영업시간 내인데도 불구하고 왜인지 모르지만 오늘 카페가 열지 않았다.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아서 기념품 가게로 향해서 절규가 그려진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했다. 문구류, 가방, 파우치에서도 절규가 있었고, 심지어 양말에도 절규가 있었다.  


근데 우리 케이크만 없었다. 


이때에는 너무 아쉬워서 셀카 찍을 생각도 못했는데,  뒤부터 우리는 셀카마다 절규의 포즈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를 다니면서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며 절규스러운 일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는 절규와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으로 노르웨이의 첫날을 보냈다. 그리고 이후 우리가 절규하는 모습들을 다시 보니 어려움과 아쉬움에 닥쳤을지어도 그 모습 또한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었다.


마치 오로지 절규 케이크를 먹기 위해서 다시 오슬로에 와야겠다는 결심처럼.

절규 이후의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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