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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eit Oct 01. 2024

노르웨이 피오르에 숨겨진 보물, 프레이케스톨렌

sage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 

빙하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대자연인 피오르를 지칭하는 단어가 노르웨이어에서 유래되었을 만큼 노르웨이는 피오르의 대명사이다. 노르웨이에는 이름 붙인 피오르만 1,7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고위도의 추운 지방이나 해발고도가 높은 산에서는 눈이 녹지 않고 두껍게 쌓이면서 빙하가 발달하는데, 시간이 지나 이 빙하가 녹아 사라지면 빙하가 있었던 자리는 U자형 골짜기만 남게 된다. 이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좁고 기다란 만이 형성되는 게 피오르다. 250만 년 전부터 빙하로 뒤덮였다 침식되길, 수 차례 반복하면서 빙하가 조각한 자연이다.

CNN에서 세계 50대 대자연의 신비로 1위와 10위에 선정되기도 했다는데, 이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를 직접 올라가 보려고 한다.





피오르 즐기는 방법


피오르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피오르를 내려다보는 것, 피오르를 따라 형성된 마을에 머물며 바라보는 것, 그리고 배를 타고 피오르 위를 항해하며 가까이 다가가 보는 것.

어떤 방법이든 피오르의 각각 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이 모든 매력을 직접 느껴볼 예정이다. 그 대망의 첫 번째 방법으로, 우리는 피오르 트레킹을 위해 출발했다.


북유럽의 거친 산맥조차 침식시킨 빙하, 그 빙하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기 위해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해 노르웨이에는 3대 피오르 트레킹 코스가 유명하다. 쉐락볼튼, 프레이케스톨렌, 트롤퉁가. 이름이 쉽게 입에 붙지 않지만, 각 코스별로 볼 수 있는 매력들이 있다.

쉐락볼튼에서는 해발 900m 깎아 자른 듯한 수직 절벽 사이에 둥근 바위가 하나 끼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아슬아슬한 바위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게 유명한데 사진을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프레이케스톨렌에는 네모 반듯한 설교단 같은 절벽이 있는데, 웅대한 피오르를 파노라마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트롤퉁가에는 스칸디나비아 전설 속의 괴물인 트롤이 혀를 내미는 듯한 모습의 바위가 있는 곳이다.


모든 곳을 다 가보고 싶었지만, 우리는 그럴 체력과 시간이 되지는 않았다. 이 중에서 비교적 오르기 쉽고 피오르를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다는 프레이케스톨렌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초보라서 장비부터


노르웨이로 출발하기 전부터 등산 걱정이 앞서긴 했다. 한국에서도 등산을 딱히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산 둘레길정도는 가봤지만, 등산화가 필요할 정도의 산을 올려가 본 적이 없었다. 일단 장비부터 샀다. 호카의 등산화와 파타고니아의 바람막이, 등산모자, 그리고 에너지겔까지. 등산 초보를 위한 글도 몇 개 숙지했다.

노르웨이 가기 전에 한국에서 산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신발과 새 재킷을 가지고,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프레이케스톨렌에 오르게 되었다.





숲길을 지나, 돌산을 올라, 피오르를 향해서

  

우리는 렌터카를 타고 트레킹코스 입구까지 왔다. 한 해에 무려 30만 명이 모이는 곳인 만큼 우리가 간 날에도 정말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 일제히 한 방향으로 향해 올라갔다.


친구들끼리, 가족과 함께, 혹은 단체 관광으로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강아지와 함께 온 분들도 많았다. 정상까지 가는 게 목적이 아닌 듯이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피크닉을 즐기는 분들도 봤고, 아버지가 혹은 어머니가, 혹은 부부 두 분이서 아이를 등에 업고서 산을 올라가는 존경스러운 부모들도 많이 마주쳤다.

가장 인상 깊은 분은 한국인 할아버지셨는데 연세가 무려 80대이셨다. 미국에서 한인단체로 오셨는데, 같이 오신 분들도 옆에서 도와주셨지만, 인종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도 할아버지를 많이 응원해 주셨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로 올라가셨고, 그리고 끝끝내 정상에서 할아버지를 다시 뵐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하나의 목표인 정상을 향해서 숲길을 지나, 나뭇길을 건너, 돌계단을 올라, 돌언덕을 넘어 결국 도착했다.


어제는 비가 많이 내리고 흐렸던 날씨였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오전에 오르기 시작할 때에는 구름 있는 하늘이었다가, 우리가 정상에 다다르니 해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피오르, 빙하가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작품


프레이케스톨렌, 정상에 다다라서 바라본 풍경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벅찬 감동이었다. 42km 길이의 광대한 뤼세 피오르, 그 옆으로 600m 높이의 깎아 자른듯한 거대한 절벽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빙하와 세월이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작품이었다.


프레이케스톨렌은 정상의 바위가 커다란 연단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재단바위, 영어로는 Pulpit Rock이라고 불린다. 울퉁불퉁한 절벽 사이에 칼로 반듯이 자른듯한 이 정상 위에 있다 보면, 정말 스칸디나비아의 신들이 설교하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했다.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 그동안 무엇을 상상했던지 노르웨이의 태고적 자연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파노라마는 생생하게 가슴에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 나무로 만든 표지판을 발견했다. 프레이케스톨렌으로 가는 돌길은 10년 전 네팔의 쉐르파들이 수리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누군가의 손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돌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서 길이 생기거나, 동물들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길이 아니라, 사람의 노력이 담긴 길임을 깨달았다.


피오르는 긴 세월과 빙하의 힘으로 만들어졌지만,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




노르웨이의 보물 피오르, 북쪽 나라의 대자연은 사진으로 결코 느껴볼 수 없는 웅장하고 생동적이며 아름다웠다. 실제 눈으로 보고 몸소 겪으며 본 광경은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귀가해서 우리는 노르웨이의 맥주와 어묵으로 성공적인 등반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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