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rit
노르웨이의 휴게소는 우리나라 휴게소와는 아주 다르다. 여느 유럽국가의 휴게소와도 다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로휴게소는 일정거리마다 운전을 쉴 수 있는 쉼터와 주차장, 주유나 필요한 물건을 살수 있는 편의점 등이 함께 있는 구조다. 반면, 노르웨이는 이러한 구조의 휴게소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도로는 자연속에 있다가 마을이 나타나고 다시 자연속에 닫히는 구조로, 주유소는 그중 규모가 좀 있는 마을이 보이면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휴게소는 멋진 전망대가 있는 곳에 몇대의 주차가 가능한 쉼터와 화장실로, 노르웨이의 유명 건축회사에서 설계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구조물이다. 휴게소들은 경치 좋은 길을 따라 위치하는데, 갈색으로 된 국립 경관 노선 사인을 찾으면 된다.
노르웨이의 경치와 함께 볼거리로, 우리는 여행에서 도장깨기 하듯 화장실을 탐험하러 다닌것 같다.
숙소를 나와 오늘의 목적지인 프레이케스톨렌 트래킹을 위해 이동하는 길은 노르웨이 경관루트 The Scenic Routes 18개 중 하나인 예렌 Jæren 루트다. 북해를 따라 긴 해안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노르웨이의 대부분 지역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피오르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가졌다. 넓은 들판과 해안이 높은 하늘과 만나는 평화로운 느긋함이 있다.
레프네스트란덴 Refsnesstranda
첫번째로 만난 휴게소는 예렌 루트 중 수영과 하이킹을 하기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인기있는 헤뱐에 있는 레프네스트란덴 Refsnesstranda이다. 화장실 시설로 만들어진 멋진 알루미늄 건축물은 회색빛을 띠고 있는데, 빛에 따라 형태가 달라 보이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하늘이 반사되어 비춰진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구름이 잔뜩 머금은 아침이라 멋진 빛의 형태를 볼수 없었고 성수기가 아닌탓에 혼자 서있는 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이 현대적인 건물 화장실과 야외 샤워실, 플러싱 스테이션, 벤치가 있고, 해변 모래 언덕까지 나무 데크 길로 이어져 있어 풍경속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
오레스트란다 Orrestranda 해변의 프릴루프트슈셋 포 오르레 Friluftshuset Orre
프릴루프트슈셋 포 오르레 Friluftshuset Orre 는 길이가 거의 5km에 달하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모래 해변 오레스트란다 해변에 위치한 레크리에이션 센터다. 미래 세대를 위한 활동으로, 야생동물과 환경보호에 대한 정보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콘서트, 미술 전시회 및 기타 문화 행사를 제공하고, 수영,서핑, 하이킹을 하기 위해 해변을 찾는 이들을 위한 주차 공간과 화장실이 있다. 센터는 악천후와 바닷 바람으로부터 대피할 수 있도록 원을 그리며 지어졌고 작은 카페도 있다고 하는데, 성수기가 아니라 오픈하지 않아 내부는 들어가 볼수 없었다.
트래킹을 앞두고 가볍게 들른 곳이라, 아름다운 해변까지 내려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지구반대편 여행자로, 시간과 여건에 쫒겨 여유로운 여행자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두개의 휴게소를 지나고 스타방에르에서 라이패스트 해저 터널을 통과해 트래킹을 위한 주차장을 향해 달려갔다. 2019년에 라이패스트 해저 터널 Ryfast Tunnel 이 완공되면서 페리를 타고 45분을 넘게 들어가야했던 길이 15분이면 건너갈 수 있게 편리해 졌다. 이 터널은 14.3k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깊은 터널이라고 한다. 산악 지형과 피오르 인해 노르웨이에는 950개가 넘는 터널이 있는데, 이 중 33개는 해저 터널이라고 한다. 노르웨이의 모든 터널의 길이를 합하면 약 800km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도 여행중 지나던 터널의 갯수를 세다가 지쳐 포기했던 게 생각난다. 어쨌든 노르웨이는 자연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뤼세피오르 Lysefjord는 노르웨이 남서부에 있는 피오르로, 밝은 피오르(light fjord)'라는 뜻인데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밝은 색의 거대한 화강암 바위 절벽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뤼세피오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 '제단바위'라는 별명을 가진 프레케스톨렌 Preikestolen과 '시에라산의 둥근 바위'라는 의미의 약 1천 미터 높이의 거대한 절벽 틈에 아찔하게 박혀 있는 바위, 쉐락볼튼 Kjeragbolten이다. 이곳은 하르당에르 Hardanger 피오르에 있는 트롤퉁가 Trolltunga과 함께 노르웨이에서 반드시 가야 할 곳, 하이킹 3대 코스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프레이케스톨렌은 가장 인기있는 대표적인 명소다.
론리 플래닛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숨막히는 명소로 영화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우리 역시 사진 한장만으로 오로라를 볼수있는 겨울여행을 포기하게 햇을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곳이다.
꼭대기 부분이 약 25m²의 평평한 사각형 모양의 바위로, 뤼세피오르 위로 604m 높이로 솟아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듯한 아찔한 경험과 뤼세피오르의 탁 트인 파노라마 절경을 제공한다. 토마스 피터 란둘프라는 스포츠맨이 뤼세피오르드를 항해하던 중 이 절벽을 발견하고 설교단과 닮았다고 하면서 널리 이름이 불리게 되었다고. 노르웨이어로 '프레이케스톨렌 Preikestolen'은 'Preike'(설교하다)와 'stol'(의자)의 합성어로, '설교자의 의자'라는 뜻인데, 이를 영어권에서 ‘펄핏락 Pulpit Rock’ 으로 번역되었다. 이름만으로도 독특한 형태와 높이를 잘 표현하고 있는듯 하다.
3대 트레킹 코스를 모두 가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프레이케스톨렌 하이킹은 중간 정도의 난이도인 8km를 왕복으로 대략 4-5시간이 걸린다. 트레일 중에 네팔 셰르파가 크게 변하는 지형에 따라 만든 습지, 숲, 돌계단이 있는데, 이는 환경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하이킹이 쉬워지도록 해준다고 한다.
시작 지점은 80미터가 넘는 고도 상승구간으로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올라간다. 길이라기 보단 가파른 돌계단이 맞을것 같다. 숨이 탁 막혀올때쯤 약간 평평해지는 곳이 나오는데, 습지 구간에는 나무데크와 다리가 있고 작은 호수가 보이는 곳에는 잠깐 쉬어갈 만한 공간이 잘 되어있다.
겨우 5-6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도 씩씩하게 움직이고, 하산할때 만난 몇몇 청년들은 무리를 지어 뛰어다니고 무려 80세가 넘으신 어르신도 천천히 하이킹에 용기를 내신 모습이 그저 멋있어 보일 뿐이었다. 내 한몸도 해낼수 있을지 걱정이 크던 내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사내아이를 등에 지고 오르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대자연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의 용기와 에너지는 어디까지일까.
다시 위쪽으로 돌계단을 올라가다가보면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완만한 지형의 부드러운 바위 위를 걷게 되는데, 리세피오르를 살짝 보이기 시작하면서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피오르를 따라 아찔한 절벽 길을 지나고나면 드디어 프라이케스톨렌의 독특한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는 환상적인 뤼세피오르의 경치가 펼쳐진다.
종아리와 허벅지는 비명을 질러 됐지만 이 곳을 내가 보는구나 싶은 마음에 울컥해졌다. 5월의 초록빛 이미지를 기억에 담으면서 수량이 풍부해지는 여름 비가 오는 날,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가을 일출을 목격하고 눈 덮인 얼음 트레일을 상상해 본다.
내려가고 있을 때였는데, 문득 돌아보니 나 혼자뿐이였다. 길을 잃어던 걸까. 두려움에 다리가 떨려왔지만, 부지런히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어느정도 갔을때 멀리서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바위에 붉게 써진 반가운 “T”가 보였다. 노르웨이의 트레킹 코스에서 나타나는 붉은 색 표시 'T'는 노르웨이 등산협회(DNT, Den Norske Turistforening)가 등산로를 표시하는 데 사용되며, 등산객들이 안전하고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안도의 숨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고 어느새 트레일 시작점에 돌아왔다.
미처 장비를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프레이케스톨렌 관광안내소에서는 관련된 장비를 렌트해주고 필요할 경우, 가이드를 받을수도 있다. 나두 중간에 등산스틱을 준비했었따면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겟다. 트레일 중간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다녀와야 한다.
노르웨이는 하이킹의 천국이다. 내가 찾아본 멋진 트레일 코스가 얼마나 많았는지 셀수도 없다. 왜 그토록 애써서 힘든 도전을 하고 또 하게되는지 고개가 끄덕여 지는 오늘이다.
하얀 목재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감있는 스타방에르 Stavanger
하이킹을 마치고 스타방에르로 향했다. 노르웨이 남서부에 있는 항구도시 스타방에르는 프레이케스톨랜과 쉐락볼튼을 하이킹하기 위해 거점으로 찾는 곳인데, 북해에서 석유가 발견된 이후 노르웨이가 유럽의 강대국이 될수 있었던 유전 개발의 중심지에서 유럽의 에너지 수도로 발전하고 있다.
스타방에르 구시가지 Gamle Stavanger,Old Stavanger에는 18~19세기에 지어져 보존된 그림 같은 흰색 목조주택과 그 사이에는 좁은 자갈길이 있는데, 상인의 집이었던 건축물은 과거의 역사와 활기찬 조화를 이루며 스타방에르 해양 박물관과 IDDIS 노르웨이 인쇄 박물관, 노르웨이 캐닝 박물관과 지역 공예품을 제공하는 부티크 샵이나 예술가의 갤러리로 변신했다. 올드 스타방에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유네스코에서 노르웨이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도시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일부 주택은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이전되었는데, 예전에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집을 가져오는 것이 꽤 흔했다고 한다. 주택은 목재로 벌목되어 있어 이사할 때 해체하고 가져 오기가 상당히 쉬워서라고.
우리도 목조주택 중 하나에 숙소를 잡았다.
파르게가텐 Øvre Holmegate,Fargegaten_“색상거리”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인기 있는 관광 명소, 화려한 색상거리 파르게가텐으로 향한다.
이전에는 조용하고 다소 칙칙했던 이 거리를 헤어스타일리스트 유명인 톰 요르스비크와 예술가 크레이그 플래너건이 거리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컬러 코드를 만들면서 관광 아이콘이 되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지만 4년 이상 지속된 노력끝에 활기찬 힙스터 공간이자 보행자 거리로. 카페, 펍, 레스토랑, 틈새 상점이 있는 명소가 되었다고. 걷다보니 재미난 스트리트아트도 보이고 아기자기한 샵들이 알록달록한 거리를 빛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