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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eit Oct 19. 2024

이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서, 올레순

esprit



게이랑에르 Geiranger - 트롤스티겐 Trollstigen 루트

롬 캠핑장에서 아침은 따가운 햇살과 함께였다. 얼마만의 햇빛인가. 아름답던 캠핑장과 뒤로하고 동쪽의 게이랑에르로 향했다. 오늘은 피오르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게이랑에르 피오르 Geirangerfjorden와 가파른 산을 따라 굽이굽이 도로를 따라가는 <게이랑에르 - 트롤스티겐 루트>를 지나 올레순으로 도착하는 날이다. 이 루트에는 게이랑에르 페리를 탈 수 있는 선착장과 멋진 전망대, 그리고  트롤스티겐의 11개의 헤어핀 커브가 있다.

유난을 떠는 날씨는 여행을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높은 산과 깊은 피오르가 있는 길은 눈으로 닫혀있는 상태. 어제처럼 오늘도 루트를 변경해야만 했다. 가장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지만, 먼저 예약해 놓은 페리를 변경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유명한 피오르를 운항하는 관광페리는 주차 후 왕복으로 페리를 타고 원점으로 돌아와야 해서 번거로운데 반해, 게이랑에르 패리 - 헬레쉴트 Hellesylt에는 카페리 노선이 있어 바로 올레순까지 가는 최적의 일정이었다. 이 노선이 워낙 인기가 많아서 미리 예약을 위해 몇 개월을 예약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어렵게 예약을 맞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반대편 루트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일에는 당연히 인터넷 예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 빨리 줄을 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침부터 서둘러 페이 선착장을 향했다. 전날 밤에 게이랑에르에서 출발하는 예약티켓은 취소했고 할레순트에서 페리를 대기하는 줄에 합류했다.

가는 도중 멋진 풍경을 볼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고 헬레쉴트 선착장에 도착하니 서너 대만 대기하고 있었다. 마음의 여유를 찾기도 전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우리 뒤로 온 차들이 먼저 탑승을 하는 게 아닌가? 페리 운항시간이 꽤 길고 다음번 페리를 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계속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예약한 차들을 모두 보내고 간신히 마지막으로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예약한 차가 너무 늦게 선착장에 와서 마지막 한자리를 차지한 것과 뒤차들이 먼저 가게 된 것은 탑승 몇 분 전까지도  인터넷 예약이 열려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페리에 올랐고 유명한 폭포인 일곱 자매 Dei Sju Systre, 구혼자 Friaren, 신부의 베일 Brudesløret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오르인 Geiranger 피오르드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었다. 한 시간 내내 페리 위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손이 시렸고 고요해 보이는 물길에도 바람은 부드럽지만 차가웠다.






페리에서 하선 후 우리가 유일하게 방문할 수 있었던 외르네스빙겐 Ørnesvingen을 향했다. 외르네스빙겐은 게이랑에르 Geiranger에서 에이드달 Eidsdal까지 가파르고 푸른 언덕을 오르는 11개의 헤어핀 굽이길로, 정상에는 폭포와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보이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양측면을 따라 웅장하게 솟은 산맥들 사이에 고요하게 잠겨있는 호수 위로 우리가 탔던 페리가 지나갔었지...


사실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면, 플라이달스주 베트 Flydalsjuvet를 다녀왔어야 했다.

가이랑에르 피오르의 안쪽 끝, 가파른 산 중턱에 있는 플라이달스주베트 전망대는 높게 솟은 봉우리들 사이에 마을과 피오르를 한 컷으로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층에는 노르웨이 소냐여왕이 설치한 피오르 셋(Fjordsetet, 피오르 좌석)이 있다. 이 의자에 여왕처럼 앉아 기가 막힌 피오르의 절경을 감상하고 왔어야 했었다.

@Visitnorway.com, Photo: Ove Skylstad, Jarle Wæhler / Statens vegvesen





병풍처럼 펼쳐진 아르누보 건축물_올레순 Ålesund


중간에 루트가 바뀐 탓에 올레순을 향한 길도 예상하지 못한 대안길로 교체되었다. 올레순은 인스타그램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서 오게 된 곳이다. 숙소를 가기 전 사진 속 그곳, 악슬라 전망대 Aksla utkikkspunkt를 향했다.

악슬라 전망대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자랑하는 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서양으로 뻗어 있는 군도와 아름다운 시내 중심가가 내려다보이고, 선뫼레 알프스 Sunnmøre Alps의 탁 트인 멋진 전망이, 무엇보다 올래순의 상징인 아방가르드 건물들은 놀랍고 아름다웠다.

우리는 차로 올라갔지만, 타운 파크 Town Park에서 418 계단을 걸어 올라오면서 느리게 전망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계단에는 올라간 만큼의 숫자가 새겨져 있는데, 하나둘씩 오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시내 전망을 확인할 수 있고 특히 저녁 시간에 해 지는 모습과 어우러진 시내 풍경은 최고란다. 걷기가 불편하다면 시티 열차 관광을 타고 피엘스투아 Fjellstua까지 왕복 여행을 해도 좋다. 피엘스투아에는 전망테라스에서 커피나 음식을 먹으며 경치를 볼 수 있다.





올레순은 '장어'라는 올레 Ale와 '물길'이라는 순 Sund이 합쳐진 단어로,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다. 1904년에 발생한 엄청난 화재로 인해 대부분이 잿더미가 되었고 일만 명이 넘는 시민이 집을 잃었다고 한다. 이후 도시재건 계획을 수립하고 유럽과 노르웨이 전역의 건축가들을 동원해 당시 유행하던 아르누보 Art Nouveau 양식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도시로 재탄생했다. 100년이 넘은 건물들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정면에는 재건축된 연도가 새겨져 있다.

올레순은 7개의 섬에 걸쳐 형성된 도시로 무려 3400m가 넘는 해저터널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악슬라전망대가 있는 뇌르뵈야 Nørvøya 섬과 시내중심가를 이루는 아스푀야 Aspøya 섬이 도시의 중심이다. 두 섬을 잇는 작은 다리인 헬레브로아 Hellebroa 에서 브로순데트 Brosundet 까지 걷고 있다 보면 맞은편으로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의 아르누보 건축물과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부두이자 등대인 몰자 Molja가 보인다.

날씨가 좋은 오후에 방문했다면 브로순데트 운하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카약투어를  즐겨도 좋았을 텐데…








올레순에서 보고 싶었던 다른 하나는 슬리닝스볼레 Slinningsbålet였다. 행사일정이 6월 23일이라서 우리 여행과는 맞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다음에 노르웨이에 올 기회가 있다면 꼭 날짜를 맞춰 와야지.

슬리닝스볼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모닥불 중 하나로 매년 올레순의 성 요한 전야 행사다. 2016년 47,7m 높이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고 올해로 24번째를 맞이하는데, 매년 전 세계에서 관객이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몇 달 전부터 특별한 도구 없이 지역민들이 수작업으로 나무 팔레트 탑을 짓기 시작하여 성 요한 전야에 가장 가까운 토요일에 불을 붙이는 매우 독특한 전통이다. 불길이 타워 전체로 번져 타오르는 저녁 늦게까지 악슬라 산에서 또는 보트나 카약에서 모닥불을 보는 모습이 장관이다.



@Visitnorway.com, Slinningsbålet / Photo : Arnfinn Tønnessen


https://youtu.be/zWZnHqHuydg? si=bgvSZr7 Vk0 rLww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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