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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eit Oct 15. 2024

5월, 눈으로 길 막히면.. 노르웨이 게이랑에르 피오르

sage


노르웨이에 있는 수천 개의 피오르 중에서 특히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문나 있다. 이 아름다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특히 이곳의 매력을 더하는 이유는, 바로 가는 길도 험준하고 여행할 수 있는 시기도 한정적이라는 점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이 제한된 시기를 맞추어서 굽이진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느끼는 스릴, 그리고 나서 드디어 험준한 산세 속에 숨겨진 보물처럼 드러나는 피오르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장관을 보다 보면 힘든 일정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마냥 감탄이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피오르를 크루즈나 보트에 타서 보거나, 카약까지 타기도 하고, 험준한 산세를 따라 하이킹을 하거나, 전망대를 올라가기도 한다. 그중에서 우리는 노르웨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으로 게이랑에르를 즐겨보려고 한다. 바로 노르웨이의 대중교통 페리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수십만 개의 섬을 이동하는 방법


노르웨이는 섬이 굉장히 많다. 조사하는 기관과 기준마다 그 숫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2023년 노르웨이 백과사전 Norge에 따르면 239,057개로, 노르웨이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아주 작은 섬과 암초 등을 포함하여 집계하면 30만 개가 넘기도 한다고 한다) 해안선 길이도 50,000km가 넘어 이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나라라고 한다. 덕분에 섬을 이어 길을 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쉽게 떠올리는 교량도 많고, 해저터널도 있고, 페리도 이용한다. 다만 생각보다는 다리는 많이 보이지 않는데 아마 공사도 까다롭고 돈도 많이 드는데 인구도 적으니 다리를 건설하기보다는 배를 이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페리도 도로이자, 움직이는 다리이다. 페리 스케줄에 맞추어 페리가 선착장으로 오면 자동차 채로 페리에 탑승하고, 요금은 오토패스(우리나라 하이패스와 유사한 시스템)로 지불한다. 생경한 경험이지만 이 또한 수십 번 지나가다 보니 페리가 크고 작은지, 얼마나 자주 오는지 차이일 뿐 금방 익숙해졌다.


게이랑에르 피오르에도 게이랑에르와 인근 작은 도시 헬레실트를 연결하는 페리가 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이 교통 페리를 관광목적으로 탑승하기 때문에 왕복으로도 많이 탄다고 하는데 우리는 esprit 덕분에 편도로 타고 이동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노르웨이로 떠나기 몇 달 전에 미리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확인하여 예약도 해놓고 만발의 준비를 갖추었다.



또다시 눈 때문에...


연어가 뛰어 올라올 것 같은 강을 따라 세워진 캠핑장에서 저녁을 먹고 내일 일정을 체크하면서 문제를 발견했다. 게이랑에르 페리를 타는 선착장으로 가야하는 길이 눈으로 막혀있다는 소식을 노르웨이 교통청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며칠 전 내비게이션을 따라 길을 따라가다가 산 정상 부근에서 눈이 쌓여 있다고 차단막이 내려와 있는 것을 보고 나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정보들 찾다 노르웨이 교통청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다같이 집단 패닉에 빠졌다. 뭉크의 피비린내 나는 붉은 절규가 이번엔 눈에 파묻힌 새하얀 절규가 되었다.


우리는 esprit의 지휘에 따라 경로를 새로 설정했다. 원래 루트는 게이랑에르 페리 선착장 - 페리 도착지 헬레실트 - 최종 목적지 알레순였는데, 우리는 게이랑에르와 헬레실트의 순서를 바꾸어 가기로 한 것이다. 일반적인 루트라면 순서 바꿔서 갈 수 없었겠지만, 우리가 있는 남쪽에서 북쪽에 있는 올레순, 그 사이의 남북의 거리가 아닌, 동서의 구간이라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게이랑에르 페리는 다행히 취소가 가능했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있었다. 아름다운 랑바트네 호수를 결국 가지 못하고, 새로운 선착장에는 예약 없이 가기 때문에 페리를 타기 위해 줄을 서야 해서 서둘러 가야했다.

그렇게 걱정을 덮고 잠을 청했다.



눈으로 가지 못한 곳들 출처 https://www.nasjonaleturistveger.no  Photo: Vegar Moen, Jarle Wæhler, Statens vegves



고생은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에도 긴 여정은 계속되었다. 아침부터 빨리 헬레실트로 달려갔다. 예약하지 못해서 서둘러 가서 앞쪽에 차를 대놓고 줄에 서서 3시간 정도 대기했다. 그리고 페리 입장의 순간, 여기는 대혼란이었다.


5개의 차선에 차들을 줄 세워 입장시키는데 예약한 차량이 먼저 입장했다. 그리고 나머지 차량들을 입장시키는데,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었고 그리고 그 조차도 능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눈에 보이는 차량들을 먼저 보내는 등 체계적이지 않았다. 또다시 3시간을 길바닥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데다가, 오늘 올레순까지 가려면 이번 페리를 꼭 타야했기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그를 초조하게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가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여 결국 탈 수 있었다. 페리가 문닫기 직전 뒤에서 두 번째였다.


페리에 간신히 탑승하고 차를 정차시키고 나서도 안정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게이랑에르의 스릴을 이런 방식으로 느낄 줄은 몰랐다.

게이랑에르 페리에 탑승하고 나면, 차는 정차시키고 승객들은 위쪽의 승객선실로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탄만큼 우리가 탑승한지 얼마 안 되어 페리는 출발하였고, 우리는 안도감과 호기심으로 선실로 올라가서 갑판으로 나갔다.





가장 아름다운 협곡


페리는 천천히 나아가며 잔잔한 바다와 그를 둘러싼 험준한 절벽들이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인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넓고 평화로운 바다 위로 펼쳐진 경치는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눈으로 덮인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었고, 그 눈이 녹아 흐르는 물줄기가 산봉우리를 따라 흘러 바다로 이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특히 굵은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장관은 압도적이었다. 이 폭포는 일곱 개가 연달아 이어져 '7자매 폭포'라 불린다.


그리고 7자매폭포의 맞은편에는 홀로 흐르는 폭포가 하나 있는데 '총각폭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 한 총각이 7자매에게 차례로 청혼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 슬픔에 잠긴 총각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 결과 폭포는 와인병 모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시간 동안의 운행 시간 내내 바라보는 피오르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슬아슬하게 페리에 탑승한 스릴과 위대한 피오르의 장엄한 아름다움이 얽혀, 그 순간은 더욱 잊지 못할 장면으로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어렵게 도착한 게이랑에르 피오르의 전망대에서 다시금 그 경관을 다시 한번 감탄하고 난 뒤, 우리는 올레순으로 떠났다.




페리가 도착하는 게이랑에르 Gei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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