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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노르웨이 경관루트를 달려보는 시작이다.
노르웨이의 경치 좋은 길 Norwegian Scenic Routes는 노르웨이해안과 피오르, 산과 폭포를 따라 독특한 자연 특성을 가진 경관을 관통하는 18개의 도로로, 길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혁신적인 건축물이 있는 예술품, 멋진 전망이 있는 전망대, 휴식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노르웨이 공공 도로청(NPRA)은 30년 동안 남쪽의 예렌에서 북쪽의 바랑게르까지 18개의 선정된 드라이브 루트를 개발하고 개선하는 작업들을 해왔는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며, 멋진 전망대가 추가로 개통될 예정이라고 한다.
18개의 코스는 가장 남쪽에 있는 Jæren Route를 시작으로, Ryfylke, Hardangervidda, Hardanger, Aurlandsfjellet, Gaularfjellet, Valdresflye, Sognefjellet. Rondane, Gamle Strynefjellsvegen, Geiranger – Trollstigen, Atlanterhavsvegen, Helgelandskysten, Lofoten, Andøya, Senja, Havøysund, 북쪽 끝을 달리는 Varanger Route가 있다.
우리가 여행 중 많은 루트 속 아름다운 전망대와 휴게소를 만나게 되길 기대했지만, 날씨와 교통사정등으로 발생되는 일들로 인해 가보지 못하게 된 곳이 꽤 있었다.
드라이브 중 아래와 같은 사인을 만난다면 근처에 멋진 전망대나 휴게소가 있다는 의미다.
프레이케스톨렌이 있는 Ryfylke Route 리필케 루트는 푸른 피오르드와 험준한 산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맛이 있는 경로다. 루트에서 만난 오스타스테인 전망대 Ostasteidn와 로페이드 Ropeid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씨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갔다. 사진 속에서의 저녁풍경은 정말 멋지다!!!!
베르겐을 향하는 빠른 경로길은 눈으로 인해 막혀있어,
아직도 3-4미터의 높이로 쌓여있는 눈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날씨 탓에 길은 굳게 닫혀있었다. 따뜻한 5월이면 열릴 줄 알았던 이 루트가 비가 오고 추워진 탓에 열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산을 넘어가는 짧은 루트를 이용하지 못하고 긴 소요시간으로 베르겐으로 가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호수길을 돌아 쌍둥이폭포와 하드당 피오르 다리를 건너 플롬으로 향한다. 기대하던 그리그 뮤지엄은 계획에서 멀리 벗어나버렸다.
플롬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Hardanger 하르당에르는 Steinsdalsfossen, Vøringsfossen, Skjervsfossen, Låtefossen, Furebergfossen의 큰 폭포로 둘러싸여 있는 루트로 멋진 폭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하다. 우리가 포기했던 트롤퉁가 하이킹과 빙하를 볼 수 있는 부아르브린 하이킹도 포함되어 있다. 보링포센 폭포 Vøringsfossen를 보고 싶었지만,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라데포센 폭포 Låtefossen를 지나가기로 했다. 좁은 계곡을 지나는 도로 뒤편으로 쌍둥이 폭포 Låtefossen 가 산비탈을 따라 쏟아져 내리고, 물보라는 도로를 적시며, 아치형 다리아래 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폭포를 지나 에스페네스 Espenes 휴게소를 발견했다.
휴게소는 높이가 다른 12개의 지붕 모듈이 철제 구조물로, 지붕 아래에는 전망을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화장실과 벤치가 있는데, 그 뒤로 피오르드를 따라 북쪽으로 펼쳐지는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폭포를 지날 때부터 날씨가 맑아지면서 푸른 하늘과 높은 구름도 선물처럼 찾아왔다.
다음 날도 어김없이 아침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 중에 이토록 많은 비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기대하던 스테가스테인 전망대가 안개에 싸여있어 전망이 잘 보일는지 걱정이 앞섰다. 지그재그 좁은 길을 아슬아슬 올라간 전망대는 소나무 사이에 피오르를 향해 세워져 있었다. 오를란스피오르 Aurlandsfjord 위 650m에 아찔하게 서있는데, 전망대의 끝에는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시원한 피오르의 전망을 보여준다.
비 덕분에 오히려 깊은 피오르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 속에 갇힌 몽환적인 풍경을 맞이한다.
페리를 타고 푸른 피오르를 가로지으면서 맑은 하늘 속 전망대를 보는 풍경은 또 어떨까.
스테가스테인 전망대가 있는 아우를란스펠렛 Aurlandsfjellet 은 눈으로 덮인 황량한 산을 지나 피오르에서 피오르로 이동하며 웅장한 경치를 볼 수 있는 루트다. 이 루트는 1년 내내 눈이 덮인 높은 산 사이로 피오르가 이루는 대조가 강렬한 아름다움을 주는데, 겨울에만 닫힌다는 이 도로가 오늘도 오픈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우리는 비명을 질렀다. 어제애 이어 오늘도 우리는 대안루트를 통해 이동을 고려해야 했다.
멋진 풍경대신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레르달터널 Lærdal Tunnel을 지나간다. 티비엔 <텐트 밖은 유럽_노르웨이> 편에서 등장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터널이었는데, 긴 길이와 중간중간 이벤트에 출연자들이 흥분한 모습이 기억이 난다. 레르달터널은 길이 24.51km의 긴 터널 주행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을 고려한 설계와 최신 안전시설로 유명하다. 4개 구간으로 나눠 6km마다 대형 동굴이 설치되어 휴식공간을 제공하는데, 북쪽 지역 일출을 연상시키는 청색과 황색 조명 사용해 독특한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세계 최초로 터널에 공기정화시설 설치했다는데, 이토록 긴 터널이라면 가장 필요한 요소였을지도. 노르웨이에서 워낙 긴 터널들을 지나면서 익숙해진 탓에 그 길이가 대단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흥미로운 조명쇼와 공기가 탁하지 않다고 상쾌하게 느껴지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터널을 지나 노르웨이에서 여름에도 좌우로 몇십 미터의 높은 눈길을 볼 수 있다는 송네펠레트 Sognefjellet를 향한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높은 산길을 가로질러 송네피오르드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통과하는 이 루트는 북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길운전이 가능한 곳이다.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내리던 비는 눈으로 바뀌면서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위험한 눈길 드라이브가 계속되었다. 중간에도 몇 번씩 계속 가도 될까? 길은 불안감에 떨 때마다 지나쳐 가는 반대편 차량들에게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무른 하늘아래 당당하게 서있는 눈벽에서 점프샷을 기대했건만, 이번 여행은 한두 시간도 예상이 안 되는 연속이다. 짓궂은 눈보라는 산 고원 중앙의 파나라켄 빙하와 주변 봉우리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Mefjellet 메프젤렛 전망대와 독특한 휴게소 건물이 멋진 오스카샤우그 Oscarshaug는 그저 스쳐 지나가 버렸다.
마치 겨울을 다시 만난 듯한 날씨 속에 한참을 달려 해발 1,400m의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소그네펠시타 Sognefjellshytta에 도착했다. 소그네펠시타 로지는 숙박이 가능한 시설과 Sognefjellet 여름 스키 센터가 있어 겨울과 여름에 전문 스키 훈련이 가능하다고 한다. 높이 쌓인 눈더미 속에 파묻혀 반쯤 모습만 드러낸 채 나무와 유리로 된 창을 통해 밝은 빛이 들어오는 따뜻한 휴게소에서 아름답고 험한 눈보라도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눈길을 헤치고 롬에 가까워지니 날씨도 좋아지면서 마지막 전망대 베가스켈렛 Vegaskjelet 가 보였다.
전망대는 나무와 덤불 위로 솟아있고 두 개의 2,000m의 높은 봉우리를 볼 수 있다.
루트가 끝나고 오늘의 숙소가 있는 롬 Lom에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교회 롬 스테이브 교회 Lom stavkyrkje 가 있다. 독특한 모습의 교회는 수리 중으로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건물은 볼 수 있었다. 바이킹보다는 일본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목조건물의 특징 때문일까? 롬은 노르웨이의 요리 허브로, 현지 식재료와 맛있는 맛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방문한 날은 '주님 승천 대축일로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마트가 오전영업만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숙소인 캠프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