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J에게

청춘찬가 금지령

by 유새로

J. 청춘찬가 같은 건 쓰지 않기로 했어.

온 몸을 비틀며 청춘을 통과하고 있다면 청춘을 예찬하는 식의 글은 쓸 수 없는 거야.

봄이라는 이유로 나를 마구 찌르는데 그런 자식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지?

내 몸속 구석구석 괴로움을 찔러 넣고 있는데 사랑이 들어갈 틈이 있나?

그럼에도 사랑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난 사랑할 수 없어.

그렇담 이 봄이라는 놈을 마구 패야 할까?

그러면 행복해질까? 그러면 속이 시원해질까?


J. 난 이 봄이라는 놈에게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어.

너도 그랬겠지?

맞짱을 뜨자고 신청해도 이 녀석은 끝끝내 답이 없잖아.

욕을 하면 시원해지지 않을까?

비겁한 새끼. 나쁜 새끼. 지옥에나 갈 지독한 녀석.

괴로움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서운 거야. 난 이런 사람이 아니었거든.


J. 나에게서 청춘을 지워줘.

우린 이만큼이나 고통받았으면, 이만하면 된 거야.

그렇지만 이 괴로움을 지우면 우린 살아있다고 느낄까?

역시, 세뇌당한 거야.

이런 걸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고.


하지만 J, 괴로움을 떼어낼 자신이 없어.

이 괴로움이 없다면 난 죽어있다고 느끼겠지?

역시 세뇌당한 거라고 되뇌어도 이 청춘을 떼어낼 수가 없어.

노년에 머문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래, 배부른 소리를 하는군.”


그렇지만 J, 여전히 청춘찬가는 쓸 마음이 없어.

그럴 순 없는 거야.

칼자루를 쥔 이에게 피를 흘리면서 당신을 예찬한다고 말할 순 없는 거야.

그렇지만 J, 내가 봄의 한복판에서 분에 겨워 길길이 날뛰고 있는 날엔 날 붙잡아줘.

그게 당신의 역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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