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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아 Apr 15. 2021

#08 북서향 집은 꽤 춥습니다.

그래서 피곤할 때가 많아요.


북서향은 하루가 저무는 시간에 잠깐 빛을 만난다.

저무는 빛이다.



빛은 한두 시간 정도 집 안에 머무는 듯하다. 따뜻함이 데워지기도 전에 빛은 사라진다.

북서향에 산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피곤함을 느꼈다. 햇빛을 못 쬐는 탓일까.

집에서 일하는 특성상 자주 햇빛을 볼 수 없다. 그래서 가끔의 산책으로 부족한 빛을 채우곤 했지만, 몸에서 원하는 것보다 부족한가 보다.


햇볕을 많이 쬐면 안 되는 체질이라 방심한 탓일까. 몸이 축 늘어진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햇빛도 못 쬔 것 같다.


북서향 집은 다른 방향에 비해 춥다. 그래서 꽃피는 4월에도 집안에서 숄이나 가디건을 두르고 생활한다. 늘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남향집과는 다른 풍경이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핫팩을 붙인다. 해가 진 추운 밤이면 두꺼운 담요를 두른 후 작업을 한다. 밤을 새워서인지 몸이 차가워진다. 그럴 땐 티백 보리차를 끓여 몸을 데운다. 늘 수분이 부족한 몸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수분을 보충하게 된다. 자주 마시는 차는 보리차, 자스민차, 홍차. 이왕 이렇게 된 거,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차들을 찾아보며 자주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




새벽은 늘 추웠다. 체감상 가장 추운 시간대는 새벽 4시.

모두가 잠든 시간대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눌러가며 작업을 하다 보면 이 고요한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기분이 든다.

벽만 보고 작업하다가 때때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춥고 어두운 세상에 두 눈에 들어온다.


새벽에도 가끔 밖에서 덜커덕 소리가 들린다. 일찍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각자의 움직이는 시간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는 걸 바라보며 세상 돌아가는 걸 만끽한다.

아. 오늘도 세상은 돌아가는구나.


새벽이라 감성적인 생각이 많이 든다. 좋다. 이래서 새벽에 글 쓰는 사람이 많나 보다.

나는 누군가가 내장점을 물어보면 “전 환경에 적응을 잘해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조건이 있다. ‘체력이 버텨주는 한’ 적응을 잘한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일단 도전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적응을 하며 많은 일을 경험하고자 한다.

호기심 때문에 좋지도 않은 체력을 갈아먹어 가며 얻는 경험은 소중하면서도 쓰라리다.

후유증이 크다.


1년, 2년이 지날수록 체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

내 호기심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때가 곧 올 것 같다.


힘든 환경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힘들수록 더 생각하고, 더 상상하고, 더 꿈꾼다.

생각이 많아지자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이 많아진다.


 작업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재미있게도, 몸과 정신이 망가질 때마다 작업이 더 잘되어서 나는 종종 나를 극한까지 몰아버리곤 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북서향에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작업을 했다.

몸이 좋지 않아 제대로 먹지도 못한 날에도 손가락이 움직이면 작업을 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추워질수록 따뜻한 차 한잔에 의존하며 작업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래서일까. 몸이 피곤한 날이 많았다.


온몸이 부서지듯 아픈 날, 빛이 들지 않는 북서향 방에서 쓰러지듯 누웠다.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을 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추워서 그런가? 몸이 떨리네.’
‘온몸이 아프다.’



‘내가 그동안 몇 시간 잤더라?’

몸살인 것 같다.


끙끙거리며 그동안의 생활을 떠올리곤 자기반성을 해본다.


‘다음은 그래도 햇빛이 드는 곳으로 가야 할까.’


조금 몸이 나아지자 집을 구할 때마다 자주 고민하는 주제로 넘어가 본다.

추운 겨울이 지나 이제 조금 따스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일주일마다 옷의 두께가 조금씩 얇아진다.



4월에도 추운 북서향에 살고 있습니다.

다소 춥고 햇빛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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