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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아 Jun 07. 2021

#09 광합성을 위해 산책을 해봅니다

이렇게라도 밖에 나오려고요


북서향은 빛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오후에 약간 지는 햇빛을 받기도 하는데, 

빛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그 햇빛도 꽤 따뜻하게 느껴진다.



체질상 햇빛을 많이 받으면 안 되지만, 

가끔은 기분전환으로 베란다에 따뜻한 커피를 들고나가 

햇빛을 받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쓰고 있는 원고들이 하나둘 마무리된 후,

잠깐의 휴식시간이 생겼다. 


이후 교정고도 보내야 하고, 연재작과 차기작을 해야 하므로 얼마 되지 않은 휴식이지만 알차게 쓰고 싶었다.


뭘 할까 생각하다가 조금 길게 산책을 하기로 했다.


평소엔 집 근처를 주로 산책한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안 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햇빛을 받아야 하기에

가끔은 햇빛이 다소 약해진 오후에 산책한다.


지금같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는 시기엔 나가는 걸 자제하고 있기에 자주 가는 마트보다 좀 더 멀리 장을 본다던가, 버스 대신 걸어온다든가 하는 식으로 산책을 대신하고 있다.


오랜만에 외출할 때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다.


나가기 전 슬쩍 창밖을 보고 어떤 두께의 옷을 입을 것인지 결정한다.

추위를 많이 타기에 초여름에도 가디건을 챙긴다.




밖을 나가니 곧 여름이라는 걸 알려주듯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그런데 밖이 집보다 더 따뜻한 기분이 든다. 묘하다.

집에서는 살짝 한기가 있을 때가 많았는데 밖은 따뜻하다. 


이제 봄이 가고 여름이 올 예정이다.

나간 김에 일 처리할 것들을 손꼽아본다.


사야 할 것들, 수리 맡겨야 할 것들, 은행 등.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편이라 동선도 생각해서 계획을 짠다.



“나왔긴 나왔는데, 뭘 하지.”

계획이 없는 날은 일단 나가고 생각을 한다.


초여름이지만 아직 선풍기를 틀지 않는다.

그러나 북서향 집은 서늘하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 위주로 먹게 된다.


앞으로 있을 긴 작업시간 동안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밥이 문제였다.


최근 자주 먹는 건 스튜나 찌개.

바쁠 땐 잔뜩 끓여놓고 조금씩 덜어 먹을 수도 있다.


“끓여 먹을 채소를 사 오자.”


따끈따끈.


따뜻해진 햇살을 받으며 걷다 보면 바삭바삭 빵도 생각난다. 사 오자.


빵이 있으니 샐러드도 생각이 난다.

양배추가 싸다. 사 오자.


이것저것 사다 보니 한가득이다.


이렇게 사 오면 족히 일주일은 먹을 것이다.

장 본 것들이 카트 가득 쌓인다.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넉넉해진 기분이다.



6월. 초여름의 끝자락.

북서향 집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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