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성장] 부캐, 숨길 수 없는 본캐

성장

by 오 영택

# 부캐, 숨길 수 없는 본캐

성장을 단순히 ‘확장’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의하면, ‘범위나 규모 따위를 늘려서 넓히는 성질’을 확장성이라고 한다. 지금보다 규모가 커지고, 나아지는 것을 성장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면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채워짐’이다. 성장은 단순히 커지는 것뿐 아니라, 안이 채워지며 넓어지는 것이다. 무척이나 당연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를 간과할 때가 많다. 빨리 성장하고 싶고, 더 많이 이루고 싶은 욕심에 꾸준한 노력보다는 요행을 바란다. 물론, 요령과 방법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것만 찾아다녀서는 성장은 요원해진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요령과 방법은 일률적이지 않다. 상대적이기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꾸준한 시간과 관심, 그리고 애씀을 통해 얻은 직접 깨달은 방법과 요령만이 진정한 성장을 보장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진다.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처음의 낯섦이 익숙해짐을 넘어 능숙해질수록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시작할 만 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확장해 볼 만한 준비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에서는 여러 계정을 만들 수 있는데, 각 계정마다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상을 공유하는 계정, 글을 전문적으로 써 내려가는 계정, 취미와 사진을 올리는 계정 등으로 세분화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기준과 특색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새로운 계정으로 다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세컨'이라고 부른다. 처음 시작할 때의 낯섦과 미숙함, 그리고 기록으로 남은 초라한 전적을 뒤로 한 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면, 확실히 전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처음의 시행착오 덕분에 경험이 쌓였고 시스템을 알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또는 '부캐'로 다른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들도 있다. 첫 캐릭터를 키우며 익힌 팁으로 퀘스트들을 비교적 쉽게 완수하며 빠르게 성장시킨다. 혹은 처음 키운 캐릭터의 모든 돈과 아이템을 부캐에게 넘겨주기도 한다. 덕분에 여유롭게 키울 수 있다. 다르기에 낯선 부분은 존재하지만 처음보다 나은 기반에서 시작하기에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명 부캐를 키우면서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넓혀나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국민 MC 유재석을 예로 들 수 있다. 유산슬, 유고스타, 유라섹, 유르페우스, 유DJ, 뽕디스파위, 유샘, 닥터유, 유드래곤, 지미유 등 여러 이름의 부캐가 있다. 노래, 진행,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이름들이다.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와 같이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데에는 태고난 재능보다는 국민 MC로 불릴 만큼의 탄탄한 기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명 시절의 유재석이 부캐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앞날조차 확신할 수 없던 때에는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덤덤하게 풀을 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진정한 성장을 원한다면, 유재석처럼 해야 한다. 유명해지고 활동범위를 넓히라는 게 아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고심하고 고뇌하며 매일을 쌓아가는 분투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더 나아지기 위해 개선의 시간을 채우는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 채워나가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쌓아온 날들을 기반으로 이어나가는 진짜 성장,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살아오며 형성된 태도와 지식, 체력, 자신만의 노하우와 같은 자산들이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캐로 접속해도 본캐를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고유한 특징이나 스타일이 있기에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러한데, 현실에서는 오죽할까. 사람마다 고유의 특성, 문체, 어투가 있다. 다른 사람인 척 활동해도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인격, 태도, 자신이 쌓아온 날들을 기반으로 활동하기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본캐, 다시 말해 지금의 내가 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잘 채워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 채워진 성장은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한 탄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본캐'인 내가 중요하다. 본캐가 단단해야 '부캐'가 의미있다. 성장하고 싶다면, 자신을 먼저 제대로 채우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요령보다는 기본을, 속도보다는 방향을, 그리고 단순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니는 게 진정한 성장이라 말할 수 있다. 본캐를 키워야 부캐도 빛을 발한다. 본캐 없는 부캐는 존재할 수 없다. 무엇보다 본캐는 어떤 형태로든 숨겨지지 않는다. 잘 쌓아가고 채워가야 하는 이유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8-8. [성장] 모소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