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사람은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누군가의 모습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때로는 단념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추론을 통해 이해하려 애쓰기도 한다. 이해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우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활용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러 기준으로 구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사고체계와 경험, 직관을 통해 행동을 결정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기도 한다. 또한, 무엇을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기술이나 지식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능력을 발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자기감정에 대한 이해는 감정을 통제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유익함을 얻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걱정을 덜어도 되고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안정감을 얻기도 한다. 또한 자신감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소재, 다시 말해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불확실성이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뇌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표를 못참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합리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에 대해 자신만의 주장으로라도 근거로써 세우는 것이다. 사실, 어느 누가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냉정한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하지만, 이는 당연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자신에게는 혹독한 사람도 있다. 같은 기준으로도 다른 반응을 하는 게 사람이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모순적인 모습이 있다. 하지만 모순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많은 모순들이 있었음에도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 아니던가.
'모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야기가 있다. 『한비자』에 실려 있는 '무엇이든 막는 방패'와 무엇이든 뚫는 창'을 파는 상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戰國) 시대 초(楚)나라에 무기 상인이 있었다. 그는 시장으로 창과 방패를 팔러 나갔다. 상인은 가지고 온 방패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 방패를 보십시오. 아주 견고하여 어떤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창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여기 이 창을 보십시오. 이것의 예리함은 천하(天下) 일품,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 버립니다.」 그러자 구경꾼 중에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 예리하기 짝이 없는 창으로 그 견고하기 짝이 없는 방패로 찌르면 도대체 어찌 되는 거요?」 상인은 말문이 막혀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다가 서둘러 달아나고 말았다.
_ 한비자(韓非子) 『난세(難勢)』 中
무기상이었던 상인은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라며 창과 방패를 팔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무엇이든 뚫는 창'으로 '무엇이든 막는 방패'를 찌르면 어찌되오?" 하고 예리한 질문을 했다. 이에 말문이 막힌 상인이 도망갔다는 이야기다. 상인이 도망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 본인이 말했음에도 스스로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말에 모순(矛盾)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상인을 도망치게 만든 것은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근본적인 데 있다. 그것은 바로 창(矛)과 방패(盾)를 나누어 팔았다는 점에 있다. 창과 방패를 따로 팔려고 하니 각각에 이유를 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유를 붙이다보니 성립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당시 시대적으로도 창과 방패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장비였다. 전국시대 당시에는 중국역사상 가장 긴 전쟁의 시기였다. 그 당시 병사들의 주무기는 창과 방패였다. 기병이 강력한 고대 전쟁에서는 창만큼 기병을 제압하기 좋은 무기는 없었다. 또한 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익히기도 쉬웠다. 뿐만 아니라, 창과 방패는 전술적인 측면에서 진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장비구였다.
방패 없는 창은 실질적인 전투에 있어 전술적인 측면에서 큰 약점이 된다. 창 없는 방패는 진을 구축하는 데 있어 전략적인 한계를 갖는다. 전쟁의 승패는 지휘관의 전략과 상황판단에 따른 전술에 달려 있다.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빛나게 하는, 나아가 승리를 거머쥐는 핵심은 병사들의 무장과 사기에 달려 있었다. 이처럼 고대전쟁에서 창과 방패는 한 세트였다. 모순(矛盾)은 말 그대로 창(矛)과 방패(盾) 둘 다 있어야만 성립되는 단어이다. 하나를 나누어 각각 팔았으니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모순이 나누어진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모순은 본래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