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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l 19. 2021

책가방보다 중요한 등교 필수템



장마철 비가 오면 나는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어릴 적,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고 늘 하교하던 나의 서러움이, 아이들에게 작동하는 것일까?

’ 내 아이는 절대 비 맞히지 않겠다 ‘는 결심을 아이 가졌을 때부터 했다.     


내가 다닌 학교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으로 ‘서울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소위 ’ 프리미엄 아파트‘와 ’ 고급 빌라‘ 사이에 있는 ’ 임대주택‘을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서 당첨된 후 그 동네로 이사를 갔다.     


그전에까지 다니던 국민학교(나는 국민학교 출신이다.) 평범한 서민동네여서  나는 그저 별다를 것 없는 학생이었는데, 전학하자마자 ’ 학습부진 아이‘로 찍혀버렸다.

뭘 얼마큼 잘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생계에 바쁜 부모님은 나의 그런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 그리고 소위 ’ 착한 아이‘였던 나도 학교에서 공부 못해 ’ 비난‘받는 어려움을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 당시 1980년대 였음에도 비가 오면 학교 앞 도로가 ’ 마비‘ 되었다. 학교 앞에 줄줄이 '승용차'가 정차하고, 고상한 치마를 입고 빤작거리는 구두를 신은 엄마들이 우산을 준비해 학교 앞을 지키는 무리 속에서 나는 혼자 고개 숙이고 비를 맞으며 집으로 걸어갔다.     

이런 열등감은 오래도록 남아있었나 보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는 특히 비 맞고 오는 것에 예민했다. 큰 아이(장애등급이 있다) 케어로 살림만 할 때는 바깥 볼일을 나갔다가도 갑작스러운 비가 오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 우산 장비‘를 챙겨 ’ 학교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 사계절‘, ’ 날씨예보‘ 상관없이 ’ 3단 접이식 우산‘을 '신발주머니'속에 넣어놓고도 모자라 아침마다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아이는 그 우산이 무겁다고 몰래 빼고 나갔으니, 비 올 기미도 없는 날씨에도 아침마다 서로 큰 소리가 오갔다.      


“갖고 가야 돼!!!”

“무거워!! 있어도 안 써”     


어느 날은 직장에서 근무하는데 갑작스럽게 ’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왔다. 

때 마침 아이학교 '하교시간'이었다.     

조금 한 마음에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우산 넣어갔지?”

“........ 아니”

“우산 왜 안 갖고 갔어!!!!”

“......... 비 올지 몰랐지”

“학교 앞 편의점에서 뭐 먹고 있어, 엄마가 퇴근하려면 40분 정도 남았는데 바로 데리러 갈게”


급히 전화를 끊고 퇴근시간이 40분이나 남았지만,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땡 ”하는 퇴근시간에 주변 눈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 칼퇴근‘을 하며, “부랴부랴”학교 앞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이가 없었다.     


“버럭” 화가 치밀었다. 갖고 가라는 우산을 안 갖고 간 것도, 기다리라고 했는데 비를 맞으며 집에 간 것도...

더 정확히 말하면 비 맞으면서 집으로 가는 아이를 상상하는 ’ 내‘가 불편했다.     


씩씩 거리며 집으로 갔더니 빨래건조대 위에는 아이의 교복이 널어져 있고, 아이는 말끔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엎드려 ’ 휴대폰에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아.... 정작 아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내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구나”


나는 내 열등감을 아이에게 ’ 투사‘시켜, 정작 아이가 어떻게 비 오는 것을 해결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질 않았던 것이다.     


“엄마가 편의점 가보니 없어서 걱정했는데, 우리 후니 집에 잘 와서 있었구나”     

“응~~ 엄마 교복 젖어서 널어놨어”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조금은 서운했지만, 아이가 비를 맞고 집에 와서 혼자 교복을 건조대에 널고, 샤워를 하고 쉬고 있는 모습이 오늘은 참 대견해 보였다.     


이제까지 아이의 모든 부분을 내 ’ 감정‘이 앞서 결정해 버리고 아이에게는 마냥 엄마를 기다리게 하였던 것이다.

’ 수동적으로 해결되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보는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엄마의 역할임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

일상의 소소한 결정권은 아이에게 있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한 것에 후회가 남는다면 그것 또한 실패가 아닌, 그저 다음 결정의 좋은 경험일 되는 과정일 뿐이다.     

아이가 받을 상처를 미리 ’ 대비‘하고 ’ 대응‘한다고 한들 ’ 아이 인생‘의 모든 영역에 내가 그늘막을 쳐 줄 수는 없다.

아이는 '비 오는 날 비를 맞는 것보다 또 다른 서러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문제 부모에게는 언제나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 열등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부모가 열등감을 다루지 못하면 ’ 열등감 부모‘가 되며 신체, 경제, 사회, 가정, 학업, 등 자신의 열등감 종류에 따라 이이를 괴롭히게 된다.....

중요한 건 열등감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부모가 자기 안에 감춰진 열등감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잘 관리하느냐 이다. 여기에 따라 아이의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다.(열등감 부모 최원호)     


맑은 날에도 비가 올 것을 걱정해 우산을 미리 펴 놓을 필요는 없다.

비가 오면 그때 우산을 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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