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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l 26. 2021

누워자며,과자 먹는한심한’ 간병인‘


병원 ’ 교대근무‘를 갔다. 


병원 교대 근무란, 장애인 시설에 생활하고 있는 이용인이 아파서 입원을 하면, 그 이용인의 간병을 ’ 간병사‘가 아닌 ’ 생활지도사‘가 교대로 병원으로 출근해 이용인을 ’직접 케어‘해 주는 것을 말한다.

간병사의 도움을 못 받는 ’ 이용인‘에 한해서 시행하는 근무인데, 이용인이 그간 병원을 자주 가서 본인의 ’ 지원금‘이 바닥난 상태이거나, 곧 ’ 자립할 이용인‘일 경우 그 이용인의 돈을 아껴주기 위해서 ’ 생활지도원‘이 직접 간병을 해 주는 ’ 임시적인 근무형태‘이다.     


이용자는 폐에 물이차고, 늑막에 염증이 올라, 경산인 ’ 지방병원‘에서 큰 병원인 ’ 대구‘로 이송되어 입원을 했다. (위독하다는 말에 마음을 쓸어내리며 걱정하던 차 내 ’ 병교스케줄‘이 다가왔다. )


병교를 위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1시간 넘게 걸리는 대구의 “경대병원”으로 교대근무를 갔다. (병교는 대부분 ’ 자차‘를 이용할 수 없다. 보호자로 등록된 차량은 한 대뿐이므로 주로 원내에 있는 간호사 선생님의 차량을 ’ 보호자 차량‘으로 등록한다. 그래서 병교는 필요하다고 연락받은 물품(기저귀, 물티슈, 물병 등)을 ’이고지고 ‘ ’ 지옥 교통‘을 이용해서 출근을 하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밤에 계셨던 간병사 선생님께(밤 근무를 조정할 수 없어, 밤에만 간병사을 고용하게 되었다.) 인수인계를 받고, ’ 환자가 된 이용인‘의 케어에 정신없는 오전이 흘러갔다.     


그리고, 잠깐 짬이 나길래 보호자 침대를 펴고서 누워 허리를 폈다. 새벽부터 ’ 설친 탓‘인지 '생소한 근무에  긴장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조금 졸았나 보다. 간호사 선생님이 “바이탈”을 검사하러 왔을 때 “벌떡”자리에서 깼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출근했던 피로감이 점심 먹기도 전에 마구 밀려왔다.     


몹시 피곤하고 졸리며 이곳저곳이 몸살 난 듯 아파와 ‘타이레놀’을 사러 편의점을 들렸다. 간 김에 ‘커피와 샌드위치(아침식사)’를 샀다. 먹으면 덜 졸리니까......     


병실에 돌아가니, ‘병실 안에 티브이가 있었나?‘ 싶을 만큼 어떤 ‘정치뉴스 방송’ 소리가 병실 내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내 그건 한 침대 할아버지가(6인실 병실이다.) ‘혼자 유튜브’를 보는 소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크게 켜 놓고 계시지?‘


생각하면서, ’잘 못 켰겠지...‘싶어 그냥 있었다.     


그런데 그 ’ 유튜브‘ 소리는 십여분이 지나도록 작아지지 않았다.


’ 할아버지가 귀가 잘 안 듣기 시나?‘ 생각했지만, 옆에 앉아계신 할머니랑은 소곤소곤 이야기도 잘하시고 계시니 그런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용인의 옆 침대에 갖 입원한 환자는 말을 잘 할 수 없을 만큼 아팠나 본데, 그 정치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 윤.... 석... “이라면서 뭔가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다.

병실 안이 매우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급기야 나는  

‘이런 공동장소에서 너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누구든 이야기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든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더군다나 ‘이용인’까지 잠에서 깨어나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끙끙’ 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나의 불편한 감정도 더 솟구쳤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쪽으로 가서 '조용히'말을 꺼냈다.     


“이어폰 사용하시면 안 될까요??     


내 말을 듣고는 ‘유튜브를 보고 있던 할아버지’ 옆에 계신 할머니가 ”벌떡 “ 일어나더니,     

”시끄럽다고! 끄라카자나!!! “     


이러시는 거였다. ”시끄럽다 “고 한적도,..”. 끄라 “고 한 적도.... 없었는데.....     

할머니도 내심 그 ‘유튜브의 뉴스’ 소리가 거슬려서 그렇게 말씀했겠거니 생각하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할머니가 옆 침대 보호자에게      


”이런 데서 시끄럽다 그러고 말이야 “     


이렇게 이야기를 ‘와전’시켜 버린 것이다.      


급기야 옆 침대 보호자는     

”누버서 잠만 자더니 깨웠다고 시끄럽다 그러고... “     


”어? 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른데 외 저렇게 되어가지?? “     

여기서부터 나는 ‘잠 못 자서 나이 많은 어르신한테 ’ 시끄럽다 ‘ ’ 끄라 ‘고 한 버릇없는 간병사’가 되어버렸다.     


바로 잡고 싶었으나, 할머니는 그 옆 보호자와 ‘자기 말’ ‘자기 생각’만 줄곧 하느라 바빴다. 

그 틈 어디에도 끼어들어 나를 대변할 수 없어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이 상황으로는 또다시 ‘어른 말에 끼어들고 따지는 간병사’가 될 것이 뻔할 것 같아 일단 참기로 했다. 그런데도 계속 나의 흉을 보는데, 병실에 모든 사람이 다 듣길 만큼 큰소리였다.      


”밤에 간병사는 ’아‘를 씻기고 닦이고, 그러더구먼, 누버서 잠만 자고 과자만 먹으면서... 저런다 “ 

나는 또다시 ‘간병도 제대로 안 하고 잠만 자고, 샌드위치나 먹고 노는 불량 간병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나도 화가 났다.     


지금이라도 ”그건 아니고요,,,!! “라고 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용기도 나지 않고, 시끄러운 일이 더 벌어질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일하는 내내 찜찜했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불편해서 ‘내 할 일’만 열심히 하고 퇴근하자는 맘으로 계속 버텼다. 이내 퇴근시간이 다가와 다시 출근한 ’ 간병사‘선생님‘에게 ’ 인수인계‘를하고 ’ 교대‘를 하고 있는데, 또 그 이야기가 나온다.     


“아까 시끄럽다고 한 아줌마가 저 여자지?


”(진짜 속 된 말로) 헐..... “


”지금 온 간병사는 저래 싹싹하고 친절하고 그런데, 저 아줌마는 못쓰겠네 “     


그 말을 들으면서 퇴근하고 나오는데, 화가 끓으며 억울하고 서러워서 ’울컥‘ 했다.     

이제는 모든 여자들이 으레 갖추어야 하는 ’ 친절함과 싹싹함‘까지 결여된 간병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도대체 ”이어폰 좀 사용하면 안 되냐? “는 말이 외 이렇게 까지 갔지?     

씩씩 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일 잘하고 가나? 피곤하겠다 “

”응 오늘 있잖아.................. “     


오늘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하면서 억울한 나의 감정을 토해냈다. ’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어른들의 꼰대 기질과‘ ’ 사회적 매너가 떨어짐‘을 토로하며 ’ 외 내가 싹싹하게 굴기까지 해야 하냐?‘면서 현 사회에서 여성의 왜곡된 ’ 성역활‘ 까지 운운하며 나의 ’ 울분‘을 속사포같이 이야기했고, 친구는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며 위로해 주었다.     


이내 마음이 스르르 풀렸는데 끝에 친구 말이 이렇다.     


”오랜 병원생활을 하며, 예민해진 사람들이라 니 말을 ’ 공격적‘으로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 이해해주자 “

”......................?? “     


친구에게 잠깐 '서운하다'는 생각과 함께 ’멋쩍‘었다. 그들은 몇 달을 ’ 먹고 자면서 ‘ 환자를 간병하며 지치고 답답했을 텐데 ’ 간병 근무‘를 하루 하면서 ’ 힘들다, 고단하다 ‘ 했던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는 ’ 하루 간병근무 온 내‘가 한없이 여유로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병실‘에서 ’그 할아버지‘의 ’ 유튜브에 다들 침묵하며 견뎌 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어 생각해 보니 나의 예전 일이 하나씩 기억이 났다.     


나 또한 ’ 남편‘ 때문에‘ ’ 장애아이 때문에‘ 좌절하고 힘들었을 시절 ’ 나만 외 이렇게 힘들어야 해?”라는 생각으로 “뾰족”하게 타인을 대한 적이 많다.


누군가 내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과 행동을 하면 처음에는 참고 견디다가.. 가끔 폭발을 해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억울함을 토해내고 울컥하며 눈물을 흘려 상대방을 곤란하게 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주변의 ‘나를 아는 지인’들은 그런 나를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고 보듬어 주었다. 그러므로 그때의 어려움을 버텼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살면서 누구나 타인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억울함과 힘듦’으로 뾰족 해 질 수 있다. 뾰족해진 사람에게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살면서 내가 받은 ‘공감과 ‘위로’를 기억하고 그것을 되돌려주는 마음을 가졌다면 오늘같이 불편한 감정에서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나 또한 그때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듯이 그들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면, 억울할 것도 화날 이유도 없어진다.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 ‘다소 공격적인 말’을 기억하며, 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오늘의 일을 만회하는 마음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이해해 주기로 다짐해 본다.   



사람은 원래 모든 문제의 기준을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잘해준 것과 서운한 것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돼요.     

그러니 상대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때

내가 받았던 도움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대부분은 불리한 상황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말하기 마련입니다.

그 마음을 이해해 주고 기꺼이 침묵해주세요.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한마디면 많은 일들이 좋게 끝납니다.

혈기왕성함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어리석고 부끄러운 행동은 참아주세요

(어떤 하루 신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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