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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l 27. 2021

형아 '친구' 만들어주려고나 낳았지?

두 단어


이제는 참고 말하지 않아야 되는 ’두 단어‘가 있다.

평소 둘째 아이를 “아지~호야”또는 “요미~호야”라고 부르는데, 그중 “아지”와 “요미”는 이제 사용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이가 벌써 중3이 되었고, 얼굴을 마주 보며 자리에서 같이 일어설 때  내 눈은 한없이 위로 올라가 턱까지 들리게 될 만큼 아이는 키가 훌쩍 커 버렸다.

그리고 굵고 쉰 목소리를 내는 ‘변성기’가 왔고, 인중에는 보들보들한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언제까지나 “아지~호야”“요미~호야”라고 부르고 싶지만 이제는 많이 자란 아이를 배려해서 라도 그 단어는 그만 써야 될 것 같다.


내가 “아지호야 ”를 낳고 놀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갓난아기는 24시간 우는 줄 알았는데, ‘이 아이’는 대여섯 시간이나 잠을 자 주었다.

그리고 발바닥이 장판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깨는 게 ‘아기‘ 였는 줄 알았는데 “아지 호야” 낳고는 집에서 양말을 안 신어도 될 만큼 아이는 예민하지 않았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아지호야”는 ’ 분유‘도 먹고 ’ 모유‘도 먹어줘서, 나를 가끔 이남아 혼자 ’ 외출‘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더욱 놀란 것은 이유식을 할 때가 되자, “아지호야”는 그냥 국물에 밥을 말아먹었다.      


큰아이 낳고는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세상 모든 엄마들이 ’ 경이롭다 ‘ 못해, 나의 ’ 모성애‘를 스스로 의심했지만, 둘째 아이를 만나고 나서는, 아이 ’ 둘셋‘은 더 낳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아이가 마냥 예쁘기만 했다. (물론 더 낳을 생각은 없었지만..)     


둘째 아이는 먹이고 입히면 알아서 뭐든 잘하는 아이였는 지라 “우는 아이 젖 한번 더 물린다”는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듯, 큰아이 장애로 온 신경과 관심이 큰아이에게 가 있어 둘째 아이는 늘 뒷전으로 밀렸다.


큰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잠투정을 하는 예민 한 아이였는지라 어린 둘째 아이는 그냥 눕혀 재울 때에도, 제 ’ 형‘은 업고 안고 재웠으며, 편식이 심한 큰아이 식성을 맞추느라  정작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늘 후순위로 밀려나곤 했다.

더욱이 큰아이가 ’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할 때 면, 더욱더 큰아이에게 온 관심이 쏠려, 정작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을 둘째 아이의 ’ 불안‘과 ’ 상처‘는 보듬어주지 못하고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둘째 아이는 ’ 어른스럽기‘ 까지 했다. 형아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매번 위로하고 안아줬는데, 나는 둘째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더더욱 이 아이는 문제가 없으니 ’ 뭐든 괜찮을 꺼라 ‘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장애아이나 아픈 아이‘가 있는 가정의 ’ 형제자매‘들은 남다른 상처를 경험한다.

항상 ’ 뒷전‘으로 밀리고, 늘 ’ 양보‘해야 하며, 부모의 ’ 관심‘을 덜 받고 자라게 된다.

더욱이 ’ 아픈 형제자매를 돌보는 부모‘를 바라보며 본인은 ’ 부모를 힘들게 하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는 “어른 같은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부모는 ’ 아이‘가 문제없이, 자기 일을 잘하니 더욱더 관심을 덜 가지게 되고, 그래서 이 아이들의 상처와 외로움은 더욱더 커져만 갈 것이다.     


아이가 4학년이 된 어느 날 둘째 아이가 ’‘씩씩 “ 거리며 다가와 말을 꺼냈다.     


“엄마........ 형아 때문에 힘들어”     


그 말을 듣고, 친구 고민 들어주고 넋두리하듯

’ 그래... 나도 형아 때문에 힘들어 ‘ 이렇게 말할 뻔했다.

나는 아직 이 아이가 ’ 어린애‘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 무엇 때문에 힘들까?”     


“형아가 내 친구들 다 뺏아가고 그래”     


“같이 놀아야지... 형아는 친구도 없잖아”     


(목소리가 커진다) 형아는 엄마도 지꺼 하잖아!!

엄마는 형아 친구 만들어 주려고 나 낳았지??”     


“세상에나......!”     


아이말에 ’뜨끔‘했다.  


내가 둘째 아이를 낳을 때만 해도 ’ 아이 하나‘만 낳고 기르는 가정은 잘 없었기에 둘은 낳아야 ’ 가정의 구색‘이 맞춰진다는 ’ 암묵적인 생각‘아래 큰아이와 터울이 2년 정도 넘어갈 즈음 ’ 아이 키우고 계속 살려면 둘째를 낳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의무감이 있었다.

그리고 큰 아이에게 ’ 억대‘ 재산을 물려줄 것이 아니면, ’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 큰아이에게 가장 큰 유산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또한 ’ 장애아‘ 였던 ’ 큰아이‘에게, 내가 없어도 보살펴 줄 ’ 형제자매‘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둘째 아이 낳고는 아이 키우는 기쁨과 행복함이 무엇인지 온전히 알게 되었고, 이 아이는 이 아이 나름대로 신이 나에게 주신 ’ 가장 소중한 선물‘이였다.     


”아니야, 엄마는 너를 만나려고 너 낳았지 “     


”.................... “     


조용히 있던 아이가 살짝 미소 지어 준다.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단어 ”아지호야 “ !!    

엄마가 ’ 이혼‘하고 집을 나설 때 

”나는 엄마가 행복하면 다 좋아 “라고 말했지?     

엄마도 네가 행복하면 다 좋은데,,,      

그럼 이제,

우리 같이 행복해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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