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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Aug 08. 2021

만만해서 그런거라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아이들 방학은 다 끝나 가는데, 올 여름에도 ‘코로나 역병창궐’로 맘 놓고 바람쐬러 한번 가지 못했다. 그래도 ‘방학인데’ 싶어 찾아보던 중 가깝지만, 가까워서 안 가본 곳으로 가 보자고 생각하며 ‘대구 앞산케이블카’를 타러 가자고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케이블카는 처음 타 보는 거라, 아이들도 기대를 했나보다. 땡볕 뜨거운 한낮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언제 갈거야?”

“지금 너무 뜨거우니 저녁에 가자, 거기 ‘야경’이 좋아”     


이렇게 아이들을 기다리게 만들고, 나도 줄어들지 않는 햇볕을 시간단위로 체크하면서 언제 갈까?를 고민했다. 아이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무섭다’라고 하며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나도 기대가 올라왔다.     


금요일이니, 너무 늦게 가면 차도 막힐것이고, 주차할 장소도 못찾을 꺼 같아, 5시에 출발을 하여 도착하니 여섯시 경.... 주차자리도 찾았고, 땡볕도 서서히 접어 드는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산이라 찬 바람도 조금씩 불어주니 ‘금상첨화’다.     


올라가는 내도록 아이들은 동영상을 찍고, 나는 동영상을 찍는 아이들을 찍으며 즐거워 했다. 그리고 간 전망대는 ‘대구'가 한 눈에 보였고, 어디쯤이 우리가 사는 ’경산‘인지 찾기 놀이를 하며, 사진을 즐겁게 찍어 대고 있었다.     


순간.

“번쩍” 하는 것이 보였다.

번개였다.     


산정상에서 보는 번개는 우리 바로 앞에서 내렸는데, 서로 신기하다며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우리는 번개치는 순간을 기다리며 연신 사진기를 들이밀었다.

큰아이는 번개를 맞으면 초능력이 생길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직원‘이 올라와서 위험하니 전망대에서 내려오라는 것이다!!


즐거움에 취해, 이곳이 위험한 장소고, 우리가 천둥에 노출되었다는 생각을 잊고 있었던 것이였다.     

즐거운 몇십분을 보낸 우리는 흡족하게 ‘내려가는 케이블카’로 갔다.


그런데 ‘전광판’도 ‘형광등’도 다 꺼져 있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다.     


우리는 ‘밥이나 먹자’하면서 식당으로 갔지만, ‘식당’도 ‘카페’도 전등이 모두 소등되었고, 천둥으로 전기를 쓸수 없어 영업이 중단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아차!!!!!     


천둥은 나이트와 노래방에 있을 법한 ‘사이키’불빛을 내면서 계속 번쩍 거렸고, ‘우르르쾅쾅’하는 소리는 그때부터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다시 케이블카 대기실..거기에는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한 몇십명의 사람들이 꺼진 전광판만 응시한채 앉아있었다.     


‘몇십분 있으면 괜찮겠지...’생각하면서 그들 틈에 끼여 어두컴컴한 대기실에서 기다리길 한시간이 넘어갔다.     

아직 어둡지 않으니, ‘걸어내려가도 되겠느냐’고 물었지만, 현재 등산로의 정비공사로 길이 다 막혔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산 정상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이쯤 되면 슬슬 사춘기 아이들의 심기가 불편해 졌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가 날을 잡아도 참 그렇다 그치?”

“괜찮아, 여기서 자고 가기 밖에 더 하겠어?”

“앗! 최악이 경우는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네?”     


라며 더운여름 전등도 에어컨도 없는 대기실에서 우리는 웃으며 서로를 위로해 주었다.     


그런데 옆에 같이 올라왔던 ‘남자분’이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케이블카 직원 목걸이를 하고, ‘치직’ 대는 무전기를 손에 꼭 잡고 놓지 않는 ‘어린여자직원’에게 성큼 성큼 다가 가는 것이였다.     


그리고     


“ktx도 30분만 연착되면, 요금 환불해 준다는데....

그리고 이런 천둥으로 연착될 것 같으면, 운행을 하지 말아야지 말야!

여기까지 사람 올라오게 해 놓고 이게 뭐람...!”     


라면서 불만 썩인 말투로 그 직원에게 마구 쏘아댔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 그쪽으로 가 닿았지만, 누구하나 그 아저씨 같이 불만으로 흥분하는 사람은 없었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기상이변 같은 걸로 세울꺼면 이걸 짖지를 말아야지...

지금 몇시간 째야???”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위성사진상’으로 아직 ‘천둥번개’가 있다고 표시되서 지금은 운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고객님”     


함께 기다리며 ‘아장아장’ 걷고 놀던 아기가 그 남자분의 소리를 듣고 울음을 “앙~”하고 터트렸다.     


“이거 피뢰침 이런 것 설치되어 있을 것 아니요!!”     


“천둥시 케이블카는 취약한 상태라, 운행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해외에 나가봐도 이런일은 없었어!!

다 안전설비를 해놓고 지어서.......

선진국은.........”

이렇게 아주 길고 장황한 훈계의 말투는 몇십분째 끝날 기미 없이 계속 이어졌다.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는 직원의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얼굴에도 불편함이 가득차고 있었다.     


그런데....     


둘째가 시선은 나를 향하지만, 그 아저씨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였다.     


“안전 때문에 운행을 못한다고 하는 것인데, 저 직원한테 따져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엄마!!

답답한건 여기 사람 모두다 그렇지만, 안전하게 내려가려고 다들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거 아냐?

저 직원은 무슨죄가 있어서 저런말 들어야 해?

불만사항이나 개선사항은 엄마가 하는 것처럼 ....예의있게 질문하거나, 담당자나 책임자에게 해야하는 거 아니야?”     


이쯤 되면 엄마인 내가 식은 땀이 ‘뻘뻘’ 난다.


순간 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그 남자분과 싸움이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생긴다.     


“호~~~ 그건.....”     


내가 ‘너무 잘가르쳤는지’ ‘너무 못가르쳤는지’ 이쯤 되면 구분도 안갔다.     


“엄마, 그렇지 않아??”


“.........(땀 뻘뻘)”     


그 남자분은 우리에게 뭐라 할 것 같이 다가오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가 닿아서 인지, 북한도 무서워서 못 건들인다는 중학생 사춘기 소년이 두려워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둘째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인지...

다행히

그냥 본인 자리에 가서 앉았다.     


“휴~~~~~~~!!”     


정적만 감도는 시간만 두시간 여 뒤, 천둥이 잦아들고 다시 케이블카는 운행재개 되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처럼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까지도 조금씩 ‘번쩍’ 거리는 천둥이 하늘에서 비춰 다들 긴장한 얼굴로 안전하게 도착하길 기도하는 눈치였다.     


지상에 도착하자 사무실 남자직원들이 나와 “운행에 차질을 빚어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하며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 남자분은 위에서 그랬듯 자신의 수준높은 선진국 여행 경험을 토대로 당당하게 이야기했던, 이 시스템의 잘못된 점에 대하여 항의하지 않았다. 더욱이 ‘환불’에 대해서도 말조차 꺼내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그 앞을 지나 갔다.     


나는 둘째에게

‘어른에게 그렇게 말하면 버릇없는 거야’

라고 말하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저녁시간이 한 참 지나서 정말 배고프다. 우리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라고 말했다.          


만만해서 그런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세요.(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오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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